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례행사처럼 올해도 매화 꽃차를 만들고 있다. 어제 텃밭에서 직접 채취한 매화 꽃봉오리들은 곧바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어떤 꽃봉오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채취해 놓아도 저절로 피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채취할 때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냉장고에 넣어둔 것이다. 원래는 꽃봉오리를 채취해오면 곧바로 손질을 하여 꽃차를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는데, 어제 텃밭에서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었고 밤에 다른 일들이 겹쳐서 당일 꽃차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일찍 매화 꽃봉오리를 꺼내어 꽃봉오리 뒤에 붙은 꼬투리를 떼어내고 깨끗이 손질을 하였다. 그리고는 덖음 팬을 F점에 맞추고는 매화 꽃차를 만들고 있다.
매화 꽃차를 만들면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 먼저 매화 꽃차를 만든다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절로 설렌다는 점이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고매함을 잃지 않고 가장 먼저 봄을 전하는 매화가 꽃차의 대상이 되니 그런가 보다. 그다음으로는 매화의 아름다움과 그윽한 향기가 꽃차를 만드는 동안 내내 함께 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활짝 핀 매화도 눈이 부시지만 매화 꽃봉오리의 다소곳한 모습은 눈을 뗄 수가 없고, 손질할 때부터 꽃차가 완성이 될 때까지 매화 향기가 손끝은 물론 코끝 나아가 방안과 몸까지 물들어 버려 내내 그 향기에 취해 지낸다. 또한 매화 꽃봉오리 하나하나에 깃들이는 정성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꽃차를 만들 때도 정성을 다하지만 마실 때 역시 마음이 정결해진다.
이런 점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성도 많이 기울이며 힘이 들어도 매년 이맘때가 되어 절로 발길이 매화가 활짝 피어나는 텃밭으로 향하고 마음까지 덩달아 매화와 함께 하고 마는 어쩔 수 없는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어제 처음으로 매화 꽃차를 만들기 위한 매화 꽃봉오리를 따왔는데, 내일이면 첫 매화 꽃차가 완성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지금 한창 덖음 팬 속에서 수분을 날리며 꽃차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덖음 팬에 매화 꽃봉오리를 넣을 때는 가능한 꽃봉오리가 위쪽으로 향하도록 가지런하게 정리하는 일도 만만찮다. 그래야 꽃차가 만들어졌을 때 보기도 좋고 차로 우려내도 매화 꽃모양이 살아 눈과 입이 함께 즐거워지고 마음까지 맑고 평온하게 된다.
지금 집안은 온통 그윽한 매화 향기로 가득하다. 매년 봄이 되면 우리 집은 매화 향기로 두세 번은 코팅을 하는 것 같다. 덖음 팬에 올려놓은 매화 꽃봉오리들이 까슬까슬하게 완성이 되기까지 하루 정도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 부럽지 않은 무릉매원(武陵梅園)이 되어 버린다. 이렇게 매화로 시작한 봄은 매화 꽃차로 한 매듭을 하고, 이어서 목련꽃, 진달래꽃, 복숭아꽃, 모과꽃, 배꽃, 사과꽃 등이 차례로 피어나면 어떤 꽃으로 꽃차를 만들어 볼까 마음이 가는 대로 골라서 꽃차를 만들면 된다. 올해는 또 어떤 꽃차들이 만들어질지 아직 아무런 결정이 없지만, 지난해와는 다른 꽃차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꽃차가 만들어지면 그때그때 아름다운 꽃과 꽃차를 함께 즐기도록 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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