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소설(小雪) 다음 절기로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이다.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려 있고 서해안 쪽으로 눈발이 돋을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어 혹시나 눈이 내리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었다. 겨울에 눈이 내리는 날을 보기가 워낙 드문 부산이다 보니 눈이 오려나 하는 기대감을 갖는 것만으로도 눈이 내린 듯하다. 아마 2015년 1월 말이라고 기억하는데, 우연히 강원도에 볼 일이 있어 가게 되었다. 거기 가 있는 동안 마침 눈이 많이 내려 눈 구경을 원도 한도 없이 했던 적이 있다. 눈이 내리면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가 눈에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또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바깥으로 나서고 만다.
그때 며칠을 묵고 왔는데, 도착한 날은 눈이 오지 않아 자동차로 다니기가 좋았다. 그렇지만 밤새 눈이 20cm 정도 내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바깥은 온통 눈부신 은빛 세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른 아침이고 길이 미끄러울 것 같았는데도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면서 눈으로 변한 세상을 즐기고 있어 보기가 좋았다. 눈이 올 때는 기온이 올라가 추운 줄을 모르지만 눈이 오고 난 뒤에는 기온이 떨어져 쌀쌀하고, 눈이 녹기 시작하면 질척거려 성가시고 미끄러질 우려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특히 눈이 오고 난 뒤에 땅바닥이 얼기라도 하면 더욱 미끄러져 넘어지기 쉬워 나아가 들수록 조심을 해야 한다.
풀들은 눈 속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지만 큰 나무들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 전혀 다른 세상인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앙상한 가지에도 눈이 쌓여 마치 눈옷을 입은 듯하고, 눈꽃이 핀 듯 보이기도 하여 마치 별천지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그날도 혼자 가만히 방을 빠져나와 뽀드득뽀드득 거리는 눈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숙소 주위를 돌아다녔다. 부산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풍경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백의 세상에서 동심을 펼치며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한참을 그렇게 걸었었다. 아침 햇살이 눈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비치니 더욱 장관이었다. 언제 또 이런 설국(雪國)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소나무 가지에 쌓인 눈과 첩첩이 둘러친 하얀 능선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마치 꿈을 꾼 듯하다. 그때 이후에는 일 년 한두 번 눈발만 돋거나 눈이 내린다고 해도 1 ~ 2cm 정도밖에 쌓이지 않으니 눈이라고 할 수도 없어 가끔 그날의 추억을 떠올린다. 아직은 겨울다운 날씨가 아니지만 올해도 잠시 흩날리고 마는 눈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해서 어지럽고 암울한 세상을 잠깐이라도 순백으로 맑히는 순간이 있었으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해서 기다려 봐야 하겠다. 12월의 두 번째 주가 시작되었는데, 코로나 19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는 그리 반갑지가 않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 19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안심하고 살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이렇게 대설(大雪)을 눈으로 추억하며 방안만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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