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화단(꽃밭)에서 자주 보았던 꽃들 중에는 봉숭아꽃, 채송화, 분꽃, 샐비어(사루비아)꽃, 나팔꽃, 국화, 달리아꽃 등이 있었던 것 같다. 몇 년 전에 자주 다니는 절에서 분꽃 씨앗을 받아 텃밭에 심었는데, 지금은 텃밭 한쪽을 차지하고 여름부터 가을까지 곱게 피어나 갈 때마다 화사하게 반겨준다. 분꽃은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인지 첫해에는 몇 포기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웬만한 풀들을 제압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활짝 피어 있다. 나팔꽃처럼 햇살이 나오기 전이나 해가 질 때가 되면 꽃봉오리를 펼치며 피어나고 햇살이 두터운 한낮에는 꽃봉오리를 오므린다. 여름에는 붉은 꽃이 하나 둘 피어나다가 가을이 되면 한 그루에 무리를 지어 피어나 아름답다. 곧 주름진 동그란 새까만 씨앗이 맺히는데, 익은 씨앗 속은 분가루 같은 하얀 가루가 들어 있다.
살살이꽃이 가을 속의 고향을 그리게 하는 꽃이라면 분꽃은 어릴 적 학교 다니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교실 앞 화단 한쪽에 자리를 잡고 등교할 때와 하교할 때 곱게 피어나 재잘거리며 오가는 학생들을 말없이 바라보면서 곧 쑥쑥 자라서 예쁜 얼굴에 더 아름답게 보이려 하얀 분가루를 묻힐 날이 올 것이라고 혼잣말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학교 다닐 때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교복을 맵시 있게 입으려 하얀 칼라를 빳빳하게 다림질하고 명찰을 똑바로 달려고 했던 것 같다. 요즈음은 교복을 입지 않지만,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는 것이 훨씬 편하고 반듯한 언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벌써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지만 분꽃이 그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등에 나와 있는 분꽃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분꽃은 관상용으로 심어 기르는 한해 또는 여러해살이풀로, 분화(粉花)·자미리·초미리·자화분(紫花粉)이라고도 한다. 뿌리는 굵다.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마디가 굵고 높이 60-100cm이다. 잎은 마주나며 난형 또는 넓은 난형,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끝이 뾰족하다. 꽃은 6-10월에 가지 끝의 취산 꽃차례에 피며 향기가 나고 붉은색, 흰색 또는 노란색이며 식용색소 원료다. 잎을 염증약으로 쓴다. 자가 교배 및 타가 교배를 통해 분홍색, 보라색, 자주색, 크림색 등 다양한 꽃 색과 무늬가 나타난다(Showalter, 1934). 꽃 싸개 잎은 꽃받침처럼 보이며 녹색이고 5갈래로 갈라진다. 꽃잎은 없다. 열매는 난형이고 겉에 주름이 있으며 검게 익는다. 뿌리는 자말리근(紫茉莉根)이라고 하며, 이뇨·해열·활혈(活血)에 쓴다. 남아메리카 원산의 원예식물로 꽃 색과 무늬가 다양하다. 꽃말은 겁쟁이, 내성적, 소심, 수줍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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