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봉숭아꽃이 곱게 피었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텃밭 가장자리에는 수많은 봉숭아가 앞다퉈 자리를 잡고 쑥쑥 자라더니 붉은색과 하얀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텃밭이라서 채소와 과수들이 대부분이지만 군데군데 자그마한 꽃밭들이 일구어져 봄에는 매화와 개나리꽃 및 목련꽃부터 더덕꽃, 살구꽃, 배꽃, 라일락꽃, 죽단화, 작약, 고추꽃 등이, 여름으로 접어들면서는 치자꽃, 도라지꽃, 봉숭아꽃, 채송화 그리고 분꽃에다 부용꽃이 피어난다. 그중에 봉숭아꽃은 어릴 적 언니들과 꽃과 잎을 따서 손톱에 물을 들였던 기억이 나기 때문에 다른 꽃보다 더 친근감이 가서 한 번 더 보게 되는 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닐 때 학교 화단에서 가장 많이 보았던 꽃이기도 하다.
텃밭에 들리면 입구에서부터 활짝 웃는 모습으로 반갑게 맞아주는 봉숭아꽃은 옛날에 장독대나 우물가 주변에도 심어 뱀들이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봉숭아꽃을 금사화(禁蛇花)라고 한다는데, 실제 금사화는 양귀비꽃을 달리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뱀이 봉숭아가 있는 곳을 지나가면 눈이 먼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고, 다른 곳에서는 봉숭아의 특유한 냄새 때문에 뱀이 싫어한다고도 한다. 여하튼 보기에도 흉측한 뱀이 싫어한다고 하니 매년 텃밭 울타리 쪽으로 계속 봉숭아를 옮겨 심어 뱀이 보이지 않게 해볼까 한다. 올해도 여유를 내어 봉숭아꽃과 잎을 따서 새끼손가락만이라도 물을 들이면서 옛 추억이 잠겨볼까 한다.
봉숭아 꽃씨를 몇 년 전에 구해서 텃밭 한쪽 귀퉁이에 심었는데, 그것이 퍼져서 지금은 텃밭의 군데군데에 봉숭아가 무더기로 자라나 일부는 뽑아버리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을 정도로 많아졌다. 아무리 좋은 꽃이라도, 아무리 귀한 모종이라도 필요로 하는 곳이나 필요하지 않으면 잡초와 마찬가지로 뽑아서 제거하게 된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쓸모 있는 곳이나 때가 아니면 그런 취급을 받지 못하는 법이다. 알곡식도 알곡식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와 장소가 아니면 알곡식으로써의 취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쓸모가 있는 말과 행동이 되도록 항상 유념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꽃과 풀 그리고 차 > 꽃과 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리장나무꽃도 피고 (0) | 2021.07.17 |
---|---|
귀한 노랑 물봉선화를 만나 (0) | 2021.07.15 |
한 눈에 반한 만데빌라 (0) | 2021.07.01 |
올망졸망 피어난 꽃댕강나무꽃 (0) | 2021.06.29 |
하얀 어성초(약모밀)꽃 (0) | 2021.06.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