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애들 아빠와 함께 뒷산을 올랐다. 지난주에 비가 오는 바람에 약수를 긷지 못해 약수도 긷고 운동도 할 겸 해서였다. 오전 8시가 가까운 시작이라서 그런지 뒷산은 한적했고 걷기에 아주 좋은 화창한 봄날이었다. 오를 때는 그냥 지나치고 몰랐는데 약수를 길어 내려오다 보니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벚나무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올해 벚꽃이 언제 필까 하는 예상을 지난주 초 첫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올해는 기온이 작년보다 올라가서 3월 마지막 주가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 예상보다 열흘 정도 더 빨리 벚꽃이 핀 것 같다. 매화에 이어 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 목련꽃과 영춘화 및 개나리꽃과 살구꽃도 차례로 피어나더니 진달래꽃과 벚꽃까지 피고 말았다.
약수터 근처에는 현호색꽃도 피어 있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렇게 봄꽃들은 기다려주는 일 없이 각자의 정해진 일정대로 꽃부터 피우는 풀과 나무가 있는가 하면 새순을 먼저 내밀며 봄을 알리는 나무들도 많다. 벚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지역에서 가장 화려하게 많이 피는 꽃이 아닐까 한다. 몇 년 전에 일본에서 벚꽃 개화 시기를 계산하는 방법을 본 적이 있다. 하나는 400℃ 법칙으로 매년 2월 1일부터 매일 평균 기온을 더해서 400℃를 넘으면 벚꽃이 핀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600℃ 법칙으로 매년 2월 1일부터 매일 최고 기온을 더해서 600℃를 넘으면 벚꽃이 핀다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2월 1일을 시작일로 하고 매일의 기온(평균과 최고)을 고려하여 벚꽃 개화 시기를 판단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해 우리나라의 경우도 똑같이 계산해보았는데 거의 맞는 것 같았다. 위의 두 방법 중에 최고 기온으로 판단하는 것이 평균 기온보다 정확도가 조금 높다고 한다. 여하튼 부산에는 오늘이 아닌 며칠 전부터 벚꽃이 핀 것만은 틀림이 없다. 올해 첫 벚꽃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일본에 살 때 우에노(上野) 공원에서 첫째와 함께 벚꽃 구경을 간 적이 있었는데, 벌써 3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우리나라도 일본 못지않은 벚꽃의 명소들이 너무 많다. 진해 벚꽃은 말할 것도 없고, 경주 벚꽃도 아름답고, 하동 벚꽃길도 좋았으며, 전국 어디를 가나 꽃들이 필 때는 마음까지 피어나는 것 같다. 벚꽃은 필 때도 아름답지만, 꽃눈이 되어 바람에 날려 떨어질 때도 운치가 있고, 땅에 떨어져 쌓여 있는 꽃잎도 아름답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올해 처음 벚꽃이 피어난 풍경을 보니 어느새 봄속으로 깊숙이 찾아들었고 이내 여름으로 들어설 것 같아 너무 빠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록 지금은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벚나무들에만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지만, 1주일 이내에 모든 벚나무에 벚꽃들이 만발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오후에 진해 쪽의 텃밭을 잠시 다녀왔는데, 도로변에 서 있는 벚나무는 아직 꽃봉오리도 부풀리지 않은 상태였지만, 양지바른 곳의 벚나무에는 이미 벚꽃이 만발해 있어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곧 진해 쪽에서 벚꽃도 피어 북상할 것이고, 비록 코로나 19 영향으로 많은 인파가 모이는 것은 피해야 하겠지만, 드라이브로 한 바퀴 벚꽃 구경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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