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손아래 시동생의 둘째인 조카(딸)의 결혼식이 있어 서울을 다녀오게 되었다. 원래 지난 10월에 식을 올리려고 했었는데, 코로나 19 때문에 한 차례 연기가 되어 어제(3월 27일) 예식을 올렸다. 아직도 코로나 19가 수그러들지를 않아 다른 곳은 연락조차 않고 볼 일만 보고 돌아왔다.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라서 둘째가 작년 5월 전세로 입주한 원룸에도 처음으로 들리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에 도착하여 지하철로 원룸이 있는 곳으로 가니 마침 둘째도 조금 일찍 퇴근을 해서 합류를 하게 되었다. 짐을 간단히 풀고 둘째와 저녁을 먹기 위해 목적지로 가던 중에 우연히 옥상 그늘막 아래서 팔자 좋게 드러누워 자고 있는 견공(犬公)을 보게 되었다.
아직 어둠도 깔리지 않은 저녁 6시가 조금 지난 시각인데 저리 평화롭게 세상 모르고 단꿈을 꾸고 있는 상팔자를 서울 한복판에서 보다니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저래서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는가 하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애들 아빠도 둘째도 보면서 대단한 장면이라고 입을 모았다. 벌써 서울에도 벚꽃이 피어나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하는 가운데 주말이라서 그런지 가는 곳마다 차들이 길게 늘어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세상 모르고 늘어지게 잘 수 있는 견공(犬公)의 천연스럽고 초탈한 모습이 부럽기까지 했다. 이 상팔자의 견공(犬公) 이야기는 집에 돌아와서까지 화제가 되었고, 몇 군데 아는 분들께도 그 장면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 견공(犬公)의 상팔자를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마침 도로가 차들로 정체가 되어 있었고 동시에 신호등에도 걸려 꼼짝을 못 한 덕분(?)이었다. 견공(犬公)이 누워 있는 곳은 위쪽에 비나 눈을 맞지 않고 땡볕을 가리도록 텐트가 쳐져 있었고, 한쪽은 철망까지 쳐져 있는 2층 건물의 옥상 모퉁이였다. 더군다나 난간에는 아무런 팬스도 쳐져 있지 않아 잘못하면 옥상에서 추락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위험한 상태였는데도 거의 난간 끝자락에 머리를 걸치고 곤히 잠을 청할 수 있는 견공(犬公)의 담력과 신공에 보면 볼수록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스마트폰으로 담은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그 견공(犬公)의 자는 모습이 너무나 편안해 보였다.
비록 동물이지만 주인을 위해 집을 지키고 때로는 주인과 함께 나들이도 하면서 주인이 위태로울 때는 목숨까지 바치기를 마다하지 않는 충실한 지킴이 역할을 수행하는 견공(犬公)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의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과 비교를 해보면 누가 낫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너무나 자의적이고 이기적이며, 자신의 언행에 대해서는 무조건 자기 합리화와 자기 정당화를 내세우는 이중인격적 타성에 젖어 살아가는 삶이 도대체 무엇인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도 옥상에서 밤낮으로 어지럽게 돌아가는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그 견공(犬公)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칸초에게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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