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한 오늘을 위해/살아가는 이야기

오랜 기간 함께 한 자가용의 보내며

by 감사화 2021. 6. 28.
728x90
반응형

세월이 무척 빠르다. 유월에 들어섰는가 했는데 벌써 유월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가 시작될 때는 언제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올까 하며 차가운 하늘을 바라보면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어느새 반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지난 며칠 잠잠하게 지낸 것은 20년 이상을 우리 가족들과 함께 지냈던 자동차를 떠나보내야 해서 마음이 울적해서 잠시 방황을 했다. 2000년 2월 말에 해외로 1년간 다녀오는 일정이 잡혀 그때까지 타던 자가용을 처분하였다가 귀국한 2001년 2월에 새로 구입했던 자가용을 지난 금요일 폐차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별 탈 없이 우리 가족들을 위해 오로지 헌신만 하고 떠난 것 같아서였다.

함께 한 해수로 치면 20년이 넘어 21년째가 된다. 그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 새 차로 바꾸는 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러 결국 폐차를 하기로 했는데, 새 차 신청을 하고부터 열흘 정도 몸살을 앓는 것 같았다. 20년 이상을 함께 한 자가용에게는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동안 애들 아빠의 분신처럼 항상 함께 하면서 전국을 누빈 것은 물론이고, 텃밭을 오가면서 무거운 짐도 나르고, 어떤 날은 새벽부터 밤까지 운행하기도 했는가 하면 산과 바다도 마다하지 않고 달렸다. 큰 사고나 고장도 없이 안전하게 우리 가족들과 함께 한 나날을 돌아보니 아쉽고 서운하기 짝이 없어 어떻게 작별을 해야 하나 마음이 찡하기까지 했다.

<약수터 가는 등산로에 함께 올라 담아본 마지막 모습 (6월 21일)>

정확하게는 20년 4개월, 다시 말해 244개월이고 12,217일을 그 자가용과 함께 했다. 그동안의 주행 거리는 290,469km였으니 1년에 14,308.8km, 하루에 약 23.8km를 달린 셈이다. 보통 자가용들이 1년에 약 1만 km에서 1만 2천 km 정도 운행을 한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더 많이 탄 것 같다. 무엇보다 작은 접촉 사고는 두 번 있었지만 큰 사고가 없었고, 큰 고장도 없이 안전하게 운행을 했으니 무엇보다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20년 이상을 함께 하여 정도 들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버티면서 끝까지 가족들의 발이 되어 준 점은 잊을 수가 없다. 첫째는 승용차가 아니라 화물 트럭처럼 운행한다는 핀잔도 하지만 텃밭을 오가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고 변명을 했다.

그런 자가용을 두고 애들 아빠는 그 차를 두고 막둥이라고까지 했으며, 천리마라는 별명까지 붙였었다. 그런 자가용이었으니 나도 떠나보내는 마음이 안타깝고 섭섭한데,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애들 아빠는 오죽이나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더욱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20년 이상을 타고 다니다 보니 그 차를 타면 마음이 편하고 놓여 정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새 차를 지난 금요일에 인도를 받아 며칠 타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 차 생각이 난다. 아마 오늘 폐차 처리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으니 이제는 편안하게 떠나보내는 것이 순리인 것 같다. 다시 한번 그동안 애만 써준 지난 자가용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표시를 한다. 정말 함께 했던 시간이 행복했고 고마웠다고 두 손 모아 기도한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