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김치를 담그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그때는 다시는 김장 김치를 담그지 않을 것이라고 단단히 다짐을 했었는데, 다시 김장 김치 담그는 때를 맞으니 어떻게 할까 벌써 걱정이 앞서면서 올해는 그냥 김장 김치를 담지 말까 하다가도 올 한 해는 더 담아볼까 하는 생각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금까지 거의 빠지지 않고 12월 초가 되면 김장 김치를 담아왔기 때문에 김장 김치를 담그지 않을까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기도 한다. 작년에는 텃밭에 배추가 제법 잘 되어 그것에다 아는 분에게 부탁하여 20포기 정도를 더해 소금으로 절였는데, 숨이 죽지 않은 것 같아 다시 소금을 치는 바람에 반은 버리고 말았다. 지금껏 김장 김치를 담으면서 그런 적이 없어서 속이 더 상했었다. 결국 그중 일부의 배추만으로 김장 김치를 담아 그럭저럭 겨울을 났고 여름까지 아껴 먹었다.
그런 일이 있은데도 해가 갈수록 김장 김치를 담는 일이 벅차다는 생각도 들어 올해는 김장 김치를 담아야 하나 아니면 담아놓은 김치를 사서 먹을까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김장 김치를 담그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어 시장에 가면 가격도 알아보고 부재료들도 눈여겨보고 있다. 옛날에 김장 김치는 우리나라 겨울 반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이었지만, 최근에는 사시사철 어디 가나 식탁에 오르는 약방의 감초와 같은 반찬이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대표 음식이라고 하면 바로 김치와 불고기라고 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김장 김치는 한 번 담아 놓으면 겨울에서 봄과 여름까지 아니면 일 년 내내 반찬으로 요긴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사서 먹기보다는 직접 담아 먹고 싶은데 힘이 따라 줄까 지레 겁부터 나는 것을 보면 나이가 들어서가 아닐까 한다.
올해도 텃밭에 배추를 심어두었는데 작년보다 속이 차지 않은 것 같아 김장 김치를 담으려면 15 포기 정도는 구입을 해야 할 것 같다. 지난번 시장을 둘러보니 한 포기에 2,000원 정도 하는 것 같아서 부담은 크게 되지 않지만 배추를 반으로 잘라 소금으로 간을 하고, 숨을 죽인 뒤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그와 동시에 부재료(무, 청각, 굴, 쪽파, 생강, 마늘 등)들을 준비하고 고춧가루와 멸치 젓갈을 넣어 버무려 둔다. 물기가 빠진 배추에다 만들어 놓은 고춧가루 반죽을 골고루 바른 뒤에 저장 용기에 차곡차곡 쌓아두면 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이 번잡하고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망설여진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외식하러 나가기도 힘든 상황이라서 집에서 주로 삼시 세끼를 장만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김장 김치는 담그는 편이 경제적이고 위생적일 것 같기는 하다.
지난주에는 텃밭에서 작은 무들을 뽑아와 깍두기를 담아 지금까지 맛있게 먹고 있고, 오늘은 수확한 무와 쪽파 및 고추 그리고 구입한 배추와 배 등을 사용하여 동김치는 담아두었는데, 남은 김장 김치 담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정을 못하고 있다. 가족들의 건강과 맛을 생각하면 조금 몸이 고달프고 힘이 든다 해도 김장 김치는 담아야 할 것 같고, 해야 할 일과 몸상태를 생각하면 그냥 넘어가고 싶기도 하여 혼자 끙끙 앓고 있다. 대부분의 주부들이 이맘때가 되면 겪는 선택의 고민이 아닐까 하지만, 그중에 많은 주부들이 올해까지만 하면서 또 김장 김치를 담그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는 이유는 김장 김치 담기가 힘이 들지만 담고 나면 해냈다는 뿌듯한 충만감과 함께 직접 담은 김장 김치를 먹는 것이 안전하고 건강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주절주절 글을 적다 보니 차츰 김장 김치를 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 같다. 올해까지만(내년에도 똑같은 구실을 대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김장 김치를 담그기로 하고 조금씩 부재료들을 마련하고 맛있는 배추를 15 포기 정도 구입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텃밭에 있는 속이 덜 찬 배추들 중에 반 정도는 뽑아와서 함께 간을 해서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머지 배추들은 봄동처럼 쌈을 싸 먹거나 나물 또는 배춧국을 끓여 먹어도 좋지 않을까 한다. 지난겨울도 그리 차지 않았기 때문에 올겨울도 매서운 날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텃밭에 그대로 세워 두고 필요할 때 뽑아와 아삭아삭한 맛을 즐기면서 반찬을 해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떻게 하든 다음 주까지는 김장 김치를 담아야 할 것 같으니 그때까지는 손과 마음이 바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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