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가을을 지나 초겨울로 접어든 산과 들은 가을걷이가 끝나고 난 뒤의 허전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낙엽수들이 생존을 위해 떨어뜨린 낙엽들이 군데군데 수북이 쌓여 매서운 바람이 불면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흩날리고 밟기라도 하면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멀리까지 날아온 낙엽들은 배추와 상추를 띄엄띄엄 덮고 있으며 오솔길까지 흔적 없이 만들어 어디로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모르게 한다. 물기가 완전히 가신 낙엽들은 흙 색깔과 비슷하게 바싹 말라 서로 부딪혀도 바스락 소리를 지른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아직 잎을 내려놓지 못하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잎들도 차츰 힘을 잃으면서 조금이라도 바람이 거세지면 이내 잎들을 떨어뜨려 자유낙하를 하게 만든다. 숲 속에는 이렇게 떨어뜨린 잎들이 나무 가지에 부딪히거나 잎들 끼리 서로 맞닿아 바람소리와 함께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토록 푸르게 숲을 장식하던 초록 잎들이 가을만 되면 제각기 다른 색깔로 단장하고 사람들을 불러모았지만, 시간이 되니 울긋불긋 아름답던 자태들을 모두 벗어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홀가분한 여정을 시작하는 것 같다.

<갈참나무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

<반대 방향으로 본 낙엽 쌓인 길>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낙엽을 밟는 길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넉넉하고 푸근하게 제공하는 것 같다. 이렇게 낙엽을 밟으며 걷다 보면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보이고, 왜 이렇게 걸어야 하는지, 어떻게 걷는 것이 살아있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등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았던 도시에 매인 몸으로는 가져볼 수 없는 사치(?)를 아주 제대로 느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직은 기온이 뚝 떨어져 옷깃을 여밀 정도가 아니라서 가벼운 차림으로 아무런 꺼둘림도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행복을 누리지만 이것도 잠깐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때가 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련의 순환 여정인데, 괜히 쓸쓸해지는 것은 이 세상에 왔다 다시 돌아가는 이치를 미리 보는 속눈 때문은 아닐까? 만나면 헤어지고 태어나면 죽게 되어 있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순리라서 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아닐까? 일어났다 사라지는 구름처럼, 일었다 스쳐 가버리는 바람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쉼 없이 흘러내리는 물처럼 때가 되면 왔다가 때가 되면 가는 이치를 찬찬히 곱씹으면서 오늘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것을 걸고 나만의 길을 묵묵히 앞만 보고 가려한다.

 

<1분간 느껴보는 바람 따라 떨어지는 낙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