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의 하순을 달리고 있다. 2020년에 들어선 지가 엊그제 같은데 올해도 이제 40일이 채 남지 않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소설(小雪)이라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더 많고 생각하기도 싫은 순간들도 많았지만,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일들과 아름다운 순간들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에 자신도 놀란다. 부모님 슬하에서 자랄 때의 일들이 어슴푸렷하게 스쳐 지나가면서 그리움과 감사의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철부지로 두 분의 속을 얼마나 썩였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니 지금의 자식들의 말과 행동이 그때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어려운 가운데 결혼을 하여 딸과 아들을 낳아 기르면서 살아온 나날들을 떠올리니 다시 그때로 돌아갔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을 살면서 고생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마는 각자가 겪는 삶의 무게와 몰아치는 비바람과 눈보라는 그 순간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감히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 당시는 포기하며 주저앉고 싶었지만 눈에 밟히는 자식들 때문에 참고 버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저 높고 험한 고개를 넘었고, 어떻게 저런 고달픈 담벼락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는지 싶다. 다시 같은 길을 가라면 바로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그렇게 예순을 훌쩍 넘기고 나니 하루를 산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하루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찬찬히 그리고 세밀하게 살펴보면 순간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고 아슬아슬한 줄타기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발을 헛디딜 수 있고, 한 눈을 파는 사이에 생사가 갈리기도 한다. 24시간, 1천4백40분, 8만 6천400초이라는 시각 내에 숱한 일들이 일어나고 사라진다. 이러한 하루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고, 그런 달이 모여 일 년이 되며, 이런 해들이 이어져 한 생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를 사는 것이 결국은 한 생을 사는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그 하루 사이에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들도 많다.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상대는 대다수가 가족들이겠지만 직업에 따라서는 의사라면 환자들일 것이고, 선생이면 학생들일 것이며, 장사는 고객들일 것이고, 성직자는 신도들일 것이다. 보통 하루 동안 어떤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선생들은 하루 중에 학생들을 가장 많이 상대하게 되고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일이 주된 활동이다. 선생들은 하루 중에 학생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교육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사회의 혼탁한 물이 적게 들고 순수한 면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하루라는 정해진 시간을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 번쯤 스스로 자문해보는 것도 좋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하루로부터 시작하여 한 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하루가 의미를 가지고 중요하다. 오늘도 하루가 저물고 있다. 오늘 산 하루는 누구도 되돌릴 수 없고, 그렇기에 바꿀 수도 없다. 하루를 진지하고 알차게 보내야 일생도 그만큼 후회를 적게 하며 더 나은 하루인 오늘을 살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하루는 생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허투루 보내는 것은 자신의 일생에 대한 태만이고 무책임한 자세이다. 그러므로 하루를 잘 살도록 노력해야 후회를 적게 하면서 행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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