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점차 따뜻해지는 3월 초순부터 꽃봉오리가 맺히면서 중순이 되며 하얀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앵두꽃은 앵두나무 가지마다 다닥다닥 붙어 마치 꽃 회초리처럼 보인다. 매화를 시작으로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꽃들 속에 그리 눈에 띄지 않지만 한 송이 한 송이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아름답기는 다른 봄꽃들과 마찬가지로 꽃부터 피고 나서 잎이 나는 것은 다르지가 않다. 그렇게 앵두꽃이 피어나서 지고 나면 아주 작은 알맹이 같은 짙은 연두색의 앵두가 조롱조롱 매달린다. 그때는 열매라고 하기에도 초라할 정도이다가 점차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5월 말이 되면 어느새 알아볼 수 있는 빨간 앵두로 자라 입에 침이 감돌게 한다.
7, 8년 전에 자엽자두나무, 복숭아나무, 호두나무와 함께 구입을 하여 시골 텃밭에 두 그루를 심었는데, 3년 정도 지나서부터 꽃이 피고 앵두가 달리기 시작했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난 5월 말 어느 날 우거진 잡초 속에 빨갛게 익은 앵두를 처음 발견하고는 환성을 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지마다 빼곡하게 빨간 앵두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한 알 한 알 손으로 따면서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새콤달콤한 맛에 빠져 그랬던 것 같다. 사실 앵두는 살구나 복숭아 및 자두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매가 작기 때문에 하나씩 입에 넣는 것이 아니라 한 줌 입에 넣고 씨만 뱉고 껍질과 속살을 오물오물 발가 먹었다.
올해 5월 말에도 앵두가 빨갛게 익어 단연 돋보였다. 3월 중순에 앵두꽃이 핀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앵두가 매달렸고, 잘 익어 신록으로 우거진 텃밭이 정열의 이글거리는 명소로 삽시간에 바뀐 것 같았다. 일주일 사이에 완전히 잘 익어있어 수확하는 데만도 1시간 이상이 걸렸다. 올해 수확한 앵두가 10kg 정도 되어 일부는 깨끗이 씻어 한 줌씩 생 것으로 먹었지만, 나머지는 효소를 담았다. 지난 6월 3일부터 발효를 시켰으니 벌써 6개월 하고도 보름 정도 지났다. 한방에서는 열매와 가지를 약재로 쓰는데, 열매는 이질과 설사에 효과가 있고 기운을 증강시키며, 불에 탄 가지의 재를 술에 타서 마시면 복통과 전신통에 효과가 있다.
앵두나무는 장미과 식물로 앵도(櫻桃)나무라고도 한다. 야생 앵두나무도 있지만 재배하는 경우가 많은데, 옛날에는 우물을 팔 때 심는 나무(앵두나무, 복숭아나무, 풀은 속새) 중의 하나라고 한다. 세종대왕께서 좋아하였다고 하며 경복궁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앵두나무는 낙엽활엽관목으로 보통 1 ~ 3m까지 자라고 3월 중순부터 담홍색 또는 흰색 산형의 꽃이 피고 5월 말부터 붉은 핵과(씨가 있는 과일)인 앵두를 수확하며, 식용, 관상용, 약용으로 쓴다. 앵두나무의 열매인 앵두는 욱리인(郁李仁)이라고 하고, 씨는 장을 원활하게 하고 대소변을 잘 보도록 하는 반면 과실은 삭지 않은 음식물을 그냥 나오게(수곡리) 하거나 안색을 아름답게(영안 미) 한다. 성질은 열이 나고 평이하며 맛은 시고 쓰고 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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