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으로는 11월 끝날이고 음력으로는 어제가 시월 보름이었다. 오늘도 제법 차가워서 아침에 바깥으로 나가니 기온이 어제보다 더 내려간 듯 저절로 옷깃을 여미었다. 기온이 떨어지면 텃밭에 심은 무가 얼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어떻게 할까 자지를 하다가 결국 오후에 무를 수확하고 왔다. 오후에는 날씨가 조금 풀려 그리 춥다고 여겨지지 않았지만, 내일 새벽에는 섭씨 0℃까지 내려간다고 하였고, 작년에 무를 수확한 날을 확인해 봐도 11월 30일이어서 그리 결정을 하였다.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늦게 무 씨앗을 파종해서 그런지 작년보다는 무의 크기가 작은 것 같았지만, 우리 집에서 먹는 데는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별 탈 없이 이 만큼 자라준데 고마울 따름이다.
텃밭에 오후 3시 가까운 시작에 도착을 하여 무와 배추 등을 살펴보았는데, 아직은 무나 배추가 냉해를 입지 않아 괜찮은 것 같았다. 우선 무를 뽑아서 한쪽에 모아 두고는 칼로 무의 끝부분을 잘라 뿌리와 무청을 따로 정리하였다. 무 뿌리는 일부는 집으로 가져와 동치미를 담그거나 뭇국을 끓이거나 무생채를 만들거나 하는 다양한 무 반찬 재료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텃밭에 그냥 묻어두고 겨울 내내 조금씩 가져와서 반찬은 물론 무밥이나 무즙을 해 먹을까 생각하고 있다. 무청은 베란다에 깨끗이 말려 시래깃국을 끓이거나 된장찌개를 끓일 때 넣어 먹을까 한다. 무는 뿌리부터 무청까지 버릴 것이 없는 아주 요긴한 채소이고 몸에 좋은 점이 많다고 하니 괜히 부자가 된 것 같다.
지난번에는 시골에 가서 뿌리가 채 굵지 않은 무를 수확해와서 바로 그다음 날 무 깍두기를 담가 지금도 맛있게 반찬으로 먹고 있다. 시장에서 구입을 해서 먹는 것과 직접 씨를 뿌리고 정성을 깃들여 키워 먹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먼저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고 안심하며 생으로도 먹을 수 있어 좋다. 그리고 맛고 더 아삭아삭하고 연하여 무엇을 만들어 먹어도 다르다. 특히 갈치나 고등어조림을 할 때 무를 아래에 깔아 두면 생선 맛보다 무 맛이 더 좋다고들 하여 기분이 좋다. 그냥 물에 깨끗이 씻어 연두색 부분을 잘라먹어도 단맛이 나고 즙이 많아 손쉽게 무생채 만들 수 있어 좋다. 무를 곁들인 반찬을 먹으면 속이 편하다.
동의보감에는 "무는 늘 먹는 채소로 기를 내리는 데 가장 빠르다. 음식을 소화시키고 담벽(痰癖)을 헤치며, 소갈을 멎게 하고 뼈마디를 잘 놀리게 한다. 오장에 있는 사기를 씻어내고 폐위(肺痿)로 피를 토하는 증상, 허로(虛勞, 몸이 쇠약해지고 지친 병증)로 여윈 증상, 기침 나는 증상을 치료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먹으면 영위(營衛)가 잘 돌지 못하게 되고, 수염과 머리털이 빨리 센다."라고 되어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서전에는 "무는 비타민 C의 함량이 20∼25㎎이나 되어 예로부터 겨울철 비타민 공급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 밖에 무에는 수분이 약 94%, 단백질 1.1%, 지방 0.1%, 탄수화물 4.2%, 섬유질 0.7%가 들어 있다. 또한 무즙에는 디아스타아제라는 효소가 있어 소화를 촉진시키기도 한다."라고 한다. 무 뿌리와 함께 무청 역시 겨울철이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웰빙 음식이라고 한다.
올해는 동치미를 맛있게 담아볼까 한다. 무를 수확해오기 전에 미리 아는 분에게 유기농 배추를 다섯 포기 구입해 놓았고, 오늘 무를 수확하면서 텃밭의 배추도 몇 포기 더 수확해왔다. 또한 쪽파와 대파까지 뽑아왔기 때문에 아직 김장 김치를 담그기까지 시간이 있으니 동치미부터 담을까 한다. 한해 살림살이도 김장김치가 끝이 나야 마무리가 되기 때문에 아직 보름 정도 뒤에나 김장김치를 담그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눈 깜짝하는 사이에 벌써 11월까지 와버렸다. 지나온 11개월을 뒤돌아보면 코로나 19만과 부동산 폭등만이 일 뿐이라 씁쓸하다. 마지막 남은 섣달 역시 무사히 보내고 항상 그랬듯이 희망찬 새해인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맞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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