미루고 있던 복숭아나무 가지치기(전지)를 하고 냉이를 좀 더 캐 오려고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시골 텃밭으로 출발했다. 내일은 또 비가 내린다고 하니 간 김에 시간이 되면 얼마 있지 않아 파종을 해야 해서 거름도 주고 두둑을 만들 수 있도록 땅도 일궈 놓을까 해서였다. 텃밭에 도착하니 멀리서 봐도 자엽자두나무에 꽃이 만발이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자엽자두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고, 그 옆에 있는 앵두나무에도 눈처럼 새하얀 앵두꽃이 곱게 피어 있었다. 벌써 앵두꽃이 필 때가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하니 세월이 무척 빨리 지나가긴 가는가 보다. 산과 들을 둘러보면 겨울을 지나고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앵두꽃은 앵두나무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하얀 꽃송이로 피어난다. 저 꽃 하나하나가 바로 앵두가 되어 처음에는 작은 연초록 열매였다가 차츰 커지면서 빨간색으로 변하게 된다. 앵두꽃을 보면 더없이 순수하고 우아하기만 한데, 반면에 앵두는 탐스럽고 열정적이기 그지없다. 올해도 앵두꽃을 보니 작년만큼이나 많은 앵두가 열릴 것 같다. 작년에 수확한 앵두로 앵두청을 담아두었는데, 내일은 어떻게 되었는지 시음이라도 해봐야 할 것 같다. 매실청을 매년 담는데 앵두청도 지금과 같은 정도의 수확이 예상되면 올해도 담아야 할 것 같다. 앵두나무를 볼 때마다 어릴 때 자주 들었고 한 번씩 따라 불렀던 "앵두나무 처녀"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그 가사를 떠올려 보면, 1절은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 네~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입분이도 금순이도 담봇짐을 쌌다네~"이고, 2절은 "석유 등잔 사랑방에 동네 총각 바람났네~ 올 가을 풍년가에 장가들라 하였건만~ 신부감이 서울로 도망갔대니~ 복돌이도 삼용이도 담봇짐 쌌다네~"이며, 3절은 "서울이란 요술쟁이 찾아갈 곳 못되더라~ 새빨간 그 입술에 웃음 파는 에레나야~ 헛고생을 말고서 고향에 가자~ 달래주는 복돌이에 입분이는 울었네~"이다. 오랜만에 가사를 흥얼거려 보니, 고향 생각도 나고 그립고 보고 싶은 얼굴들이 떠오르며, 당장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진다.
앵두나무는 세종대왕께서 좋아했다고 전하며 경복궁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또한 우물을 팔 때 심는 나무이기도 하여 "앵두나무 처녀"라는 가사에도 우물가가 들어있는 것 같다. 앵두꽃의 색깔은 담홍색과 흰색이 있고, 산앵두꽃도 연분홍색으로 아름답다. 앵두꽃의 꽃말은 "수줍음"이라고 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앵두 씨는 장을 원활하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고, 앵두 열매는 얼굴색을 아름답게 한다고 하여 영안리라고 한다. 또한 잎은 몸속의 진액을 돋아준다고 하니 식용, 관상용, 약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나무이고 열매이다. 이에 막 앵두꽃이 피어나고 있는데, 다음 주가 되면 앵두꽃이 만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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