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내내 봄비가 오락가락하며 내렸고, 기온까지 제법 내려간 것 같다. 영동지방에는 때늦게 많은 눈까지 내렸다고 하니 계절을 잊은 하루가 아니었나 한다. 아무리 기상 이변이 일어나도 봄은 개의치 않고 더 힘차게 새싹과 새순을 돋아나게 하면서 아름다운 봄꽃들로 산과 들을 수놓고 있다. 겨울 내내 땅속과 나뭇가지에서 꿈을 키워 왔던 생명들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무한한 기운을 분출하면서 한 순간이 다르게 세상을 바꾸어가는 재미로 난리법석이다. 새싹과 새순들이 기지개를 켜며 부르는 생명의 노래가 천지를 진동하고도 남을 것 같다.
며칠 전 늦은 밤 산책을 나갔다가 "봄맞이꽃"으로 풀이되는 중국 원산지의 영춘화(迎春花)를 만났다. 언뜻 보면 꽃 색깔이 비슷해서 개나리꽃과 혼동이 되는 영춘화는 이른 봄에 피는 대표적인 봄꽃이다. 개나리꽃이 꽃잎 끝이 뾰쪽하다면 영춘화는 꽃잎이 둥글고 여섯 개의 꽃잎으로 되어 있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바로 서로 다른 꽃임을 알 수 있다. 영춘화는 낮에 봐도 샛노란 꽃 색깔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 밤 그것도 달빛이 교교하게 비추는 가운데 보는 영춘화는 낮 못지않게 단박에 눈에 띄게 아름다워 돋보였다.
그림도 대부분 여러 가지 색상의 화려한 서양화보다는 흑백 위주의 동양화에 더 끌리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 동양인이 아닌가 혼자 피식 웃을 때도 있지만, 흑백은 아니지만 음영이 확연하게 도드라지는 캄캄한 밤에 보는 영춘화는 그 나름대로 색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다. 어두운 밤에 보면 멋진 봄꽃으로는 단연 백목련꽃을 들 수 있지만 영춘화도 백목련꽃에 못지않게 화사함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봄꽃이다. 모든 꽃들이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은 관심 때문이 아닐까 한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나 일도 각자의 관심에 따라 비중이 달라진다.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물과 일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사랑 때문에 몸살을 앓고 목숨까지 걸지만 다른 사람은 사랑이 뭐가 대수냐면서 사랑은 사치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무리 귀중한 보물이라도 어떤 사람은 갖지 못해 안달인가 하면 다른 사람은 돌처럼 여기기도 한다. 그만큼 관심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그 다른만큼 사람은 다양하다. 영춘화의 밤 자태에 홀딱 빠져 한참을 서성이고 있어도 그 많이 지나가는 사람들은 눈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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