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마지막 날인 오늘 오후 3시 철마에 있는 아홉산 정원에서 가든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2년 전에 우연하게 알게 된 분들(부부)인데, 아홉산 정원 쪽에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는 10년 가까운 시일이 걸렸다고 한다. 전원생활하기에 적합한 곳을 고를 때는 조용하고 산세가 좋으며 마을 인심이 후하고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곳이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여 20년 이상 정성을 들이고 땀을 흘려 지금의 아홉산 정원이 있게 되었다고 하셨다. 코로나 19 이전부터 봄이나 가을에 작은 음악회를 열었는데, 이번에는 시월 마지막 날을 택하여 국악 연주회를 갖게 되어 초대를 했다고 하시면서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마침 정오에 기장 쪽의 볼 일을 보고 아홉산 정원으로 향했는데, 해운대쪽은 주말에 나가지 않는 것이 시간을 버는 것 같았다. 곳곳이 정체여서 짧은 거리를 통과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결국 오후 3시 15분쯤 아홉산 정원이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3부의 프로그램 중에 1부가 시작되어 해금 독주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보통 해금을 두고 깡깡이, 깡깽이, 깽깽이라고 하는데, 그 이름은 해금이 우스꽝스러운 코맹맹이 소리를 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앵앵거리는 소리가 더 애닮게 들리는 듯하였다. 해금 독주에 이어 거문고 산조가 연주되었는데, 거문고는 왼손으로 괘를 짚고 오른손으로 술대를 튀기는 모습에 눈이 따라가니 절로 흥이 났다.
1부에 이어 2부는 시인들의 시를 작사하여 해금과 피아노 합주로 세 곡이 해설과 함께 이어졌는데, 눈을 감고 듣고 있으니 마치 신선이 된 듯 고요한 가운데 사랑과 이별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3부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곡으로 해금과 피아노 합주로 연주가 되었는데, 부인도 함께 연주를 하셨다. 아홉산 정원의 아름다운 가을 정취와 어우러진 소박하고 아담한 가든 콘서트는 어지러운 세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도록 해주었고, 찌든 가슴을 감미로운 선율로 씻어낸 듯 후련해지고 맑아지는 듯하였다. 관중들은 대부분 연주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이 아닌가 여겨졌고, 아홉산 정원을 무대로 제공한 부부와 지인 몇 분에 우리 부부가 전부였던 것 같았다.
가든 콘서트가 끝나고는 다과를 즐기며 그동안 아름답게 가꾼 아홉산 정원의 풍경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 네 번째 아홉산 정원 방문이 아닌가 하는데, 처음 왔을 때도 용담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는데, 올해는 더 많은 용담꽃이 피어 있어 더욱 아름다웠다. 산딸나무와 화살나무의 단풍도 고왔고, 청화쑥부쟁이꽃과 철도 모르고 핀 명자꽃 그리고 청아한 차꽃 등 가을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꽃들도 가을을 장식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었다. 지난번 왔을 때와는 달리 정원을 둘러보는 길을 모두 나무를 깔아놓아 다니기에도 편했다. 맑은 개울물 소리와 간간히 불어오는 소슬바람 그리고 따사로운 햇살까지 아홉산 정원의 정취를 몸과 마음으로 담을 수 있었다.
처음 아홉산 정원에 왔을 때도 마치 고향집에 온 듯 포근하고 편안했었는데, 매번 그런 느낌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오늘도 집에서 나설 때는 어떤 만남들이 있을까 하는 기대도 했었지만 막상 아홉산 정원에 도착하여 가든 콘서트와 아홉산 정원의 풍경을 대하고 있으니 처음 왔을 때도 똑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분의 온화하고 자상하신 말씀과 모습이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참석자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서 30분 가까이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코로나 19로 인해 서로 간의 만남이 여의치 않았다는 점에 대해 공감을 하였다.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고 정확하게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들의 삶은 어떤가 자꾸 뒤가 돌아봐진다. 시월 마지막 날의 행복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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