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개천절 늦은 밤에 KBS1 TV에서 재방영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정말 열심히 시청하였다. 9월 30일 첫 방영은 추석 차례상 준비로 바빠 대충대충 보다 말다 했었는데, 10월 3일에는 작정을 하고 TV 앞에 자리를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뒷담화도 놓치지 않고 보았다. 장장 2시간 40분에 걸친 트로트의 진수를 맛본 한 편의 드라마였다. 나훈아의 노래를 많이 들었지만, 그의 사생활 이야기가 나오면 왠지 거부감이 일었고, 배우 김지미씨와의 결혼을 하면서, 그동안 어려울 때 뒷바라지를 했던 여인을 버렸다는 소문까지 있어서 그랬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번에 나훈아를 다시 보니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거대한 배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 배'를 부르면서 등장하는 나훈아의 모습은 언뜻 보기에 외계인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노련미와 완숙미가 배어나는 묘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향역' 등 고향을 주제로 한 노래는 잊고 지내고 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번지게 했다. 마지막에 부른 '홍시'는 지난번에도 잠깐 들었고 그때도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게 했는데, 이번에는 더 절절하게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1부 고향에 대한 노래가 마무리가 되었다
이어 2부 사랑에서는 '아담과 이브처럼'부터 '영영'까지 사랑을 주제로 한 애절한 노래들이 가슴을 멍멍하게 만들었다. 나훈아다운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노래들의 가사가 더 마음을 움직이게 하였다. 삽시간에 열두 곡을 열창하였는데, 비대면으로 열렸지만, 전국을 넘어 해외 동포들까지 "나훈아, 나훈아"라고 외치는 성원은 감동이었다. 거기에다 중간중간에 나훈아 특유의 입담이 가미되니까 팬들이 더 열광하고 환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특히 노래의 시작이나 중간 또는 마지막 부분에 나훈아의 눈빛은 노래 이상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았다.
마지막 3부는 인생은 첫 방영에서는 전혀 시청을 못했었는데, '딱 한번 인생'부터 '테스형', '공', '청춘을 돌려다오', '남자의 인생', '고장 난 벽시계', '자네', '사내' 등 아홉 곡은 모두 명곡이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그중에서도 '테스형'과 '남자의 인생'은 가사도 너무 좋아서 꼭 외워 부르고 싶을 정도였다. 도중에 김동건 아나운서와의 대화에서 훈장을 수여한다고 하였는데 사양을 했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진짜 사나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보통 사람이면 아무나 받을 수 없는 훈장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받으려고 했을 것인데 사양을 했다고 하니 대단하게 보였다.
그 장면에서 나훈아의 입담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가수라는 직업과 인기도 무거운데 훈장까지 받으면 그 무게들 때문에 지금처럼 자유롭게 살 수가 없다는 그 말 때문이다. 보통 가수라면 아무리 많은 인기를 누려도 상은 못 받아서 안달일 것이고 더더욱 훈장은 줄을 서서 받으려 하지 않을까 해서이다. 그런 점에서 나훈아는 자신을 아는 가수가 틀림이 없어 보여 대단하게 느껴졌다. 2018년 4월 초에 열렸던 평양 공연에 참가 요청도 있었는데 나훈아는 가지 않았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훈아는 선과 색깔이 분명한 진짜 사나이임에 틀림없다.
재방영이었지만, 다시 방영을 한다면 또 자리를 뜨지 않고 나훈아에 빠져 시청을 할 것 같다. 이번에 발표된 나훈아의 신곡들도 앞으로 더 큰 호응을 얻으면서 인기를 누릴 것이다. 이 참에 나훈아의 노래에도 도전을 해볼까 한다. '테스형'도 좋고, '남자의 인생'도 의미가 있으며, '공'도 부르면 마음이 비워질 것 같다. 이러다 진짜 나훈아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여하튼 나훈아는 어렵고 힘든 많은 국민들에게 이번 공연으로 큰 위안을 주었고, 용기를 북돋아 준 것만은 틀림이 없다. 나도 힘을 내어 더 신바람을 내며 아름답게 익어가도록 살아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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