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이 났는지 폭염이 내려 쪼이는 초복(初伏)이었다.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보양식을 먹는 날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한여름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한낮은 대부분 섭씨 30도를 웃돌아 폭염 주의보가 내릴 정도였다. 자주 다니는 사찰에서 오늘부터 백중 기도(천도재)를 올린다고 하여 다녀왔는데, 코로나 19 때문인지 천도재를 올린 신도들은 많은데 실제로 첫날 참석한 신도들은 1/10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어려운 가운데 맞은 조상님들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낸다는 천도재라서 더욱 지극 정성으로 조상님들과의 화해와 극락왕생을 기원하였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의 뿌리인 조상님들에 대한 감사와 은혜는 크게 갖고 있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체온 체크와 연락처 기재는 기본이고 거리두기를 위해 멀찌감치 띄엄띄엄 떨어져 앉아 올린 천도재는 참석자도 적어서 그런지 어느 해보다 정성을 다하는 분위기였다. 예년 같으면 천도재를 마치고 신도들이 모여 앉아 점심 식사를 함께 했을 텐데, 작년부터는 떡과 바나나 및 물로 대체를 해서 천도재가 끝나자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애들 아빠와 함께 천도재를 마치고는 곧바로 가까운 텃밭으로 향했다. 다음 주 수요일이 조부모님 제일이기 때문에 텃밭에 들어 오이, 가지, 고추, 토마토, 부추 등을 수확하여 음식을 장만할 때 쓸까 해서였다. 텃밭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고, 무척이나 햇살이 두터워 한 시간 정도 나무 그늘에서 쉬다가 수확을 시작했다.
말이 초복이지 바깥 기온은 섭씨 33도를 넘고 있었다. 이런 폭염 아래서도 별 것 아니라는 듯 농작물들이 자라고 꽃을 피우며 영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의 일은 그리 대단한 것 같지가 않다. 더우면 냉방을 하고 추우면 난방을 하면서 지내기 때문에 식물처럼 고정된 위치에서 자연환경에 순응하면 살지 않고, 제멋대로 자연을 훼손하면서도 자연의 혜택은 맘껏 누리려고 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언행에 대한 자기 합리화와 자기 정당화는 끝이 없고, 살아가는 기준(잣대) 역시 마음이나 외부 환경에 따라 멋대로 바뀌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그러면서 남의 언행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비판과 비난을 일삼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것 같다.
한 시간 조금 넘게 텃밭에서 움직였는데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수확하려던 부추, 토마토, 오이, 고추, 가지 등을 힘도 들이지 않고 했을 뿐인데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잠시 그늘에 들어가면 별천지에 든 것 같았다. 음력으로 유월 초이틀이고 초복이기 때문에 이때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정도인데, 움직였으니 땀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여름에 흘린 땀으로 한해를 견딘다는 말도 있으니 여름에는 일부러라도 땀을 흘려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하여 건강한 몸을 유지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즐기는 묘미도 맛보면 더할 나위 없는 피서가 아닐까 한다. 마음 같아서는 마트에 들러 닭이나 오리라도 한 마리 사서 삼계탕이나 오리탕을 해 먹을까 했는데, 아침에 싸 둔 김밥으로 초복을 넘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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