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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소소한 행복

4월 중순을 지나면서

by 감사화 202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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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인데도 아침 저녁은 쌀쌀하다. 그렇지만 한낮이 되면 초여름 날씨가 되어 몸이 적응하기가 여간 벅차지 않다. 매주 비가 내리더니 이번 주는 건너뛰는 것 같다. 산과 들은 봄이 되면서 피기 시작하던 꽃들과 돋아나던 풀과 새순들이 점차 우거지고 있다. 내일이 곡우(穀雨)이고 보름 정도 지나면 본격적으로 여름에 접어든다는 입하(立夏)이다. 봄꽃에 취해 있다 보니 벌써 봄도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다. 올 한 해의 1/3이 훌쩍 날아가버리는 빠른 세월의 흐름에 놀라기도 하지만, 우스갯소리로 60대 중반을 넘었으니 시간도 시속 60km 이상으로 빨라져서 그런가 보다.

어제와 오늘 오후 늦은 시각에 애들 아빠와 함께 뒷산 약수터에 올라 약수도 긷고 운동도 하면서 맑은 산바람과 공기를 쐬고 왔다. 요즈음은 가끔 40년을 살아온 애들 아빠를 보면서 앞으로 얼마나 함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웅다웅하면서 살아온 날들이 벌써 그렇게 많은 해가 지난 줄은 몰랐는데, 이제는 숨소리만 들어도 서로를 알 수 있을 정도가 되고 보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뒤범벅이 되어 좋고 싫고도 없고 밉고 살갑고도 없는 무덤덤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큰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서로를 보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다.

첫째나 둘째가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만 보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지난날 어른들께서 애들 끈을 붙여야 시름을 놓는다고 하신 말씀의 뜻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게 결혼을 한다고 해도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은 스스로 자식을 낳고 길러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때가 되면 인연이 나타난다고 믿는 애들 아빠의 느긋함에 조금은 불만이지만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차츰 몸도 말을 듣지 않는 것 같고 이전과는 다른 몸의 상태를 감지하면서 혹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특별히 아픈 곳이 있거나 이상이 있어 약을 따로 먹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 얼마나 다행으로 여기고 감사하는지 모른다. 이제 가지고 채우려던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고 서로 나누고 베풀면서 살려고 노력하려 한다. 이 세상에 올 때 무엇 하나 가지고 오지 않았고, 떠날 때도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면서도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욕심과 무지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살아있는 한은 즐겁고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홀가분한 마음으로 걱정을 적게 하면서 모든 생명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나날이 되도록 할까 한다.

오늘따라 약수터에 피어 있는 철쭉꽃, 산딸기꽃, 산괴불주머니꽃이 더 곱고 아름답고, 하늘 또한 맑아 기분이 좋다. 오후 늦은 시간에 산을 오르면 등산객들이 거의 없고 한적하여 마음까지 차분하고 고요해져 불어오는 바람까지 부드럽게 느껴진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온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럽고 어지러워도 내 마음이 고요하면 그대로 고요할 뿐이다. 이렇게 봄은 조금도 지체함 없이 또박또박 흘러가는데 잠깐 소풍 왔다 가는 우리들의 인생은 너나 할 것 없이 분주하고 갈팡질팡이라 혼란스럽기만 하다.

<화사하게 피어나기 시작한 산딸기꽃>
<산자락 여기저기에 지천으로 피어난 산괴불주머니꽃>
<아름답게 핀 철죽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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