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음력 초하룻날 임광사에 들렀는데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다양한 봄꽃들이 피어 있는 경내에 비를 맞으며 아름답게 피어 있는 목단꽃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비가 와서 그런지 꽃봉오리를 펼치지 못하고 입을 봉한 듯한 표정으로 있는 목단꽃을 보았다. 보통 같으면 커다란 붉은 보랏빛 꽃송이를 활짝 펼쳐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을 텐데, 봄비 치고는 제법 굵게 내리고 있어서 이던가 아니면 아직 꽃봉오리를 펼치지 않은 상태라서 그런 것 같았다. 목단꽃은 모란꽃이라도 하고 목작약이라고 하는데, 꽃봉오리도 큼직하고 꽃 역시 다른 봄꽃들에 비하면 상당히 크다.
어릴 때 어머니나 언니들이 자수(刺繡)를 놓으실 때 가끔 목단꽃을 소재로 하면 얼마나 탐스럽고 예뻤는지 모른다. 그러다 결혼하기 전에 직장에서 목단꽃이 활짝 핀 액자를 구입했는데, 결혼하고 애들 아빠와 일본 유학을 다녀오는 사이에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어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다. 목단꽃을 볼 때마다 그 액자 생각이 난다. 목단꽃은 붉은 보라색도 있지만, 흰색과 분홍색도 있다고 하며, 꽃 중의 꽃(왕)이라고 하여 화중왕(花中王)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부귀영화를 불러온다고 하여 부귀화(富貴花)라고도 하여 집에 액자로 걸거나 자수나 그림으로 된 병풍을 갖기도 한다.
목단꽃을 보면 학교 다닐 때 배우고 외웠던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란 시가 생각나서 한 번 흥얼거려 본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목단(牧丹)은 관상용이나 약용으로 쓰는데, 약으로 쓸 때는 뿌리껍질을 이용하고, 항문의 열을 없애는 효과가 뛰어나며, 여성들의 달거리를 할 때 피를 잘 통하게 하고, 몸이 허약하여 뼈가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증상(땀은 나지 않는 상태)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목단의 성질은 차고, 맛은 쓰고 메워 혈액 순환과 신진대사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뿌리껍질(목단피, 단피)은 가을이나 초봄에 캐서 햇볕에 말리거나 식초에 담갔다가 약재로 쓴다고 하며, 마늘과는 함께 쓰지 않고, 쇠로 된 칼로 채취하지 않는다고 한다. 목단꽃의 꽃말은 부귀, 영화, 왕자의 품격, 행복한 결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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