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도 넘게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애들 아빠가 시청에 다니는 후배가 고향에 배롱나무를 심는다고 한다면서 선산 근처의 밭에 우리도 배롱나무를 심자고 하여 이른 봄에 배롱나무 묘목 400주를 심었다. 그러고 나서 여름에는 작은 배롱나무가 잡초에 묻히지 않도록 낫으로 400평 정도의 배롱나무 밭의 잡초를 첫째와 함께 몇 번 베기도 했다. 그해 여름은 무덥기도 했지만 가뭄이 극심해서 심은 묘목의 반 정도가 말라죽기까지 했다. 결국 배롱나무 밭의 잡초 제거를 위해 예초기를 구입하였고, 지금까지 한해에 두 번 정도는 예초기로 벌초도 하고 배롱나무 밭의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그렇게 키운 배롱나무는 3년 째부터 붉은색 꽃을 아름답게 피워 400평 정도의 밭 전체가 배롱나무 꽃밭이 되어 있다.
매년 봄에는 가지치기를 해주었는데 올해는 가지치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아름답게 배롱나무꽃이 피어 있다. 배롱나무꽃은 목백일홍이라고 하며, 꽃이 백일 이상 피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은 배롱나무도 제법 자라 직경이 10cm 이상인 것들도 많다. 올해도 지난 주에 배롱나무 밭의 잡초 제거를 한번 했는데, 추석이 지난 뒤에 다시 한번 예초를 하면 될 것 같다. 초여름부터 피기 시작하는 배롱나무꽃이 붉게 활짝 피어나면 이글거리는 햇볕보다 더 강렬한 아름다움이 전해지는 것 같다. 한낮 파란 하늘이나 흰구름을 배경으로 곱게 피어 있는 배롱나무꽃은 한 폭의 그림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무더위조차 잊을 정도여서 그늘에 앉아 감상만 해도 즐거워진다.
처음 배롱나무를 심을 때는 어느 정도 자라면 가로수로 판매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는데, 그 이후로 배롱나무 재배를 많이 해서인지 아니면 가로수 수요가 없어서인지 판매할 방법이 없어 그대로 꽃밭으로 키우고 있다. 오래 전에 전라남도 순천을 지나 진도까지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곳에 가로수로 배롱나무가 많이 서 있는 것을 보았고, 전국 각지에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볼 수 있다. 꽃 색깔도 붉은색만이 아니라 분홍색, 보라색, 흰색 등으로 다양하고 꽃이 오래가기 때문에 관상용이나 조경수로 좋은 것 같다. 옛날에는 집안에 학문을 사랑하고 걸출한 인재(학자나 선비)가 나오도록 하기 위해 심는 나무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고택이나 고찰(오래된 절)에 가면 굵은 배롱나무를 볼 수 있다.
배롱나무는 자미화(紫薇花). 백일홍(百日紅), 만당홍(滿堂紅)이라고도 하며 약용으로도 쓴다고 한다. 배롱나무의 뿌리와 꽃 그리고 잎이 사용되는데, 뿌리는 방광염과 대하 및 설사에, 꽃(8월에 핀 꽃 채취)은 해산 후 출혈이 심할 때 차(100℃ 물은 70 ~ 80℃로 식힌 뒤 우림)로 우려 들거나 버짐 및 발진이나 두드러기에, 잎은 이질(거품 섞인 설사)과 습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배롱나무는 성질이 차서 장기 복용은 금하고 맛은 시다고 한다. 배롱나무의 뿌리는 연중 채취하여 그늘에 말리고, 꽃과 잎은 여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 쓴다고 한다. 배롱나무의 꽃말은 의외로 부귀라고 한다.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부산광역시 양정동에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된 배롱나무가 있다고 하니 구경을 가봐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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