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어릴 때부터 매미소리가 크게 들리면 더위의 절정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한밤중까지 매미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새벽부터 또 매미소리가 들려왔다. 지난주에 시골 텃밭에 갔더니 아로니아 나뭇잎에 매미 껍질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매미들이 우화등선(羽化登仙)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우화등선(羽化登仙)이란 뜻은 "사람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감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우화(羽化)는 원래 번데기가 날개 달린 나방으로 변하는 것을 말하는데, 번잡한 세상 일에서 떠나 즐겁게 지내는 상태를 비유하는 말이며 또한 술에 취하여 도연(陶然)한 모습을 일컫기도 한다고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赤壁賦)》 중 <전(前)적벽부>에 “훌쩍 세상을 버리고 홀몸이 되어 날개를 달고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만 같다(飄飄乎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매미가 껍질을 벗는 것은 새로운 성장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뱀도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한다. 그래서 선태사해(蟬蛻蛇解)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그 뜻은 매미가 껍질을 벗고 뱀이 허물을 벗는다는 의미이며,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 더 나은 상태로 변화하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사람들도 자주 현재의 상태에서 더 발전하도록 자주 껍질을 벗고 허물을 벗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흐르고 말았는데, 오전 일찍 애들 아빠와 함께 뒷산에 올라 약수도 떠오고 운동도 하고 왔다. 보통 오후 5시가 지나 뒷산을 올랐는데, 무더위가 극심하고 가뭄이 심한 가운데 저녁 시간에는 날파리와 모기들까지 달려들어 오전으로 시간대를 옮겼다. 오전이라서 그런지 오후 늦은 시간보다는 등산객들이 많았고, 운동기구마다 사람들이 기구를 잡고 땀을 뻘뻘 흘리며 근력 운동을 하고 있었다. 뒷산을 오르내리는 오솔길에 들어서자마자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심한 매미소리가 들려왔다. 초여름에는 거의 들리지 않던 매미소리가 이리도 우렁차고 요란하게 들리는 것을 보니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것을 알 수 있었다.
매미소리는 마음이 차분할 때는 아름다운 노랫가락으로 들리지만 조금만 마음이 흐트러지면 성가시고 시끄럽게 들린다. 오늘은 매미소리가 그리 싫게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마음이 가지런한 것 같았다. 약수터에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들려오는 매미소리에 빠져 어떻게 산길을 따라 올라왔는지도 몰랐다. 매미소리는 커졌다 작아졌다, 우렁찼다 약해졌다, 가까웠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잡념을 말끔히 씻어주기까지 했다. 약수터에서 맑은 약수를 마시고 근력 운동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매미들은 여전히 서로 다른 높낮이와 가락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무더위 따라왔다 무더위와 함께 가는 매미소리가 정겹다.
이러한 무더위도 앞으로 길어야 한 달이 아닐까 한다. 지금처럼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는 한여름이 하루라도 빨리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여름은 여름대로 더위야 하고 겨울 역시 겨울같이 추워야 한다. 사계절이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는 요즈음과 같은 때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보다 뚜렷했으면 한다. 무더위 속에서도 가끔은 비가 뿌려주면 금상첨화이겠는데, 문제는 비까지 내리지 않아 농작물들이 말라죽고 있어 가슴이 아린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던 계곡 물도 말라버리고 한낮도 되기 전에 농작물들이 비실비실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속이 타들어가기 때문이다.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면 제발 비 한 방울이라도 뿌려주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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