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쌀쌀해진다는 느낌이다. 모레가 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니 기온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지난 여름이 특이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 체온이 기온 변화를 감당하지 못해서 그런지 지난해보다 더 빨리 추위가 다가온 것은 아닌가 하여 주위 사람들의 거동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그들도 역시 겨울 속으로 들어섰다고 느끼는 것 같다. 계절에 따라 기온 변화가 분명하고 뚜렷한 것은 우리나라 기후의 특징이기도 한데, 언제부터인가 여름과 겨울은 길고, 봄과 가을은 왔나 보다 하면 이내 가버리기 일수였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온대인 우리나라가 어느새 아열대로 바뀌어서 그렇지 않을까 한다.
가끔 불어오는 찬바람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빛바랜 나뭇잎들이 힘없이 떨어지고, 이미 땅바닥에 떨어져 쌓여 있던 낙엽들은 이리저리 나뒹굴며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지르고 있다. 두툼한 옷으로 무장하고도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넣은 사람들만 총총걸음으로 오가고 있다. 아직 이렇게 한겨울처럼 느낄 때가 아닌데 하면서도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 올해도 마무리를 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그러지 않아도 송년회를 한다는 이야기들이 간혹 들려와 벌써 그럴 때인가 하였는데, 한해도 잠깐인 것 같다. 한해 한 해가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라고 하지만 혼자 아직은 나이를 먹어 그렇지는 않다고 항변을 해보는 것이 고작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다 보니 몸이 움츠려 들고 활동 반경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아 마음을 내어 어깨도 펴고 걸음걸이도 힘차게 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한 마음만은 항상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적극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다짐을 해본다. 살아온 날이 살 날보다 많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퍼지지만, 아직은 아무런 탈없이 움직이고 말을 하며 다닐 수 있다는데 감사하며 지낸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여기며 행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대부분 그러지를 못하는 것 같다.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이 많아서 그런지, 하고 싶은 것보다 하지 못한 것이 더 많아서 그런지, 얻은 것보다 얻지 못한 것이 많아서 그런지 여전히 가지고 채우려고 애쓰는 모습들이다.
어제와 오늘은 뒷 베란다와 싱크대 주변 정리를 했다. 이것저것 효소도 담그고, 담근 효소를 걸러 병에 넣어 놓은 것들이 어지럽게 모여 있었는데 수납장을 두 개 구할 수 있어 거기에 꺼내 사용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무엇이나 모을 때는 하나 둘이지만 그것들이 많아지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가 되고 만다. 그러다 보면 보관은 하고 있으면서 어디 있는지를 모르다가 좀 더 지나면 그런 것이 있었나 하면서 다시 만들거나 사고 마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다. 정신을 차린다고 긴장을 해도 몇십 년 동안 반복된 습관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아 늘 다람쥐 쳇바퀴만 돌고 있다. 이번에 이렇게 수납장에 말끔하게 정리를 해도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 한다.
이틀간 몸이 수고를 했지만 나름대로 움직이고 나니 제법 말끔하게 정리가 되는 것 같아 보고만 있던 일을 해냈다는 안도감으로 마음은 후련하다. 단지 이틀이면 이렇게 마음은 물론 실제로 뒷 베란다와 부엌이 깨끗해지고 음식 장만할 때 방해가 되는 것들이 적어 동선도 짧아져 일하기도 편한데,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날씨가 쌀쌀해서 바깥으로 나다니지 않고 집안에 있으면서 이런 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긴다. 어제는 바람까지 강해서 체감 온도가 더 내려갔었는데, 오늘은 바람이 그다지 불지 않아 일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입동(立冬)을 지나면 기온이 더 내려갈 것이고, 앞으로 김장도 하면서 월동 준비를 나름대로 차근차근해나가야 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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