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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건강/맛에 대하여

튀김을 장만하면서

by 감사화 2020.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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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들의 추석 선물(온풍형 발마사지기)을 받고 나서 코로나 19 바이러스 전파 때문에 집에도 오지 못한단다. 그러다 보니 추석에는 혼자서 객지에서 지내야 할 텐데 먹거리가 걱정이 되어 반찬 몇 가지를 해서 보내기로 했다. 어떤 반찬을 보내는 것이 나을까 해서 5일 장에도 가보고 대형 마트에도 가서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다. 애들 아빠와 딸과 의논을 하여 미리 아들이 좋아하는 오징어 튀김을 위주로 하여, 손으로 잘게 찢은 오징어 무침, 잔멸치 볶음, 잘게 찢은 황태 볶음 등으로 정해졌다.

오전에 5일 장에서 봐왔던 오징어와 새우, 고구마와 연근 및 단호박 튀김을 미리 앞당겨 추석상 준비를 하기로 했다. 보통 제사가 있는 날은 반나절이 걸리는 일을 며칠 앞당겨해 놓으면 당일에는 조금 여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이 준비 될 것이라 여기니 일석이조(一石二鳥)이다. 튀김을 할 때는 텃밭에 직접 재배하고 있는 치자나무에서 수확한 치자(梔子)를 깨끗한 물에 우려내어 그 우린 물을 얼려서 사용한다. 그 우린 물에 튀김가루를 넣어 반죽을 한 뒤, 튀길 재료를 묻혀서 옥수수 기름으로 튀긴다. 그렇게 하면 색깔이 한 맛을 한다.

<텃밭에서 한창 영글고 있는 싱싱한 치자>

치자나무의 열매인 치자는 월도(越桃)라고도 불리고, 열을 내리는 작용이 있어 한의학에서는 여러 가지 출혈증과 황달 오줌 양이 적으면서 잘 나오지 않는 증세에 쓴다고 한다. 옛날에는 멍이 든 곳에 밀가루에 치자를 우린 물을 넣어 반죽하여 붙이는 민간요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간혹 집 안팎에서 오가면서 모퉁이에 부딪혀 생기는 멍에 요즈음도 가끔 사용하기도 하고, 가방이나 옷을 물들이기도 하는데, 멍든 곳에 치자 우린 물과 밀가루를 넣어 반죽을 해서 붙이면 퍼런 멍 색깔과 같은 것이 묻어나면서 점차 좋아지고, 물들인 가방도 옷도 아주 멋스러워 좋아한다.

<반으로 잘라 깨끗한 물에 우리고 있는 치자>

이번에는 싱싱하고 제법 큰 오징어 세 마리와 보리 새우 마흔 마리 그리고 고구마 세 개, 연근 한 뿌리, 작은 단호박 한 개를 튀김 했다. 오징어는 껍질을 벗기고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뒤 몸통을 삼 등분으로 나눠 자른 뒤에 약 1.5cm 폭으로 다시 자른다. 머리 부분도 몸통과 비슷한 크기로 자르고 다리는 다른 다리보다 긴 것은 둘로 나머지는 그대로 각각 자른다. 그것들을 튀김가루에 묻혀 둔다. 그 사이에 옥수수 기름을 끓여서 튀김가루 반죽 한 방울을 떨어뜨려 바로 떠오를 정도의 온도가 되었을 때 치자 우린 물에 반죽을 해둔 튀김가루에 장만한 재료를 다시 묻혀서 튀김을 시작한다.

새우는 껍질을 까서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훔친 뒤에 튀김가루를 묻히고, 고구마와 연근은 약 0.5cm ~ 1cm 정도의 두께로 단호박은 조금 더 두껍게 자른 뒤에 튀김가루를 묻히고, 오징어와 같은 방법으로 튀김을 하면 된다. 치자를 우린 물을 사용하면 맛도 맛이지만 색깔이 노릇노릇하게 튀겨져서 보기에도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대로 한 맛을 더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튀김이 그렇겠지만, 튀김의 완성은 눈으로 확인이 되기보다는 나무젓가락 끝에서 손으로 전해오는 바삭한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또한 튀기는 재료와 기름과의 사이에서 생기는 기포도 완성의 한 척도가 된다.

나무젓가락(보통 대나무로 만들어져 있음)에서 손으로 전해오는 바삭한 느낌이라는 것은 두 젓가락으로 튀긴 재료를 집었을 때의 단단한 정도인데, 물렁하거나 조금 촉촉한 느낌에서 바삭하고 단단한 느낌이 들었을 때가 튀김이 완성되었다고 보는데, 이때 눈으로 튀긴 정도를 색상으로 확인하면 실수가 적어질 것이다. 또한 튀기는 재료와 기름 사이의 기포 정도를 보면, 처음 재료를 끓는 기름에 넣었을 때는 강렬하게 기포가 발생하면서 소리도 요란하지만, 재료의 속까지 익어 완성이 되어갈 때는 기포가 일정하게 작아지도 소리도 잦아들게 된다.

보통 오징어 튀김부터 먼저 시작하고, 오징어 튀김이 끝나면 기름을 걸러내고 용기를 깨끗하게 닦은 뒤에, 이어서 새우 튀김을 한다. 그렇게 해야 새우 튀김이 깨끗하게 되는데, 이것은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화덕에 구워 먹을 때 불판을 한 번씩 가는 것과 동일한 효과이다. 사실은 튀김 한 재료의 냄새를 고려하면 야채들부터 튀기는 것이 순서이지만 제사나 차례상을 차릴 때는 개인적으로 야채들보다 생선이 우선이라고 여겨 오징어와 새우부터 튀긴다. 이렇게 오징어, 새우, 고구마, 연근, 단호박 튀김을 하고, 추석 차례상에 쓸 것은 따로 챙겨두고 아들에게 보낼 반찬을 만들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오징어를 좋아해서 자주 잘게 찢은 오징어 무침, 오징어 튀김, 오징어 구이를 자주 장만해주었는데, 이번 추석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고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이산 가족과 같은 신세가 되어 마음이 아프다. 지난번에 갖고 싶었던 발맛사지기를 추석 선물을 받아 고마운 마음에서 정성껏 만들어 혼자 보낼 추석날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당일 택배로 보냈다. 부모들 마음은 같이 있을 때는 한 가지라도 더 챙겨 먹이고 입히려 하고, 떨어져 지낼 때는 혹시나 몸에는 탈이 없고 굶지는 않는지 늘 염려하는데, 운명인가 보다.

<추석 차례와 아들에게 보내기 위해 장만한 튀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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