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小滿)까지 지나고 나니 한낮에는 섭씨 30도 정도까지 기온이 올라간 완연한 여름이다. 오후 늦은 시각에 뒷산 약수터를 다녀왔다. 오후 5시가 지났는데도 햇살이 따갑게 내려 쪼여 그늘을 따라 걸으면서 산길로 접어들었다. 가뭄이 계속되다 보니 그늘진 산길도 발걸음을 뗄 때마다 먼지가 폴폴 날렸다. 하루라도 빨리 비가 내려주기를 간절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봐도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 무성하게 자란 나뭇잎들이 햇살을 가려주고 있었지만 가파른 산길을 천천히 올라도 이마에 땀이 맺혔다. 지난번에 오를 때 보지 못했던 분홍색의 땅비싸리꽃이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맞아주었다.
약수터로 가는 길 양쪽으로는 아직도 찔레꽃이 피어 있었지만, 지금은 국수나무의 국수꽃과 때죽나무의 때죽꽃이 더 기세 좋게 피어나 화사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찔레꽃 향기는 옅어지면서 국수꽃 향기가 진하게 사방으로 퍼지고 있는데, 그 향기가 마치 쌀겨 냄새와 비슷한 것 같았다. 국수꽃의 색깔은 하얀색이라기보다는 미색에 가깝고, 꽃 크기가 아주 작고 화려하기보다는 수수하여 순박한 시골 아낙네처럼 보였다. 국수꽃에 비해 때죽나무의 때죽꽃은 순백의 깔끔하고 화사하면서 꽃 크기도 오므린 찔레꽃 정도가 되어 쉽게 분간이 되었다. 어릴 적 산과 들에서 간혹 볼 수 있었는데, 비누 냄새가 나는 꽃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일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봄부터 여름에 접어들면서 피어나는 꽃들은 흰색 꽃이 많은 것 같다. 대표적인 하얀색 꽃으로는 백매부터 목련꽃, 배꽃, 아카시꽃, 찔레꽃, 때죽꽃, 큰꽃으아리꽃, 피라칸다꽃, 고광꽃, 산딸꽃, 병아리꽃 등이 있다. 흰색 꽃 다음으로는 노란색 꽃들도 많지만 흰색 꽃이 순수하면서도 깔끔하게 보여 더 마음에 끌린다. 이렇듯 산과 들에 피어나는 꽃들도 가지각색인 것처럼 사람들도 생긴 모습이나 마음 씀씀이가 너무 다양한 것 같다. 꽃이나 사람이나 생긴 모습이나 색깔 심지어 향기까지 다르기 때문에 각각 그 특징이 뚜렷하여 관심만 가지면 얼마든지 구분이 된다. 늘 아름답고 향기롭게 살고 싶은데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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