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시작된 장마로 연일 궂은날이 이어지고 있다. 정작 비는 24일(금요일) 하루만 내리고 그다음 날부터는 잔뜩 흐리고 습도가 높아 무덥기만 하다가 갑자기 찔끔 비를 뿌릴 뿐이다. 오늘도 하루 내내 햇볕 보기가 어려운 흐린 날이었다. 고구마순을 키우려고 씨고구마를 늦게 심었는데, 지난 비로 고구마순에 제법 자라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텃밭 어디엔가 심어야 할 것 같아 집을 나섰다. 또 자두가 잘 익고 있는 것도 알기 때문에 먹을만하면 수확도 할 겸, 겸사겸사해서였다. 일요일이라 이른 아침도 아닌데, 도로는 차량이 그다지 없었다.
텃밭에 도착하니 간밤에 비가 내렸는데, 땅이 흠뻑 젖어 있었다. 먼저 고구마순을 정리하고, 씨고구마를 심었던 곳을 일궈 거기에 고구마순을 심었다. 올해는 고구마를 가장 많이 심은 것 같다. 직접 심은 씨고구마가 더디게 자라서 인터넷에서 호박고구마순을 구입했는데, 판매처에서 꿀고구마순을 보내는 바람에 호박고구마순을 다시 받게 되었고, 먼저 배달된 꿀고구마는 회수하지 않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고구마순을 200개나 심어야 하는 고역(?)을 치렀다. 거기에다 4월 말에 따로 씨고구마까지 심었기 때문에 올해 심은 고구마순은 300개 가까이 되는 것 같다.
텃밭에 씨고구마를 심어 자란 고구마순을 모두 심고 나서는 바로 자두 수확을 했다. 6월 초에는 언제 영글까 했는데, 열흘 정도 지나니 초록색에서 차츰 붉어지더니 자주색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비가 오기 전에 수확을 하려고 했는데, 이른 것 같아 결국 오늘 수확하게 되었다. 자두나무가 한 그루뿐이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두를 수확하게 되었는데, 맛도 좋고 양도 적당하여 우리 집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서 좋다. 너무 양이 적으면 모자라서 서운하고, 너무 많으면 처치 곤란인데, 적당한 양이라서 부담 없이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년만큼 자두 맛이 좋은 것 같지 않지만,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여 즐기기에는 조금도 손색이 없다. 하얀 자두꽃을 보면 어릴 적 고향 생각이 난다. 자두가 익기도 전이라 맛도 들지 않았는데, 무작정 따서 얼굴을 찡그려 가면서 먹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그때는 자두 끝이 조금이라도 빨간색이 돌면 바로 따서 맛을 보았으니 새콤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완전히 익은 뒤에 수확을 하니 달짝한 맛이 일품이다. 작년보다 자두 맛이 덜 단 것 같은 이유는 지난주에 내린 비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극심한 가뭄 가운데도 수확을 안겨준 자두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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