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오싹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 있어 벌써 이렇게 계절이 바뀌었나 하는 생각에 바깥을 내다보았다. 차츰 옛 모습을 잃어가는 에덴 공원이 멀리 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 아파트 사이로 황토색의 낙동강 강물이 멈춘 듯 출렁이고 있었다. 여전히 가을장마의 때문인지 하늘은 당장 비가 쏟아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 잔뜩 흐려 있다. 폭염과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던 여름이 언제 끝날까 했는데 가을장마와 함께 어느새 완연한 가을에 접어들고 말았다. 가을을 타서 그런지 갑자기 쓸쓸한 마음이 엄습하고 그리운 얼굴들과 잊고 있던 추억들이 아침 해와 함께 떠오른다.
코로나 19 괴질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편히 만날 수 없어 겨우 SNS를 통해 소식과 안부를 묻는 것이 고작이었던 나날이 벌써 1년 반 이상이 지나고 있다. 봄이면 봄꽃과 새싹을 찾아 산과 들로 나갔고, 여름이면 시원한 산과 바다로 함께 다녔으며, 가을이면 단풍이 곱게 물들고 살살이꽃이 하늘거리는 풍경을 즐겼고, 겨울이면 눈이 내린 강원도나 따뜻한 제주도로 찬바람을 맞으며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날이 언제 다시 올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하루라도 빨리 여름이 삽시간에 지나가듯 코로나 19 바이러스도 지구를 떠나 줬으면 좋겠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벌판, 잘 익은 감과 탐스런 사과, 은빛과 보랏빛 억새들이 장관을 이루고 서걱거리는 소리, 높고 푸른 하늘과 날쌘 구름, 예쁜 살살이꽃이 바람 따라 한들한들 춤추는 모습, 고추잠자리의 비상과 귀뚜라미 울음소리, 맑은 향기를 전하며 아름답게 핀 국화와 들국화, 곱게 물든 단풍과 산들, 수북이 쌓여 있는 낙엽과 바람에 나뒹구는 낙엽소리 등이 한꺼번에 빨리 다가올 것 같아 마음이 덩달아 바빠진다. 이번 가을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평소에 다녀오고 싶은 고찰과 산을 정해 한 달에 두 번 정도 찾아다니며 몸과 마음을 추슬러 볼까 한다.
이제 산 날보다 살아야 할 날이 더 적고, 해가 갈수록 몸이 이전과 달라진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걷고 움직일 수 있을 때 가고 싶은 곳을 계획을 세워 다녀오고, 하고 싶은 일도 망설임 없이 하면서 훗날 후회를 덜할 수 있도록 할까 해서이다. 삶보다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되는 것도 가을이 찾아와서가 아닐까 혼자 중얼거려 본다. 해가 갈수록 하루라는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여기는 것부터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고, 살 날이 그만큼 적게 남아 더 농도 짙게 살아라는 신호와 같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최대한 후회를 적게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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