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들어선지도 나흘째이고, 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淸明)이다. 어제 오후부터 내리던 비도 오전에 멈추고 잔뜩 흐린 날씨로 청명(淸明)이라는 절기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원래 청명(淸明)이란 말 그대로 날씨가 좋은 날을 의미하고, 날씨가 좋아야 봄에 막 시작하는 농사일이나 고기잡이 같은 생업 활동을 하기에도 수월하다는 것이다. 곳에 따라서는 손 없는 날이라고 하여 특별히 택일을 하지 않고도 이날 산소를 돌보거나, 묏자리 고치기, 집수리 같은 일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들은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겨우내 미루어두었던 것들이기도 하다.
비록 내일이 한식이고 식목일이지만 평일이기 때문에 오후에 성묘를 다녀온 집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지방에서는 청명(淸明)에 날씨가 맑고 바람이 자야 그해 농사가 잘 된다고 하기도 하고, 다른 지방은 날씨가 조금 흐려야 풍년이 든다고 하는 것을 보니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들의 생각에서부터 시작이 되고 그 성패 역시 사람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결정이 되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라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안 되는 일이 없고,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보통 밭농사는 청명(淸明)부터 시작한다고들 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가 급격하여 열흘 정도 앞당겨 밭농사가 시작되는 것 같다. 지난주 중에 텃밭의 흙을 일궈 들깨, 아욱, 대파, 상추, 쑥갓, 당근, 감초, 황기, 비트, 도라지, 더덕 등을 파종하였는데, 어제부터 내린 단비로 새싹들이 돋아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눈발이 돋았다고 하여 기온이 내려가면 파종한 농작물들이 싹을 틔우는 데는 시일이 더 걸리지 않을까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기온이 내려간다고 해도 이미 봄을 넘어 초여름으로 내달리고 있는 계절의 변화는 막을 수가 없다고 본다.
최근 중국에서 불어오는 심한 황사(미세먼지) 때문에 청명한 하늘 보기가 쉽지 않다. 전 세계적인 재앙인 코로나 19도 그렇고 황사에다 맨몸 김치 담기는 물론 동북 공정의 일환으로 벌이는 중국의 얼토당토않은 역사 왜곡을 접하면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정부의 무대응과 무책임한 저자세에 할 말을 잃는다. 엄연히 자주 국가인 우리나라의 식약청 직원이 중국의 속국이라고까지 했다는 보도를 들으면서 무엇이 잘못되어도 너무나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정부가 중국에 대해 단호하고 명쾌한 대응을 해야만 얕잡아 보지 않을 것이다. 청명(淸明)한 나라이기를 바란다.
다음은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나오는 청명(淸明)에 관한 내용이다.
청명(淸明)은 음력으로는 3월에, 양력으로는 4월 5~6일 무렵에 든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15도에 있을 때이다. 이날은 한식(寒食)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일 수 있으며,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있다. 중국에서는 청명(淸明) 15일 동안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오동나무의 꽃이 피기 시작하고, 중후(中候)에는 들쥐 대신 종달새가 나타나며, 말후(末候)에는 무지개가 처음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의 기록에 따르면,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며,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 그리고 3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준다. 이를 ‘사화(賜火)’라 한다.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이라고 한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서는 불을 나누어주는 일을 한식조(寒食條)에 기록하고, 청명(淸明)에 대하여서는 언급이 없다. 청명(淸明)과 한식(寒食)은 흔히 같은 날이 되기 때문에 뒤섞이는 경우가 많아 오늘날 민간에서도 뚜렷한 구분 없이 전해지고 있다.
농사력으로는 청명(淸明) 무렵에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하는데, 이것은 특히 논농사의 준비 작업이 된다. 청명(淸明)이 되면 비로소 봄 밭갈이를 한다. 청명(淸明)은 농사력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하나로 날씨와 관련된 속신이 많다. 청명(淸明)이나 한식(寒食)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되고 좋지 않으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점친다. 바닷가에서는 청명(淸明)과 한식(寒食)에 날씨가 좋으면 어종이 많아져서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하여 날씨가 좋기를 기대한다. 반면에 이날 바람이 불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파도가 세게 치면 물고기가 흔하고, 날씨가 맑아도 물밑에서 파도가 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경남 사천에서는 청명날의 날씨가 좀 어두워야 그 해 농작물(農作物)에 풍년(豊年)이 들고, 너무 맑으면 농사(農事)에 시원치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청명(淸明)에 나무를 심는데, 특히 ‘내 나무’라 하여 아이가 혼인할 때 농을 만들어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었다. 이날 성묘(省墓)를 가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청명(淸明)이나 한식(寒食)은 지상에 있는 신들이 하늘로 올라간 날이어서 특별히 택일(擇日)을 하지 않고도 산소를 돌보거나 이장(移葬)을 해도 좋다고 믿는다. 또 이날은 손이 없기 때문에 묏자리 고치기, 비석 세우기, 집 고치기를 비롯해 아무 일이나 해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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