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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건강/맛에 대하여

햇참외의 맛은?

by 감사화 2021.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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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은 시댁 산소를 성묘하고 왔는데, 오늘은 친가 산소를 다녀왔다. 작년 가을에 부모님 산소와 셋째 오빠 산소가 있는 있는 고향을 다녀올까 했는데 그리하지 못하여 마음 한구석이 늘 편안하지가 않았다. 우선 갓바위 선본사와 관봉에 올랐다가 바로 고향인 성주로 향했다. 갓바위에서 성주 산소까지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마침 날씨가 포근하고 좋아 나들이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코로나 19로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외출을 하니 가슴이 트이는 것 같고, 자연과 함께 하니 기분마저 좋아졌다. 오전 10시쯤 집을 나섰는데, 산소에 도착을 하니 오후 4시가 되었다. 오랜만에 첫째도 함께 가서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셋째 오빠 산소를 둘러보고 성묘를 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어머님은 첫째가 어릴 때 봐주시기도 하셔서 아직도 함께 살았던 그때를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메인다. 첫째는 어릴 때 어머님과 함께 잠을 잤는데, 지금도 한 날 밤중에 갓을 쓴 할아버지 한 분이 주무시는 외할머니 옆에 앉아 계시는 것을 봤다면서, 그분이 외할아버지가 틀림없을 것이라고 한다. 어린이들은 마음이 맑아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영적 세계의 인물을 볼 수 있다는 말도 있고 해서 그럴 것이라고 첫째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아버님은 어릴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님과의 추억은 그리 많지 않지만, 어머님과는 많은 시간을 보내어 추억하는 일들이 많고, 특히 첫째를 보살펴 주셨고 둘째를 안고 귀국했을 때도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다.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하여 늘 가슴이 아린다.

성묘를 마치고 집으로 출발하려다가 산소 맞은편에 있는 성주농협 참외 선별소가 있어 잠깐 들러 볼 일도 보고, 간 김에 참외를 구입할 수 있는지도 알아보았다. 아직 3월 중순이라서 참외가 날 때가 아니라고 여겼는데, 벌써 햇참외가 생산되고 일요일인데도 작업자들이 나와서 참외 선별 라인에 서서 각자 맡은 일을 한다고 여념이 없었다. 성주라고 하면 원래 참외와 수박으로 유명한데, 최근에는 사드 배치를 두고 정부와 군민들이 첨예하고 대립하여 더 유명해진 곳이다. 성주읍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다녔고, 우리 집에서도 참외와 수박 및 토마토 등을 재배했기 때문에 시골의 삶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며, 남동생은 아직도 고향집에서 살고 있다.

한창 작업에 열중인 분에게 참외를 구입할 수 없느냐고 문의를 하니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사무실에 들어가 문의하니 한 직원이 일단 선별 작업장에 가보자고 했다. 함께 참외 선별 작업장에 들어가니 요란한 기계 소리와 함께 셀 수도 없이 많은 참외들이 크기와 무게별로 구분되어 깨끗하게 세척되고 있었다. 함께 작업장으로 간 직원이 여기서는 지금 보고 있는 것처럼 한 번에 천 박스씩 트럭에 실려 팔려나가기 때문에 개인에게 한 박스씩은 팔지 않는다고 하면서 어렵겠다고 했다. 그럼 지금 선별되고 있는 아무 참외라도 좋으니 한 박스를 좀 팔라고 애원하다시피 해도 통하지가 않았다. 가격도 얼마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사겠다고 졸랐지만 안 된다고 했다.

<선별 작업을 마치고 세척되는 곳에 모인 참외>
<깨끗한 물에 세척되고 있는 참외>

할 수 없이 이곳에 아직 살고 있는 남동생의 이름을 대면서, 부모님 산소에 성묘를 왔다가 햇참외를 한 박스 구입하고 싶어서 그렇다고 다시 사정을 하니, 조금 생각을 하다가 다행스럽게 그럼 이번에만 판매하겠다고 하면서 다음에는 안 된다고 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서 아무 참외이라고 좋다고 했는데도 제일 맛이 있는 것으로 한 박스를 골라주었다. 그러면서 그 직원은 다른 것을 팔면 나중에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또 고향에 들렀으면 제일 맛있는 참외를 드시도록 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한 분이었다. 애들 아버지와 첫째가 그때서야 바깥에 있다가 작업장으로 들어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기에 용케 한 박스를 구입했다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그 직원이 참외 한 박스를 챙겨주었다.

<용케 한 박스 구입하게 된 정갈하게 넣은 성주 참외>
<10kg 성주 참외 박스>

그러면서 덤으로 참외 두 개를 주면서 맛을 보라고 했다. 몇 년 전 초여름에 성묘 왔을 때는 쉽게 참외 한 박스를 구입했었는데, 싱싱하고 맛이 좋았으며 한 박스 가격도 4만 원인가 5만 원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오늘은 아직 참외가 나올 때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벌써 햇참외가 나온 것을 보고, 어릴 때부터 자주 많이 먹었기 때문에 아직도 그때의 먹던 식성이 남아있어 참외를 좋아하는터라 가격은 둘째였다. 덤으로 받은 두 개의 참외는 차 안에 앉아 느긋하게 껍질을 벗기고 맛을 보았는데, 햇참외라서 그런지 싱싱하고 당도도 높으면서 아싹아싹하여 참외가 이렇게 맛이 좋을 수 있느냐고 서로 바라보면서 이구동성(異口同聲)이었다. 오랜만에 정말 맛있는 참외를 맛보니 피로까지 풀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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