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기상청 일기예보에는 정오부터 두 시간가량 비가 오다가 늦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다시 비가 내린다고 하여 잔뜩 기대를 하고 기다렸다. 그래서 보통 오후에 가는 약수터도 오전 일찍 다녀왔다. 뒷산 약수터 가는 길도 겨울 가뭄 때문에 걸을 때마다 먼지가 폴폴 날리면서 등산화와 바짓가랑이에 달라붙을 정도였다. 약수터 운동 기구 있는 곳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올라와 열심히 건강을 챙기고 있었고, 약수를 길으러 물통을 배낭에 매고 온 등산객들도 많았다. 날씨가 풀려 완연한 산색도 달라졌고 봄기운마저 느껴졌으며, 그동안 얼어있던 약수터 수도꼭지도 완전히 녹아 약수 긷기도 좋았다.
그런데 정오가 되어도 빗방울도 돋지 않고 따사로운 햇볕만 내려 쪼이고 있어 또 기상청 일기예보에 속는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저녁 무렵부터는 비가 내리겠지 하고 자꾸 바깥으로 눈이 갔지만 지금까지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고 있다. 이제 기상청 일기예보가 한두 번 틀리는 것이 아니라서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비가 내린다는 희망적인(?) 예보가 있으니 혹시나 맞을까 해서 습관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이번 겨울 가뭄은 너무 심하다. 예년 같으면 겨울이라고 해도 한두 번은 적은 양이지만 비가 뿌려 뒷산을 오르는 길이 지금 정도로 먼지가 마구 흩날리지는 않았는데, 올해는 극심하다.
어제 텃밭을 다녀왔지만, 텃밭 식구들도 목이 말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했는데, 오늘 비가 올 것이니 조금만 참고 있으면 된다고 혼잣말을 하고 왔는데, 거짓말이 되고 만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아직 기상청 날씨누리 단기 예보에는 밤 9시부터 새벽까지 적은 양이지만 비가 온다고 예보가 되어 있으니 또 속는 셈 치고 두 손 모아 제발 한 방울이라고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하면서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 비는 참 얄궂다. 오라고 매달리면 애원할 때는 좀처럼 내리지 않고 애를 태우게 하다가 한 번 퍼붓기 시작하면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인정사정없이 마구 쏟아부어 감당을 못하게 하니 종잡을 수가 없어서 그렇다.
작년 후반기에는 넉넉하게 비가 내려 가뭄 걱정을 하지 않고 지냈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 거의 비가 오지 않아 올해는 가뭄이 애를 먹일 것 같은 예감이다. 혼자서 하늘을 향해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나 온갖 생각들이 든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자연이 스스로 그렇게 작용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지구 환경을 제멋대로 황폐화시키고 어지럽힌 업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겨울 가뭄이 극심해도 달리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것 같다. 모두 사람들이 뿌린 대로 거두는 자업자득이고 인과응보이기 때문이다. 좀 더 자연에 순응하면서 순리대로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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