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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 그리고 차/꽃과 풀

봄꽃들 철 모르고 가을에 피어나

by 감사화 2020.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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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이 변함없이 순환하고 있는데, 올해는 유난히 봄꽃들이 가을에 피어나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가끔 가을꽃인 살살이꽃이 늦봄이나 초여름부터 피어나 놀라게 하는 경우는 여러 번 있었지만, 민들레꽃, 산벚꽃, 개나리꽃, 제비꽃, 심지어 감꽃까지 피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올해는 앞에 나열한 꽃들이 여기저기에서 피어나 있어 의아스럽다. 지구가 온난화에 의해 병이 들어 기후 변화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여 이런 기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하면서 고개를 자주 갸우뚱하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하도 수상해서 그런가 하는 말들도 있지만 자연현상이 어찌 세상사에 따라 좌지우지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같으면 살살이꽃이 차츰 자취를 감추면서 구절초나 감국 나아가 다양한 국화가 아름답게 피어나야 할 때이다. 야산에는 보라색 산박하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는가 하면 취나물꽃도 보이고, 차츰 꽃보다는 알록달록한 열매들이 익어가는 풍경이 더 많을 것이다. 청미래덩굴의 빨강 열매(망개, 빨간색), 좀작살나무 열매(보라색), 찔레나무 열매(영실, 빨간색), 산사나무 열매(빨간색), 생강나무 열매(황매, 검은색), 산수유 열매(산수유, 빨간색), 오갈피나무 열매(오가피, 검은색), 쥐똥나무 열매(수랍과, 검은색), 초피나무 열매(산초, 주홍색), 탱자나무 열매(지각, 노란색), 화살나무 열매(귀전우, 빨간색), 구기자나무 열매(구기자, 주홍색) 등이 그것들이다.

어제는 시골 쪽으로 갈 일이 있어 야산을 잠시 올라갔었는데, 양지바른 곳에 초봄에나 볼 수 있는 보라색 제비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철도 모르고 이렇게 피어나 곧 겨울을 맞을 것인데 어떻게 하려고 이럴까 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자연현상들이 지수화풍에 따라 일어난다는 말도 있지만, 봄꽃들이 늦여름이나 가을에 피어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한참을 우물쭈물할 뿐 뾰쪽한 답이 찾기 질 않는다. 기온이야 봄과 가을이 비슷하겠지만 봄의 생동감과 가을의 성숙함은 전혀 다른 형태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봄과 가을을 구분하지 못하고 봄꽃들이 가을꽃으로 다시 찾아온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보는 입장에서는 색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겠지만 꽃들은 어떨까?

<아름답게 피어난 제비꽃, 2020년 10월 10일>
<화사하게 피어난 산벚꽃, 2020년 10월 11일>
<철도 모르고 피어난 개나리꽃, 2020년 10월 3일>
<여름에 피어나는 감꽃, 2020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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