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중과 이번 주말에 걸쳐 치자 수확을 마쳤다. 7, 8년 전에 50 ~ 60cm 정도의 치자나무를 구해와서 심었는데, 심고 나서 3년 정도가 되는 해부터 치자꽃이 피고 치자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1.5m 정도 자라 작년에도 제법 많은 양의 치자를 수확하여 햇볕에 자연 건조를 시켜 형제자매와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눠주었고 집에서는 전을 붙이거나 튀김을 할 때 우려서 사용하고 있다. 올해는 약 13kg 정도의 치자를 수확한 것 같다. 치자나무 수는 고작 네 그루인데, 그중 두 그루에서 약 12kg를 땄으니 한 그루 당 6kg이라는 많은 치자가 달렸다는 계산이다. 한해 집에서 식용 및 염료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한다고 해도 200 ~ 300g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나머지는 지난해처럼 친척과 이웃들과 나눌까 한다.
하얀 치자꽃은 6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꽃 자체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고 마치 순박한 시골 처녀와 같지만 꽃향기가 아주 그윽하고 좋아서 텃밭에 가면 자주 향기를 맞는다. 치자 수확을 할 때 보면 치자꽃이 그렇게 많이 핀 것 같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많은 치자가 매달렸나 하는 착각이 들곤 한다. 치자나무 가지 끝부분 뿐만 아니라 무성한 덤불 안쪽까지 치자가 촘촘히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초여름에 치자꽃이 피고 나면 한여름에는 치자가 초록색으로 맺히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점차 커지다가 10월에 들어서면 조금씩 주황색으로 바뀐다. 11월 말이나 12월 초 수확할 때쯤이면 치자는 짙은 주황색이 되어 있어 햇빛을 받으면 아주 곱게 보인다. 수확할 때 치자속은 거의 붉은색에 가깝다.
올해는 12월 초(3일과 6일)에 치자를 수확하였는데, 치자나무 자체가 사철 나무이어서 영하의 날씨에도 잘 견디는 것 같은데 실제 생육 온도는 섭씨 16℃ 이상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는데도 오늘 치자 수확을 해보니 얼지는 않은 것 같았다. 텃밭 한가운데 심어놓으니 꽃이 피어나면 눈이 호강을 하고 코가 즐거워 관상용으로 좋고, 꽃이 지고 치자가 매달려도 파릇파릇 생기가 돋는 열매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여줘서 뿌듯하다. 그러다가 차츰 주황색으로 익어가면 가을을 느낄 수 있고 수확을 할 때는 수확의 충만감을 가져다주기까지 하니 더 바랄 것이 없다. 치자 잎은 머리카락을 검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여 어성초, 인동초, 측백나무 잎과 함께 약재를 만들기도 한다.
다음은 치자나무와 치자에 대한 경기도 농업기술원 조경식물소재도감과 한의학대사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치자(梔子)라는 이름은 치자를 세워놓고 보면 꼭 중국 술잔(삼국지나 중국 무협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음)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그때의 '치' 자는 '잔 치(巵)'이고 치자의 '치' 자는 '치자나무 치(梔)'이다. 그리고 치자꽃 향기는 리모닌(Limonin) 향이라고 하며 집안에 두면 폐에 좋지 않은 것을 모두 흡수한다고 한다. 치자를 우리면 주황색이 나와 옷감으로 노란색 물을 들일 때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 집에서는 삼베로 된 손가방과 모시 적삼을 치자 우린 물로 염색을 해보았는데, 한여름에 노랑 모시 적삼을 입고 노랑 손가방을 들고 다니니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치자(梔子)나무는 꼭두서니과에 속하는 상록성 관목이다. 원산지는 중국이며, 남부지방에서 재배하는 관상식물로 일본 오키나와, 대만, 중국에 분포한다. 이 열매를 옛날부터 황색 염색에 많이 이용하였다. 우리나라에는 1500년경 중국에서 도입하여 주로 남부지방에서 많이 재배하였다. 생육 적온은 16 ~ 30℃로 따듯한 온도에서 잘 자란다. 번식 방법은 삽목이며, 새로 나온 실한 가지를 10cm 정도 잘라 아래쪽 잎을 2 ~ 3 잎 따낸 다음 흙에 꽂으면 2개월 정도 지나서 뿌리를 내린다.
잎은 마주나거나 3개의 잎이 돌려나는데 긴 타원형 또는 넓은 거꿀피침모양이다. 길이는 3 ~ 10cm로 앞면에 광택이 있고 양면에 털이 없다.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잎자루는 짧다. 꽃은 6 ~ 7월에 유백색으로 잎겨드랑이나 가지 끝에서 피며 꽃잎은 6 ~ 7개이고 꽃받침은 끝이 6 ~ 7개로 갈라진다. 꽃부리는 긴 거꿀달걀꼴로 달콤한 향기가 짙으며 열매용의 치자는 홑꽃으로 수술은 6 ~ 7개이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길이 3. 5cm 내외이고 보통 세로로 6개의 모서리가 붙어 있다. 열매의 바깥면은 적갈색 또는 황갈색을 띠고 있으나 내면은 황갈색이다. 열매의 내부는 두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고 종자는 편평하며 5mm 정도인데 덩어리로 엉겨 있다. 9월에 황홍색으로 익는다. (출처: 경기도농업기술원 조경식물소재도감)
치자의 딴 이름은 산치자(山梔子) · 목단(木丹) · 월도(越桃)이다. 꼭두서니과 식물인 치자나무 Gardenia jasminoides Ellis의 익은 열매를 말린 것이다. 치자나무는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에서 심으며 북부에서는 온실에 심는다. 가을에 익은 열매를 따서 햇볕에 말린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다(3개월 이상 장기 복용은 금함). 심경(心經) · 폐경(肺經) · 위경(胃經) · 간경(肝經) · 삼초경(三焦經)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가슴이 답답한 것(심번 : 心煩)을 낫게 하며 습열사(濕熱邪)를 없애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또한 출혈을 멈추게 하고 부기를 가라앉히며 해독한다.
약리 실험에서 누런 색소 배당체인 가르데닌(크로친)과 그 분해산물인 가르데니딘(크로체틴)이 이담(利膽) 작용을 나타내고 치자의 탕약과 알콜 우림약은 혈압강하 작용, 항균 작용을 나타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잠을 자지 못하는 데, 황달, 임증(淋證), 소갈(消渴), 간열(肝熱)로 눈이 벌게지면서 붓고 아픈 데[결막염], 토혈, 코피, 부정자궁출혈, 적리(赤痢), 헌 데, 타박상 등에 쓴다. 적응증에 따라 법제하여 하루 6~12g을 탕제 · 산제 · 환제 형태로 만들어 먹는다. 외용약으로는 가루 내서 기초(약)제에 개어 바른다. 생것은 주로 해열약으로, 까맣게 덖은 것은 지혈약으로 쓰며 생강즙에 축여 덖은 것은 가슴이 답답한 데와 토하는 데 주로 쓴다. 비위(脾胃)가 허한(虛寒)한 데는 쓰지 않는다. (출처 : 한의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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