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들어서면 멀리서도 억새들이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오래전에 애들 아빠와 민둥산에 올라 보라색으로 물든 억새밭을 넋을 놓고 본 적이 있었는데,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집 뒷산 승학산 정상에도 억새밭이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너무 오래전에 다녀와서 올해는 한 번 올라가서 억새를 가슴에 가득 담아오고 싶다. 약수터 가는 길과 시부모님 산소에 성묘 가는 길에 보니 억새가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산들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한들거리는 모습을 보니 가을이 깊어가긴 가는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억새와 갈대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억새는 주로 산에서 자라며 줄기가 갈대보다 가늘고 마디가 잘 보이지 않는 편이며 보라색과 은색으로 보이지만, 갈대는 주로 강변에 자라며 마디가 분명하고 억새보다 줄기가 굵고 엷은 갈색으로 보인다. 억새와 갈대를 함께 놓고 보면 바로 구별이 되지만, 자주 보지 않고 따로따로 볼 때는 구별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인지 억새와 갈대를 같은 것으로 여기고 보통 억새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갈대의 속에 있는 흰 막(갈대청)은 대금의 떨림판으로 사용한다.
억새와 갈대나 번식력이 강하여 한 번 옮겨 심으며 이내 억새밭이나 갈대밭이 만들어지게 된다. 몇 년 전에 승학산 정상에는 산불이 발생하여 억새밭이 거의 타버려 그 이후로 몇 년은 억새밭이 본모습을 찾지 못하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복구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한다. 민둥산의 억새도 좋지만 가까운 울산의 신불산과 밀양의 천황산, 창녕 화왕산의 억새도 유명한 것으로 이름이 나 있다. 가을이 되면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한데, 억새밭으로 바람을 쐬러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식물학백과와 두산백과에 나오는 억새와 갈대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도록 한다.
억새는 산과 들에서 자란다. 높이 1∼2m로, 뿌리 줄기는 모여 나고 굵으며 원기둥 모양이다. 잎은 줄 모양이며 길이 40∼70cm, 너비 1∼2cm이다. 끝이 갈수록 뾰족해지고 가장자리는 까칠까칠하다. 맥은 여러 개인데, 가운데 맥은 희고 굵다. 밑동은 긴 잎집으로 되어 있으며 털이 없거나 긴 털이 난다. 꽃은 9월에 줄기 끝에 부채꼴이나 산방꽃차례로 달리며 작은 이삭이 촘촘히 달린다. 꽃차례 길이는 10∼30cm이고 가운데 축은 꽃차례 길이의 절반 정도이다. 뿌리는 약으로 쓰고 줄기와 잎은 가축사료나 지붕 잇는 데 쓴다. 한국(전 지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갈대는 전국의 연못 가장자리, 도랑, 하천가, 강가, 바닷가 등 습하며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 물이 흐르는 곳보다는 물이 고인 영역을 좋아한다. 목질화 된 뿌리줄기로 뻗어나가며 큰 군락을 이룬다. 냉온대에서 난온대에 걸쳐 전 세계에 분포한다. 어린순은 식용하고 성숙한 식물은 지붕을 이거나 자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뿌리줄기 말린 것을 생약명으로 노근(蘆根), 잎 말린 것을 노엽(蘆葉)이라고 불리며 한방에 사용한다. 하천이나 호숫가의 조경용으로도 사용된다. 개체가 크고 번식력이 왕성함으로 대체 에너지 원으로 사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수질 정화에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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