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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 그리고 차/꽃과 풀

올해도 찾아온 부룬펠시아꽃

by 감사화 202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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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마지막 날이다. 옛날에는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들 했는데, 그 이유조차 모르면서 그렇게 알고 있었다. 얼마 전 미국의 노벨문학상을 받은 T. S. 엘리엇(Eliot)이 433 행이나 되는 긴 장편 시인 황무지(The Waste Land) 첫 소절에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첫 소절 일부만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봄과 겨울을 대비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겨울은 눈으로 모든 것을 덮어줘서 모든 근심과 걱정들을 잊고 아무런 고통도 없이 근근이 살 수 있었지만, 봄이 되니 겨울 동안의 고요함이 시끄러움으로 잊고 있던 근심과 걱정 등이 다시 살아나 욕망과 잡념으로 혼란스럽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겨울을 봄보다 더 사랑했고, 봄 중에 가장 꽃들이 많이 피어나고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4월이라서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겨울은 따뜻했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려주었다."

산과 들은 물론 아파트 베란다까지 봄꽃들이 차례를 바꿔가면 아름답게 피어나는 4월은 꽃들의 경연장이었고, 그런 봄꽃들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던 것 같다. 하도 많은 봄꽃들이 피어나고 지는 릴레이가 계속되다 보니 어떤 꽃이 언제 왔다 갔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순까지는 벚꽃의 세상이었다. 전국 어디서나 벚꽃을 볼 수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진달래꽃도 만발하였다. 그 뒤로 모과꽃, 배꽃, 사과꽃, 죽단화, 등꽃, 철쭉꽃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집 베란다에 홀로 집을 지키고 있는 부룬펠시아꽃 역시 올해도 잊지 않고 찾아와 그윽한 재스민 향기를 거실과 안방까지 골고루 전해주고 있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이번 주부터 보랏빛으로 한두 송이가 피어나더니 하루가 다르게 활짝 피어나 지금이 한창이다.

<밤에 보니 더욱 멋스러운 부룬펠시아꽃(4월 27일)>
<처음에는 짙은 보락색으로 피어나는 부룬펠시아꽃>
<어둠과 대비가 되어 더욱 돋보이는 부룬펠시아꽃>
<하룻밤 사이에 더 많이 피어난 부룬펠시아꽃(4월 28일)>
<낮에 보니 더욱 화사하고 멋진 부룬펠시아꽃>
<윤기까지 나는 부룬펠시아꽃>
<초록색 잎과 대비가 되는 보라색의 부룬펠시아꽃>
<가지가 휘어지도록 많이 피어난 부룬펠시아꽃>
<꽃과 꽃봉오리가 어우러진 부룬펠시아>
<이틀 사이에 꽃 색깔이 흰색으로 바뀐 부룬펠시아꽃(4월 29일)>
<흐드러지게 피어난 부룬펠시아꽃>
<흰색, 연보라색, 보라색이 섞인 부룬펠시아꽃>
<밤이 더 돋보이는 부룬펠시아꽃>
<꽃봉오리보다 꽃이 많은 부룬펠시아>
<가지마다 만발한 부룬펠시아꽃>
<활짝 피어나 꽃과 향기를 선물하고 있는 부룬펠시아꽃>
<확대시켜 본 부룬펠시아꽃>
<아름답게 활짝 피 부룬펠시아꽃>
<여러가지 재주를 부리고 있는 부룬펠시아꽃>

매년 이맘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인 부룬펠시아꽃은 이제 손님이 아니라 가족과 같다. 365일 24시간 항상 같은 집에서 살고 있으면서 적당한 시점에 지하수를 길러와 물을 주면서 정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피어나는 부룬펠시아꽃은 처음에는 진한 보라색의 고운 꽃을 피우다가 점차 옅은 보라색으로 변하면서 나중에는 흰색으로 바뀌는 변화무쌍하고 천진난만한 꽃이다.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던하고 성실한 것 같아 매년 4월 말이 되면 언제 피어나나 항상 바라보며 기다리기도 한다. 어떤 때는 부룬펠시아꽃이 피어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코에 익은 향기가 나는 것을 알고는 부룬펠시아꽃이 피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도 있었다. 올해는 예년보도 부룬펠시아꽃이 갑작스럽게 찾아와 일시에 만발하는 것 같다.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인가 보다.

부룬펠시아 꽃을 맞아

올해도 어김없이
그윽한 향기를 지피며
거실과 안방까지 들어와
해맑은 보랏빛 웃음을 짓는다.

언제 봐도 꾸밈이 없고
천진난만한 모습이기에
이제부터는 가족으로 여기며
더 반가이 맞아주기로 하였다.

언제까지 머물다 갈지
아직 얘기는 못하고 눈치만 보지만
하얀 웃음이 작별의 인사라는 것을 알기에
있는 동안은 아름다운 날들 되도록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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