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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살아가는 이야기

허전하기만 한 추석날

by 감사화 2020.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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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데도 추석 같지가 않다. 어딘가 이가 빠진 듯 허전하고, 뭔가 잊어버린 듯 찝찝하며,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든다. 추석이면 얼굴이라도 한 번 보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온풍형 발마사지기를 선물 받은 것은 뿌듯했지만, 그것보다는 아들 손이라도 잡고 밥 한 끼라도 해서 먹이면서 함께 오손도손 얘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여지없이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차례상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은 온통 집에 오지 못하고 혼자 추석 연휴를 지내야 할 아들 생각뿐이었다. 부모들은 늘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보다. 같이 있을 때는 뭐든 더 해 먹이고 더 편안히 해주려고 살피고, 떨어져 있으면 혹시나 때를 그르지는 않은지 몸이 아프지는 않은지 별 탈 없이 지내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전부가 아닐까 한다.

아침에 조상님들께 정성껏 장만한 음식으로 차례를 지내고, 설거지며 뒤처리를 하고 나니 벌써 점심때가 되었다. 조금 다리를 펴고 쉬었는가 했는데, 또 저녁상을 준비해야 했다. 평소의 집안 일보다 차례상을 장만하고 차례를 지내는 일이 보태지니까 무거운 다리가 더욱더 무겁게 느껴지고, 오늘 하루가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한해 한해 지나갈수록 말을 듣지 않는 몸의 부위가 늘어나는 것 같아 일을 보면 겁부터 난다. 매년 추석 차례를 마쳐야 한 해의 큰일이 마무리가 되는 해가 반복되고 있다. 그렇지만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준비할 때는 힘이 들고 몸이 부대끼기까지 하지만 마치고 나면 조상님들을 위한 작은 정성을 보일 수 있어 보람도 있고 마음이 가뿐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저녁상을 물리고 오늘 일을 마무리하고서야 겨우 한가위 보름달을 만나러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이미 하늘 높이 솟아오른 팔월 보름달이 어둠을 뚫고 세상을 훤히 밝히고 있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절로 두 손을 모으고 어지러운 세상이 안정되고, 코로나 19로부터 하루빨리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는 며칠 동안 내내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건강하게 나날이 발전하기를 그리고 가족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무탈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리 하고 나니 훨씬 마음이 안정이 되고 맑아지고 밝아지기는 것 같았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렇듯 자신이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바뀌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틀림없다.

비록 허전하기만 했던 추석을 밤하늘에 휘영청 뜬 달을 보면서 달래고 기도까지 하고 나니 무거운 짐을 벗은 듯 홀가분하다. 그래도 어릴 적부터 추석이면 가족들은 물론 친척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그동안 보지 못하던 사이에 있었는 일들을 서로 얘기하면서 못다 한 정을 나누던 때를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은 여전히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추석도 결국은 지나갈 것이고, 또 다른 추석을 맞을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는 새옹지마(塞翁之馬) 같은 삶이라고 하니, 마음이나 다잡아 잡고 나만의 길을 쉼 없이 가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어 보인다. 추석날 허전한 마음에 혼자 해보는 넋두리였다. 좋은 일만 있기를... <합장>

<나무 사이에 걸린 보름달 (오늘밤 10시 55분)>
<구름 사이에 휘영청 밝게 비치는 보름달 (오늘밤 1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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