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스무날이 채 남지 않았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더 실감 난 한 해였다고 해도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작년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올해는 정상적인 일상이 거의 없었던 것 같고, 코로나 19로 시작하여 코로나 19로 끝이 나는 한 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다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벌어진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기싸움, LH 공사의 내부 정보를 악용한 부동산 투기, 집값 폭등과 세금 폭탄의 현실화, 취업 절벽과 물가 상승, 재난지원금의 빚잔치, 국가와 국민 나아가 기업의 채무 악화, 여당 독주의 입법 밀어붙이기, 대장동 개발 사업 불법과 비리 의혹,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공약(空約) 남발과 말 바꾸기 경진 대회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던 것 같다. 이러한 혼란과 어려움은 올해 안에 모두 다스려졌으면 하는 바람인데, 쉽지 않을 것 같다.
매년 이맘때 교수신문에서 발표하는 대학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가 묘서동처(猫鼠同處)라고 오늘 보도되었는데, 의미심장한 사자성어이고 되새겨볼 만한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묘서동처(猫鼠同處)란 "도둑 잡을 사람이 한 패가 되었다"라는 뜻인데, 얼마 전 여당 대선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를 두고 특검을 요구하자 홍준표 의원이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뻔뻔하게 설친다"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비단 이것만이 아니라 경찰, 검찰, 법관이 범죄자와 한 패가 되어 무법천지를 만들거나, 은행 직원이나 공직자가 불법이나 부정으로 민원인과 야합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등을 자행할 때도 이 사자성어가 제격인 것 같다. 지난번 LH 공사 임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악용하여 불법 및 부정 투기 의혹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외에도 2위에서 6위까지의 사자성어도 혼란스럽고 어려웠던 올 한 해를 반영했다고 한다.
2위(21.1%)는 ‘인곤마핍(人困馬乏)’이었는데, 중국 후한 말 유비가 긴 피난길에 ‘날마다 도망치다 보니 사람이나 말이나 기진맥진했다’고 한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인곤마핍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서혁 이화여대 교수는 “코로나 19를 피해 다니느라 온 국민도 나라도 피곤한 한 해였다”라고 말했다. 인곤마핍은 40대 교수 사이에서는 묘서동처와 함께 공동 1위였는데, 교수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19로 힘든 시국에 정치판도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이어 3위(17.0%)는 진흙탕에서 서로 싸우는 개라는 뜻의 ‘이전투구(泥田鬪狗)’였다고 한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는 “국민은 코로나 19와 높은 물가, 집값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데 정치인들은 권력에 눈이 멀어 서로 비방하며 싸운다”며 “국민 눈에는 한심하고 혐오스럽게 보이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리고 4위(14.3%)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이었다고 한다.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서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찾으려 한다는 뜻인데, 그만큼 판단력이 떨어지고 융통성 없이 어리석은 사람을 비판하는 고사성어라고 한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부동산, 청년 문제 등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현실 정치권을 빗대어 표현하기 위해 추천했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어서 5위(9.4%)는 ‘백척간두(百尺竿頭)’였는데,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몹시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을 의미한다고 한다. 송혁기 고려대 교수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지혜를 모아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에도 숨 가쁜 현실인데 대선을 둘러싼 정치판을 보면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6위(9.0%)는 ‘아이가 물에 빠지려 한다’는 뜻의 ‘유자입정’(孺子入井)이 올랐다고 한다.
이들 올해를 상징하는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를 보면 다사다난(多事多難)한 가운데 얼마나 나라와 국민들이 어렵게 보낸 한 해였는지를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매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보면서 다음 해에는 나라가 안정되고 국민들이 평안하게 살 수 있다는 좋은 의미의 사자성어가 실렸으면 좋겠다고 희망하고 있는데 그런 해를 아직까지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또 똑같은 희망사항을 안고 새해를 맞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해가 갈수록 점점 각박해지고 어려워지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어 최소한으로 이전 해보다는 나은 한 해가 되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은 교수신문에 실린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에 대한 기사인 "도둑 잡을 사람이 한 패 됐다"의 원문이다.
-------------------------------------------------------------
도둑 잡을 사람이 한 패 됐다
윤정민 승인 2021.12.12 01:06
2021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
전국 대학교수 880명 설문조사
교수신문 2021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猫鼠同處)’ 휘호. 정상옥 전 동방문화대학원대 총장(문학박사)이 직접 썼다. 서체는 ‘행서(行書)’다. 정 전 총장은 중국 산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한민국 서예문인화 원로총연합회 공동회장을 지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심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교수들이 정의한 2021년 한국 사회는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 <교수신문>이 주관하는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는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라는 뜻으로,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된 걸 말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6개의 사자성어 중 2개씩 선정해 진행됐다. 묘서동처는 총 1천760표 가운데 514표(29.2%)를 받았다.
묘서동처는 <교수신문> ‘올해의 사자성어’ 추천위원단 중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가 추천한 사자성어다. 최 교수는 “각처에서, 또는 여야 간에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라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묘서동처를 지지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다양했으나, 여야 가릴 것 없이 “권력자들이 한패가 되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60대·사회)”와 같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 70대 인문학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우화시 「이노행(狸奴行)」을 인용하며 “단속하는 자와 단속받는 자가 야합하면 못 할 짓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처럼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겉모습만 다를 뿐, 공리보다는 사욕에 치우쳤다(60대·인문)”, “현 난국은 여야, 진보와 보수 구별 없이 기득권층의 야합으로 나타난 것(50대·사회)”, “범죄자를 잡아야 할 사람들이 범죄자를 두둔하고 옹호·변호하니 통탄할 노릇(60대·의약)”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로 묘서동처를 선택한 교수들도 있었다. 이들은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40대·기타)”라거나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60대·사회)”이라고 평했다.
※ ‘묘서동처’는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舊唐書)』에 처음 등장한다. 한 지방 군인이 자신의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빠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의 상관은 그 쥐와 고양이를 임금에게 바쳤다. 중앙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기뻐했지만, 한 관리만 “이 사람들이 정신을 잃었다”라며 한탄했다.>
<출처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 - 교수신문 (kyosu.net)>
'행복한 오늘을 위해 > 알아서 남 주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적 연금 생활자 내년 7월부터 건강보험료 오른다 (0) | 2021.12.21 |
---|---|
중국의 식료패권주의 대비해야 (0) | 2021.12.20 |
세무사도 골머리는 앓는다는 부동산세법 (0) | 2021.12.08 |
내년 정부 예산이 607.7조 원이란다 (2) | 2021.12.04 |
종부세 폭탄에 이어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탈락까지 (0) | 2021.11.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