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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살아가는 이야기

지는 해 잡으려고

by 감사화 202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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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에서 물을 길어 돌아오는 길에
서산으로 붉게 지는 해를 보고는
그 모습을 더 가까이서 보려는 마음에
따라잡으려고 달음박질을 쳤지만

산마루 넘은 해가 어찌나 빠른지
아무리 발을 동동거리며 달려도
따라잡기는커녕 점점 더 멀어져
가쁜 숨만 헐떡이며 저녁놀만 바라본다.

아침에 떠오르는 해도 빠르지만
저녁에 지는 해가 더 빠른 것은
어릴 적 나이 빨리 먹기 바라지만 더디고
늙어 나이 천천히 들려해도 쉬이 먹 듯

세월은 언제나 같은 빠르기로 나아가지만
언제나 마음만 허둥지둥 분주하니
올 때보다 갈 때가 더 순식간에 지나기에
늘 한결같이 살아가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해가 지고 있는 을숙도 하구언>
<저녁놀 속으로 숨어버린 해>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운동도 할 겸 약수를 길으러 뒷산을 올랐다. 아직도 여름이 남아서인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지만 한로(寒露)가 내일이라서 그런지 선선한 솔바람이 상쾌하다. 운동을 마치고 약수를 길러 해가 지는지도 모르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오는데 산자락에 걸린 붉은 해가 오늘도 괜찮았느냐 묻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꺼내 붉은 해를 담으려고 하는데 이내 산 뒤쪽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조금 서두르면 아래쪽 잘 보이는 곳에서 붉은 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달음박질을 쳐보았지만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가 너무도 빨라 따라잡지를 못하고 저녁놀만 바라보았다.

일출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지만 애타게 기다리면 해가 떠오르기를 바라던 때와 달리 일몰은 너무나 허망하게 어둠을 몰고 오는 것 같다. 우리들 인생도 태어날 때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모님의 은혜로 세상으로 나서지만 어떻게 살았던 한 평생을 살고 생을 마감할 때는 돌아가지 않으려고 해도 일순간에 세상을 등지게 된다. 해가 지는 모양을 볼 때마다 우리들 삶과 견주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아등바등 살아도 삶은 무상하기 짝이 없다. 살아있을 때만이라도 후회를 덜하도록 서로 믿고 사랑하고 배려하면서 이 세상에서의 소풍이 즐겁고 행복했다고 눈을 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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