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볼 일이 있어 잠깐 자주 들리는 임광사를 다녀왔는데, 사찰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요사채 앞과 대웅전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 봄꽃들로 눈을 어디에 둘 수가 없을 정도로 봄꽃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일전에 금낭화의 아릿다운 자태를 이미 올린 적이 있지만, 매주 비가 내리고 며칠 간 기온이 급상승하면서 봄꽃들이 때 이르게 피어나 멋진 꽃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 같아 덩달아 마음이 들뜨고 말았다. 오늘 낮 기온은 봄이 아니라 여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상승하여 한낮에는 바깥나들이도 삼가해야 할만큼 무덥운 날씨가 되지 않았나 여겨진다.
임광사 입구에 들어서기 전 오른편에 흐드러지게 핀 만첩홍도는 나무 전체를 온통 붉은 물감을 칠한 듯 불타고 있었고, 요사채 앞에 핀 새빨강 튤립 역시 정열적이라 봄이 아니라 여름을 연상시켰으며, 만발한 벚꽃도 눈이 부실 정도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거기에다 이맘 때면 큼직하고 두툼하게 피는 겹동백꽃과 연분홍색의 고운 모과꽃 그리고 수수하게 돌담 아래에 핀 돌단풍꽃과 조금 생기를 잃은 수선화는 물론 완전히 피어난 멋스런 금낭화는 언제 봐도 눈을 즐겁게 해주고 마음까지 맑히는 것 같아 좋다.
또한 봄 햇살을 맞으며 곱게 단장하고 눈길을 끈 화사한 복사꽃은 언제 봐도 아름답고, 줄기와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핀 박태기꽃도 보이며, 대웅전으로 가는 길목에 달랑 한 그루이지만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게 피어난 서부해당화꽃은 매년 보지만 꽃 모양과 꽃색에 금방 매료가 되고, 사과꽃과 똑같은 꽃사과꽃과 배꽃과 거의 같은 돌배꽃까지 눈이 제대로 호강을 하였다. 이 정도로 봄꽃들이 만발하면 꿀벌들의 잉잉 거리는 소리가 어지럽게 들리고 나비들도 많이 보여야 할텐데, 벌들도 나비들도 거의 보이지 않아 별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봄이 와서 좋다고 여겼는데, 너무 성급하게 봄이 불붙은 것 같아 이러다가 봄이 간다는 말도 없이 여름에게 자리를 곧 넘겨주지 않을까 안절부절한다. 3월 말인데 벌써 초여름과 같이 느껴지니 지구온난화로 아열대화가 되어 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아 심상치가 않다. 잠깐 들러 볼 일만 보고 오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발길이 봄꽃들이 핀 사찰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느긋한 시간과 봄꽃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을 만들고 말았다. 지금 벚꽃이 한창이지만 산과 들로 나가면 다양한 봄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때이다.
1년 이상 코로나 19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을 잃어버렸던 나날을 떠올리면 밀집과 밀접 및 밀폐라는 삼밀을 유의하면서 봄꽃들과 함께 자연을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오늘 일기 예보에는 최악의 황사가 불어올 것이라고 했지만, 어제만큼은 심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은 늘 어지럽고 요란하여 어리둥절할 때가 많지만, 자연과 더불어 보내는 동안만은 오염 지대에서 벗어나 청정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롭고 안정된 순간이 아닐까 한다. 오늘 임광사에서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봄꽃 향연을 즐긴 느낌은 강하고 오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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