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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 그리고 차/꽃과 풀

여뀌에 대하여

by 감사화 202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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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냇가나 얕은 산자락 또는 풀밭에 보면, 분홍색 또는 빨간색으로 꽃도 아닌 것 같고 열매 역시 아닌 것 같은 좁쌀만 한 것이 끝자락에 매달린 풀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것들이 바로 여뀌라는 풀이다. 어릴 적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냇가에 늘려 있는 어떤 풀을 꺾어 돌로 찧어 흐르는 물에 풀어넣으면 작은 고기들이 잠시 정신을 잃고 떠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풀이 여뀌인 것 같다. 텃밭 중간에도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거나 이랑에도 자주 자라나 수시로 뽑아주는 잡초로 여기고 있었다. 이런 잡초가 성가실 때도 있지만 이름조차 모르니 무심하게 뽑아버리기만 했다.

약수터에 갈 때가 자주 만나게 되는 풀인데도 지금껏 이름도 알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는데, 최근에 이름이라도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 찾아보니 여뀌라는 풀(식물)이었다. 어떤 대상이나 일이나 관심을 가지는데서부터 모든 인연이 시작되는 것 같다. 전혀 관심이 없으면 어떤 대상이나 일도 자신과는 상관이 없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그 대상이나 일은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자주 그 대상이나 일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기도 하고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텃밭에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는 여뀌는 개여뀌이고, 뒷산 약수터로 가는 길에 자주 만났던 여뀌는 이삭여뀌인 것 같다. 여뀌에 이렇듯 종류가 많아, 모양이나 꽃 색깔도 분홍색이나 빨간색만이 아닌 흰색도 있고, 꽃의 크기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인터넷 위주로 검색을 해보니 여뀌에 대해서도 공부할 거리가 많은 것 같다. 무심히 지나치면 계속 이름도 모르고 살아가겠지만, 이름이라도 알고 나니 조금은 더 친근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어릴 적 추억까지 떠올리게 하니 그리운 고향도 생각이 나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살아있는 한은 대하는 많은 대상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다음은 한국식물생태도감에 나오는 여뀌에 대한 내용인데 참고로 올린다.

여뀌는 한해살이로 바로 서서 자라고, 마디가 팽창한 것처럼 굵어지며 적색을 띤다. 줄기를 싸고 있는 턱싼잎()에 털이 있다. 식물체 전체에 매운맛이 있다. 잎은 좁고 긴 편이며, 양면에 작은 선점()이 밀생하고, 떡잎 수준에서도 매운맛이 난다. 가을에 화려한 적색을 띤다.(비교: 바보여뀌(Persicaria pubescens)는 줄기에 털이 있고, 잎 중앙이 약간 넓으며 흑색 반점이 있다. 씹어도 맵지 않다.) 꽃은 7~10월에 피며, 송이모양 꽃차례(總狀花序)로 황록색이지만 끝부분은 적색을 띠고, 투명한 선점()이 밀생 한다. 윗부분 꽃차례는 약간 아래로 처진다. 열매는 여윈열매()로 짙은 갈색이다.

여뀌는 전국의 습지 언저리, 물가, 도랑, 하천 바닥, 하천 제방, 모래자갈 땅, 양지 등에 분포한다. 여뀌속은 꽃잎()이 없거나 아주 볼품없이 작다. 꽃으로 보이는 부분은 꽃잎이 아니고, 꽃받침()이다. 속명 페르시카리아(Persicaria)는 복숭아 같다(peach-like)는 의미의 희랍어에서 유래한다. 꽃이 아니라 잎 모양이 복숭아 잎을 닮은 데에서 비롯한다. 마디풀속(Polygonum)과 통합 분류하지만, 뚜렷한 차이가 있는 꽃차례로부터 분리하기도 한다.

마디풀 종류는 꽃이 잎겨드랑이(마디)에 모여 나지만, 여뀌속은 줄기 끝부분에 모여 나는 이삭 꽃차례(穗狀花序)를 닮은 송이모양 꽃차례(總狀花序)다. 또한 잎과 잎자루 사이에 마디가 없는데, 마디풀속은 있으며 잎자루가 잎집()에 완전히 달라붙는다. 우리나라에서 마디풀속은 겨우 4종이 보고되었고, 모두 1년생이지만, 여뀌속은 39종으로 여러해살이까지 포함하는 종 다양성이 풍부한 분류군이다.

여뀌는 아시아 전역에 걸쳐서 광역 분포하며, 주로 난온대의 온난한 기후 지역을 중심으로 널리 분포한다. 여뀌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잎이 달린 줄기 부분에 마디가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물터 가장자리처럼 서식처가 아주 불안정한 곳, 즉 하천이나 개울가의 흐르는 물살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땅에서 살며, 일시적으로 적합한 서식환경이 만들어지면 종자은행에서 일제히 발아 군락을 만든다. 그러다가 물살이 다시 쓸어버리면 내년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린네 박사가 부여한 여뀌의 학명(Persicaria hydropiper)은 그 형태와 생태 그리고 생리적 요소를 망라했다. 복숭아(Persica) 잎을 닮은 잎과 물기(hydro-)가 있는 땅에서 사는 것, 그리고 잎에서 매운맛(-piper)이-piper 나는 식물이란 의미다. 중국 상하이 바로 남쪽에 위치하는 제지앙성()에서는 여뀌를 柳蓼(류료)라 하고, 만주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버들 여뀌라고도 부른다. 여뀌 잎 모양이 버드나무를 닮은 데에서 비롯한다. 라틴어 속명이 복숭아 잎을 닮았다는 것과 대조적이지만, 사실 버드나무 잎과 복숭아 잎은 그 외형에서 많이 닮았다.

여뀌는 일본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종으로, 야나기따데()라고 부른다. 일본에는 “먹을 수 있는 풀이 아주 많은데, 하필이면 여뀌를 먹는 벌레도 있다(きずき)”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매우 다양해서 그 기호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어린잎은 생선회 접시에 곁들이는 장식으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여뀌 잎이 소화를 촉진하는 성질 때문인 듯하다. 약간 매운맛은 입맛을 돋게도 하고 비린내를 덜게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뀌 종류에 대한 인류의 이용 역사는 아주 오래다. 천연 염색의 대명사격인 쪽(Persicaria tinctoria)은 여뀌와 형제 사이다. 여뀌 종류는 염색하거나 음식의 향신료, 심지어는 약재로 이용하는 등, 식물체 전체가 아주 유용한 자원이다. 이 가운데 여뀌는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종이다. 우리에게는 나물반찬에 더하는 주요 조미료로 어린잎을 데치거나 삶아서 먹었다는 생생한 기록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역사적인 요리서인 15세기 중엽의 『산가요록()』은 가장 자주 이용되는 들풀 가운데 하나가 여뀌라는 사실을 전한다.

한글명 여뀌는 엿귀, 엿귀 또는 엿긔, 엿괴에서 유래하고, 승애, (아래하)ㅣ
박, 역귀풀이라고도 전한다. 북부지방과 만주지역 방언으로 역귀, 들여뀌, 버들여뀌, 맵쟁이, 매운여뀌, 버들번지 따위가 있다. 이들 방언 가운데 맵쟁이란 정겨운 우리말이 눈에 띈다.

여뀌(엿긔)는 꽃차례에 작은 열매가 엮어져 있는 형상에서 비롯하는 이름으로 추정된다. 중국 한(漢)나라의 『회남자()』라는 고전에는 얽혀 있는 모양을 일컫는 (요규)라는 명칭이 나온다. 여기에 여뀌를 지칭하는 (요)가 들어 있으며, 우리말 여뀌의 의미와 중국의 경우가 일치한다. 여뀌처럼 꽃대 하나에 종자 여럿이 줄줄이 매달려 얽혀 있는 형국을 빗대는 말일 것이다.

『산림경제()』에는 밀가루나 찹쌀로 누룩을 만드는 데에 꼿꼿하게 서 있는 여뀌, 즉 달엿괴(, 송요)를 따서 이용한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 당나라의 『사시찬요()』와 명나라의 『신은지()』를 인용하면서 (요국)이라 기재했다. 이렇게 보면 엿은 엿기름의 ‘엿’과 같은 끈적끈적한 의미의 식재료를 가리키고, 귀, 괴, 긔는 형용 어간에 붙은 어미 ‘게’의 옛말에서 그 어원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누룩 만드는 데 사용한 것으로부터 생겨난 이런 어원보다도 훨씬 오래된 어원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꽃차례에 엮여 있는 열매 형국에서 기원하는 어원이다.

한자가 없었던 시절에도 우리나라 사람은 이미 여뀌를 알았고, 엿귀란 이름으로 불렀으며, 그렇게 불렀던 소리를 한글로 표기했고, 중국 한자 문헌이 소개되고 번역되면서 여뀌에 대한 우리의 전통문화가 중국의 (료)와 뒤섞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뀌를 뜻하는 한자 (료)는 춘추전국시대의 요나라를 뜻하기도 하고, 좁고 작은 땅 모양을 일컫기도 한다.

그런데 『삼국유사()』 가락국기() 앞부분에는 김수로왕이 처음으로 서울()을 정할 때, 비록 여뀌 잎(, 료엽)처럼 땅이 협소할지라도, 일곱 성인()이 살기에 적합하고, 마침내 좋은 곳이 될지어다(······ )라고 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여기에서 좁고 작은 땅을 여뀌 잎()과 닮았다고 비유한 것이다. 이 기록은 13세기부터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도 여뀌라는 식물을 깊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것은 한자 (료)에 대응되는 우리말이 존재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로부터 240여 년 후, 서기 1527년 최초의 한글명칭 엿귀(여뀌)의 기록이 등장한다. 『훈몽자회()』에서 여뀌를 분명하게 채소로 분류해 두고 있다. 여뀌는 우리 습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식물자원이었다는 것이다. 민초들의 음식 문화를 기록한 『산가요록()』에서 출현 빈도가 높은 야생초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뀌라 한 것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온갖 음식을 만드는 데에 여뀌는 깊이 관여하는 전통식물자원이었다. 첨단 과학시대지만, 고전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속에서 우리를 재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개여뀌, 출처 : 국립중앙과학관 식물정보>

개여뀌는 높이 20~50cm 정도로 자라는 줄기는 털이 없으며 밑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양끝이 좁은 피침형으로 가장자리에 거치가 없고 뒷면 맥 위에 털이 있다. 6~9월에 가지 끝에 적자색 또는 백색의 꽃이 이삭 모양의 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8개의 수술과 끝이 3갈래로 갈라진 암술대가 있다. 수과인 열매는 세모지며 흑갈색으로 익는다. 전국 각처의 빈터나 논, 밭 등지에 흔하게 자라는 1년생 초본이다.

<텃밭에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는 개여뀌>

<이삭여뀌, 출처 : 두산백과 >

이삭여뀌는 산골짜기 냇가와 숲 가장자리에서 자란다. 높이 50∼80cm이다. 마디가 굵으며 전체에 털이 난다. 잎은 타원형이거나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고 길이 7∼15cm, 나비 4∼9cm이다.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양끝이 좁으며, 때로 검은 갈색 반점이 있고 잎자루가 짧다. 턱잎은 원통 모양이며 길이 5∼10mm이고 가장자리에 수염 같은 털이 난다.

꽃은 7∼8월에 빨간색으로 피고 원줄기 끝과 윗부분에서 나온 수상꽃차례에 달린다. 꽃차례 길이 20∼40cm이고 꽃은 성기게 달린다. 꽃받침은 길이 2∼3mm이고 4갈래로 갈라지며 꽃잎은 없다. 수술은 5개이고 씨방은 동그란 달걀 모양이고 암술대는 2개이다. 열매는 수과로서 양끝이 좁은 달걀 모양이고 꽃받침으로 싸이며 끝에 암술대가 남아 있다.

포기 전체에 진통·지혈 등의 효능이 있어 관절통·위통 등에 사용한다. 한국·일본·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잎에 털이 적고 잎맥이 들어가지 않으며 끝이 뾰족한 것을 새이삭여뀌(var. neofiliforme)라고 하며 남쪽에서 자란다.

<약수터 가는 길에 만난 이삭여뀌>

<여뀌의 효능과 꽃말>

여뀌의 효능은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고, 어린 잎은 물에 우려 매운 맛을 제거하고 나물로 먹으며, 성질은 차다고 한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보면, 잎과 줄기에 탄닌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항균 작용이 있으면 혈관을 확장시키는 정유 성분이 있어 혈압을 내려주고 소장과 자궁의 긴장도를 떨어뜨려 준다고 한다. 또한 눈을 밝게 하고 속을 편안하게 하여 대소변을 잘 보게 하며 얼굴의 부종이나 부스럼에도 좋다고 하며, 지혈 작용을 하여 자궁, 치질, 그 밖의 내출혈에도 쓰인다고 한다. 꽃말은 '학업의 마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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