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전국의 산과 들 그리고 거리를 화사하게 장식하고 있다. 오전에 텃밭을 다녀온다고 진해 쪽으로 나갔는데, 도로 양쪽에 늘어선 벚나무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장관이었다. 벌써 벚꽃이 핀 지 열흘 정도 지나다 보니 일찍 핀 벚꽃은 봄바람에 꽃눈에 되어 하얗게 흩날리며 차창을 두드렸다. 어젯밤 집 근처 동아대 승학캠퍼스의 벚꽃 구경을 하고 왔는데, 낮에 보는 벚꽃도 화사하고 곱지만 밤에 보는 벚꽃이 더 운치가 있고 아름다웠다. 마침 지난 토요일이 이월 보름이어서 휘영청 밝은 달 아래 하얗게 무리지어 매달려 피어 있는 벚꽃의 자태는 더할 나위 없이 눈부셨다.
벚꽃은 피어나기가 무섭게 이내 지려고 하는 바람에 늘 벚꽃을 대하는 마음이 급해지고 안쓰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벚꽃은 필 때도 한꺼번에 무리를 지어 활짝 피어나지만 질 때도 그에 못지 않게 무엇이 그리 급한지 한꺼번에 이내 져버리고 만다. 성질 급하기로 치면 벚꽃만큼 급한 꽃은 없을 것이다. 성질이 아니라 판단이나 결정도 벚꽃은 망설임 없이 바로 내리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벚꽃은 우유부단하기보다는 과단성이 있고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로 여겨진다. 올해 벚꽃은 예년보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빨리 피고 빨리 질 것 같다.
지난 주말에 비록 비가 내렸지만 잘 견뎌내면서 주말 벚꽃을 즐기려는 상춘객들에 좋은 추억들을 남겼을 것이다. 이번 주말이 되면 점차 벚꽃을 피웠던 순서대로 벚꽃이 질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대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벚꽃이 피는 순서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예상을 하는 것을 들었었는데, 올해 전국의 대학들이 다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고 하니 예상대로 그리 될 것 같다. 주말에 서울을 다녀오면 보니 서울은 목련꽃과 개나리꽃 그리고 벚꽃이 동시에 피어 있었는데, 그 정도로 벚꽃이 성급하게 피긴 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올해 벚꽃도 화려하게 피어나 멋스러운 순간을 보내다가 차츰 추억 속으로 사라지려 하니 서운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꽃 중에서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피고 누구라도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벚꽃이 아닐까 한다. 진달래꽃도 전국적으로 많이 피어나지만 진달래꽃은 대부분 야산에 피지만 벚꽃만큼 가로수나 관상용으로 많이 가꾸지는 않는다. 일본의 국화로 알려진 벚꽃을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이 심어 즐기고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왜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는 벚꽃처럼 많이 심고 길러 즐겨 보려 하지 않는지 이상할 따름이다. 어디서나 무궁화가 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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