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산과 들에는 칡꽃이 한창이다. 붉은색이 감도는 자주색의 꽃이 칡넝쿨을 타고 잎사귀 사이에 곱게 피어나 그윽한 향기를 바람에 실어 보내고 있다. 산속을 거닐다 보면 독특한 향긋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는데, 주위를 살펴보면 칡꽃들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칡은 산을 덮는 성가신 존재가 되고 말았다. 키와 상관없이 오를 수만 있으면 나무나 돌담을 가리지 않고 타고 올라가는 습성 때문에 한여름이 되면 칡넝쿨로 뒤덮인 산들을 볼 수 있다. 옛날에는 먹을 것이 없을 때는 칡뿌리를 캐와 그대로 잘라 씹거나 아니면 가루를 내어 죽이나 묵을 쑤어 먹었다고 한다.
며칠 전 뒷산 약수터에 갔다가 칡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보고, 벌써 세월이 이 만큼 흘러갔나 하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웬만한 나무들은 대부분 칡넝쿨이 타고 올라가서 어떤 나무인지 식별을 할 수 없게 만들어 칡의 생태계 교란이 만만치 않다고 여겼다. 10년 정도 지난 일이지만, 서울 조카 내에 갔다가 광교산을 등산하게 되었는데, 그때 산마루를 따라 걸어가는 길에 칡꽃을 보고 칡차라도 만들어 마시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칡차는 보통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하지만,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해주고, 감기 예방과 해열 작용이 있고, 피부에 영양 공급 등을 행한다고 한다.
칡은 콩과 식물로, 칠기 또는 칙(덩굴)이라고도 하며, 높은 산의 양지바른 곳에 자라고, 8월에 홍자색의 꽃이 피고, 9월에서 10월에 갈색의 협과를 맺는다고 한다. 칡은 식용, 공업용, 약용으로 쓰며, 암칡이 약 70%, 수칡이 30% 정도가 된다고 하며, 칡뿌리를 갈근(葛根)이라고 한다. 약용으로는 뿌리, 꽃, 잎, 어린 순이 쓰며, 초봄이나 늦가을에 채취한다고 한다. 앞에서 언급한 술 해독은 칡꽃을 쓰고, 차가운 기운에 상한 지독한 몸살과 번갈에는 뿌리를 쓴다고 한다. 요즈음은 연한 어린 순을 차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고 한다. 오래전에 칡뿌리를 캐와 담아놓은 칡주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시골에 한 번씩 들리면 칡넝쿨이 뒤덮인 야산 풍경을 자주 본다. 어릴 적에는 먹을 것이 없을 때라서 애들부터 어른들까지 칡이 보이면 보는 쪽쪽 모두 뿌리를 캐서 먹었기 때문에 칡 보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칡뿌리를 캐먹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어서인지 칡 나무 세상이 된 것 같다. 무엇이나 적당하게 있을 때는 상관이 없어도 그것이 정도를 넘을 정도로 왕성하게 번식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어져 오히려 사회적 병폐가 되고 만다. 칡도 마찬 가지이고 욕심도 스트레스도 집착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을 내서라도 텃밭 주변의 칡은 잘 정리하여 더 이상 번성하게 자라도록 하지 않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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