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 중 17 번째로 찬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이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삽시간에 한로(寒露)까지 오고 말았다. 아침 일찍 약수터에 다녀올 때도 제법 쌀쌀하고, 후덥지근하던 여름의 잔재가 완전히 가시고 상쾌한 공기와 맑은 하늘이 완연한 가을임을 증명하고 있다. 산과 들도 차츰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어가는 때를 맞고 있고, 성질 급한 나뭇잎들은 벌써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자유스럽게 흩날리면서 떨어지고 있다.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 사색의 계절, 남자의 계절,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얼마 전에 일본 NHK 뉴스를 잠깐 들었었는데, 올 겨울이 라니냐(La Nina, 스페인어로 여자 아이의 뜻) 현상 때문에 추울 것이라고 예상을 하였다. 라니냐 현상이란 엘리뇨(El Nino, 남자 아이의 뜻) 현상과 반대로 "적도 무역풍이 평년보다 강해지면 서태평양의 해수면과 수온은 평년보다 상승하게 되고, 찬 해수의 용승 현상 때문에 적도 동태평양에서 저수온 현상이 강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작년 겨울은 의외로 춥지를 않아 올해는 병충해도 많았고, 이상 기후 변화도 많아 장마가 길었고, 폭염도 극성을 부렸었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들녘은 익어가는 벼들로 황금 벌판이 되어 일렁이고, 발갛게 익은 감들과 사과들이 결실의 계절임을 알려주는 것 같다. 마음껏 산과 들로 나들이를 해야 하는 때인데도 코로나 19 때문에 집 밖으로 나다니는 것도 쉽지 않아 가을이지만 가을을 만끽할 수가 없다.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스스로 돌아보면서 내 탓이라고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아마 봄이나 여름이었으면 남 탓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을이 되니 더 생각이 깊어져서 그런지 내 탓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찬이슬처럼 냉정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내 탓이요."라고 하는 지도층 인사들을 볼 수 없다. 특히 집권 세력들은 말과 행동이 너무나 안하무인이고 아전인수라서 할 말을 잃을 때가 많다. 자신에게 잘못이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을 하고 반성을 해야 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이 있는데, 무조건 자신의 잘못이나 문제는 전혀 없고,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서 그렇다고 윽박지르거나 대들면, 잘못은 반복이 되고 문제는 더 큰 문제로 낭패를 당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사과나 용서를 비는 일은 잊을 수 없는 일이 되고 만다. 이것은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니고 양심불량이다.
다음은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나오는 한로(寒露)에 관한 내용이다.
한로(寒露)는 24절기 가운데 17번째 절기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의 절기이며, 양력 10월 8~9일 무렵이 입기일(入氣日)이며 태양이 황경 195도의 위치에 올 때이다. 음력으로는 9월의 절기로서 공기가 차츰 선선해짐에 따라 이슬(한로)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이다.
중국 사람들은 한로 15일 간을 5일씩 끊어서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초대를 받은 듯 모여들고, 중후(中候)에는 참새가 줄고 조개가 나오며, 말후(末候)에는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하였다.
『고려사(高麗史)』 권 50 「지(志)」4 역(曆) 선명력(宣明曆) 상(上)2의 한로 관련 기록을 보면 “한로는 9월의 절기이다. 괘(卦)는 태(兌) 구삼(九三)이다. 초후에 기러기가 와서 머문다. 차후에 참새가 큰 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말후에 국화꽃이 누렇게 핀다(寒露 九月節 兌九三 鴻鴈來賓 雀入大水化爲蛤 菊有黃華).”라고 하여 중국의 기록과 비슷하다.
한로 즈음은 찬이슬이 맺힐 시기여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인 때이다. 한편 여름철의 꽃보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이다.
한로는 중양절과 비슷한 시기에 드는 때가 많으므로 중양절 풍속인 머리에 수유(茱萸)를 꽂거나, 높은 데 올라가 고향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내용이 한시(漢詩)에 자주 나타난다. 높은 산에 올라가 머리에 수유를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수유 열매가 붉은 자줏빛인데 붉은색은 양(陽) 색으로 벽사력(辟邪力)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로와 상강(霜降) 무렵에 서민들은 시식(時食)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우는 데 좋다고 하였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 하여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 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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