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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건강/건강에 대하여

북유럽을 행복하게 하는 3대 조건

by 감사화 20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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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6일은 결혼기념일이었다. 올해로 결혼한 지 벌써 42년이 되었으니 결혼 전보다 결혼 후를 더 많이 산 셈이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행복을 동경하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여 돈도 벌고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키우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취미 활동도 하고 여행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있다. 요즈음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돈만 많으면 행복할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아무리 돈과 재산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진실일 것이다. 돈은 삶을 살아가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어느 정도(?)만 있으면 그 다음에는 돈이 행복을 좌지우지 못한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연봉이 1억 원 이상이 되면 그렇다고 한다. UN 산하 자문기관인 SDSN(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 비영리 단체로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지수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23)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전세계 137개국 중 57위라고 한다. 2023년 보고서의 행복지수 순위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간의 각국의 1인당 GDP, 사회적 지지, 기대 수명,  자율성, 관대함, 부패 인식 등을 조사하여 정한 것이라고 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너무나 주관적이어서 이와 같은 항목들에 의해 수치적으로 정해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행복하냐 행복하지 않느냐 하는 기준은 개인적으로 얼마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행복지수에 의한 순위는 참고만 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또한 행복은 스스로 그 행복을 어떻게 인식하고 인정하느냐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유동적인 것이다. 그래서 단적으로 행복은 이것이다, 이렇게 하면 얻어진다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스스로 행복하려면 행복을 찾으러 헤매지 말고 늘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이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조선일보에 격주 화요일 독점 연재인 "세이노의 가르침"이란 글을 읽고,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여기에 옮긴다. 이 기사에서 복지의 천국이고 살기 좋은 나라라고 알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똑바로 알 수 있었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나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계속 남아 있다면, 비교 대상보다 자기 자신이 크게 열등한 경우가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에도 없으며 미래에도 없을 것이기에 행복지수는 다른 나라들보다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는 대목이 가슴에 와 닿았다. 기사 내용이 좀 길지만 찬찬히 읽어 보면 느끼는 점이 많을 것이다.

마무리로 북유럽을 행복하게 하는 3대 조건을 참고로 들면서 우리도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런 점을 새겼으면 좋겠다.

첫째, 자기를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잘 사는 이웃이나 친구와 비교하여 그보다 못 살고 있다고 깨닫게 될 때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 북유럽에서는 너도 나도 비슷하다 보니 서로 안도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끼게 된다.

둘째,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사회다. 우선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봉급의 절반 가까이 세금으로 내지만 정부가 나의 노후를 책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저항이 없다. 세금이 눈먼 돈이 되어 몇몇만 나눠 갖는 ‘한국식 부패’는 없다.

셋째, 과시적 소비 없이 알뜰살뜰하게 산다. 과시해서는 안 된다는 얀테의 법칙이 그대로 나타난다. 자연으로 나가서 캠핑을 하는 등 아웃도어 생활을 즐기지만, 한국처럼 고기 구워먹는 게 주목적인 양 준비하는 게 아니고, 소박하게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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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질부터 끊어라” 불행한 한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 [세이노의 가르침]

[격주 화요일 독점 연재] 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 sayno@korea.com 입력 2023.05.16. 07:00업데이트 2023.05.16. 07:18
 

✅ 북유럽 국가들을 통해 살펴본 돈과 행복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이 돈과 행복은 상관 관계가 있지만 돈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더 이상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을 발견하였다는 얘기, 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앵거스 디튼 (Angus Deaton)이 연 소득 7만 5000달러(약 1억 원)를 넘으면 소득과 행복이 더 이상 정비례하지 않음을 주장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얘기를 근거로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7만 5000달러 이상 벌게 되면 행복은 제자리 걸음을 한다는 글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번 글은 2주 전 칼럼(“북유럽은 천국이니 따라하자고?” 당신 세금부터 다 까발려라)과 연관 있다.

UN 산하 자문기관인 SDSN이 발표한 2023년도 세계행복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1위부터 7위는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순이며(이스라엘과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모두 북유럽 국가들이다) 미국은 15위, 일본 47위, 한국은 57위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그런데 한국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졌던 부탄과 네팔은 어디에 있을까? ‘은둔의 왕국’으로 불려온 부탄은 지난 2008년 왕정제에서 입헌군주제로 전환했다. 이때 정치적 목적에서 영국 통계학자 닉막스(Nic Marks)의 조언을 받아 독자적인 행복지수를 만들었다. 부탄과 갈등 관계였던 네팔도 흉내를 냈다. 2010년 닉막스가 활동한 신경제재단(NEF)은 부탄을 행복지수 1위 국가로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 발표된 세계행복지수 조사에서는 부탄과 네팔 모두 순위가 밑바닥에 있다.

행복이라는 것은 개인의 주관적 생각이고 이를 계량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 수치를 절대적으로 믿을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7위라는 한국의 행복지수 순위를 보면, “먹고 사는 문제에서는 웬만큼 수준에 도달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먼 헬조선이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을 유보하여라.

2023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기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앞에서 언급한 행복지수 순위대로 열거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행복지수를 산정할 때 사용되는 요소들은 매년 조금씩 바뀌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행복 여부를 측정하려는 의도가 덧붙여졌다. 설문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1인당 GDP, 평균 건강 수명, 문제 발생 시 언제라도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는지 여부, 삶의 선택에 대한 자유로움, 기부나 선행 행위의 유무, 부정&middot;부패 존재 여부, 어제 느낀 감정 중 웃음&middot;즐거움&middot;몰입에 속하는 것이 있는지 여부, 걱정&middot;슬픔&middot;분노에 속하는 것이 있는지 여부>

소득이 연간 7만 5000달러를 넘어서면 더 이상 행복과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그 수준까지는 거의 비례해야 한다. 그런데 행복지수 1위는 5만 4351달러이고 2위는 6만 8827달러이며 3위가 7만 5180달러다. 후순위를 보더라도 행복지수 5위는 6만 1098달러, 6위는 5만 5395달러, 7위가 10만 1103달러다.

뭔가 순위가 이상하지 않은가? 어째서 행복지수 1~7위 국가들 중 1인당 명목 GDP가 가장 낮은 핀란드가 행복지수 1위일까? 또 미국이 7만 5000달러를 넘는데도 행복지수가 15위인 것을 보면, 결국 수입이 많아도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말은 맞는 것 아닐까? 맞는 말 아니다.

나는 돈과 인생에 대한 글을 20년 전부터 썼다. 하지만 “돈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행복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거나 “7만 5000달러가 행복의 최고점”이라는 내용은 단 한 번도 인용한 적이 없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부자가 되는 세월을 경험한 당사자로서, 그런 얘기들은 영어 원문을 잘못 번역하였거나 원문의 일부분만 인용해 잘못 퍼진 개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이 글 말미에서 설명할 것이다.

“행복은 우리가 소유한 것들이 유형의 것이건 무형의 것이건 상관없이 그 양과 질이 증가하는 과정이 계속될 때 얻어진다.” 즉 행복은 어떤 성공의 도착점에 도착하여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고, 변화의 길을 걸어가며 내딛는 발걸음마다 계속 남겨지는 발자국처럼 쫓아오는 것이다.<세이노의 가르침 328쪽>

<핀란드 관광청 사이트에 접속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happiest country in the world)'라는 문구가 제일 먼저 뜬다. 사진은 핀란드의 올드타운인 포르보./비지트핀란드>

전 국민 소득 자료를 공개하는 북유럽 국가는 과거 행복지수 조사에서 보수 차이에 대한 만족도가 다른 나라들보다 평균 20%포인트 이상 높고, 삶을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점에서는 25%포인트 이상 높았다.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다’는 비중도 20%포인트 이상 높고, 부정부패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도 아이슬란드는 세계 평균에 근접하지만 그 외의 북유럽 나라들은 매우 낮다. 기부나 선행 의식은 다른 나라들보다 평균적으로 20배 이상 높다. 그래서 행복지수가 높은 것일까? 절반만 맞는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 “잘난 척 하지 마라” 얀테의 법칙

과거 북유럽 전체를 다스렸던 역사를 갖고 있고 행복지수 2위로 나오는 덴마크에는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이라는 것이 있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법칙이었으나 덴마크의 어느 작가가 소설 속에서 가상 마을 얀테의 10가지 지침으로 소개하면서 그렇게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종종 ‘옌틀로운 법칙’이라고 불리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간단히 말해서 잘난 척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두 ‘도토리 키재기’이며, 너보다 잘난 사람도 없으니 불행해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못한 것도 없으니 서로 존중하면서 조용히 살라는 뜻이다.

10개 규칙들에 이어서 일종의 형벌 규칙 하나가 나오는데, 직역하면 “우리가 너에 대해 조금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Perhaps you don’t think we know a few things about you?)”라는 것이다. 의역하면 “우리가 너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해?”가 되는데, 도대체 무슨 뜻일까?

우리 식으로 말하면 “네 죄는 네가 알렸다”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 말을 듣는지도 모르고 무슨 벌을 받게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그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으며, 모든 것에 책임이 있다는 것과 같다(이 말을 강도가 하는 경우엔 “갖고 있는 거 다 내놔”라는 뜻이 되지만 강도를 당한 사람이 하게 되면 “나는 당신을 전혀 모르니 그냥 보내 줘”가 될 수도 있다).

<"튀지 않게 살아야 해." 북유럽의 뿌리 깊은 문화 코드인 '얀테의 법칙'이 잘 나타나는 사진./헤이스웨덴>

북유럽에서 얀테의 법칙은 광범위하게 통용된다. 옷도 비슷하게 입고 비슷한 차를 타며 가구조차 비슷하다. 튀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끼가 있어 좀 튀는 사람들은 적응을 못해 자살도 한다는 말이 나온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이미 나를 남과 비교한 것이다.

내가 남보다 더 높은 곳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현재 있는 위치에 만족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런 생각의 이면에 얀테의 법칙이 깔려 있는 것이다.

얀테의 법칙에 대해 부인하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북유럽 사람들 대다수의 생각과 행동에서는 어느 정도 나침반처럼 작용한다고 보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얀테의 법칙을 따른다면, 비슷한 사람들끼리 사는 것이 뱃속 편하다. 그래서 북유럽에는 극소수의 귀족 부자들이 사는 동네와 작위는 없으나 부자인 사람들만 모여 사는 동네가 자연적으로 생겨났다.

겉으로 보면 대부분 평범해 보이는 지역인데, 전혀 튀지 않고 무척 수수해 보이는 노인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집 안에 들어가보면 이케아 같은 중저가 가구 같은 것은 하나도 안 보이고, 세면대 수도꼭지부터 완전 급이 다르다. 이런 곳들은 20평도 안 되는 아파트가 우리 돈으로 150억 원 이상을 호가하기도 한다.

<영화 '빅리틀라이즈'로 골든글로브를 수상했던 스웨덴 배우 &lsquo;알렉산더 스카스가드&rsquo;는 트로피를 친구 집에 몇 달 맡겼다가 찾아왔고 가방 속에 깊숙이 숨겨 놓기도 했다. 전부 '얀테의 법칙' 때문이었다고 한다./조선DB>

✅ 북유럽에선 부자도, 서민도 모두 세금 낸다

한국에선 국민의 평등한 삶을 추구하는 북유럽의 여러 사회복지 제도에 대해 부러워하면서 우리도 그 나라들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튜브에서도 그런 영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꿈 깨라.

실상은 이렇다. 북유럽 국가들은 독일 비스마르크의 국가관, 즉 정부가 국민을 책임지는 보편 복지형 국가를 지향하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시행해 온 나라들이다. 병원비부터 교육비까지, 직장을 잃어도 실업 수당을 준다. 하지만 그 돈은?

노르웨이처럼 바다에서 석유가 발견되어 대박을 터뜨린 나라조차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넘겨받아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방식이다.

복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북유럽에서는 작은 편의점에서 일하고 월급 100만 원을 받아도 20 ~ 30% 정도는 세금으로 내야 한다. 세금을 안 내는 면세자 비율은 5% 내외에 불과하다(한국은 37.2%). 연 소득이 6,000만 원 정도만 되어도 절반 정도는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스웨덴을 빼고는 저축율이 한국보다 못하고, 가계부채 순위도 한국보다 대부분 높다. 선대에서 물려받은 집이 없으면, 스웨덴처럼 100년 이상 장기 분할 상환으로 집을 사거나(증손자 정도가 집을 물려받을 듯), 내집 마련 대신 평생 월세로 살다가 죽는다.

실업자가 되어도 국가에서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돈은 주니까, 월급을 다 써버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국민 중 1% 미만의 두목, 부두목은 ‘차이나는 클라스’의 부자로 따로 살고 있고, 나머지 국민은 부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지도 못한 채 고만고만하게 산다. 소비재 역시 비싸거나 싸거나 둘 중 하나고 어중간한 상품은 팔리지 않아 진열대 위에서 먼지만 쌓인다.

북유럽 사회주의나 구소련 공산주의나 목표는 모두의 평등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1991년 말 소련이 붕괴되고 나서 몇 개월 후 나는 모스크바에 있었다. 2년 전에 이미 맥도날드 햄버거가 모스크바에 굉장히 큰 규모로 개장을 하였기에 러시아인 사업 파트너와 매장에 가서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 패티에 기름이 너무 많아서 당황하자, KGB 출신인 파트너가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소련은 고기도 배급제였어. 실상은 당이나 노조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간부들이 먼저 살코기를 나눠 갖고, 나머지를 인민들에게 주었어. 그걸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사람들은 고기에 기름이 많아야 맛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지. 그래서 햄버거 패티에 기름이 많은 거야. 나도 이거 맛없어.” 공산주의와 보편적 사회주의의 뚜렷한 공통점은 1%의 잘 사는 두목, 부두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나 더, 소련이 붕괴되기 전후 전세계 언론들은 빵을 사기 위해 추위 속에서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굶어 죽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처럼 보도했었다. 천만에. 배급되는 빵보다 더 맛있는 빵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었다. 90년대 후반, 하바롭스크에 몇 차례 갔었을 때 내가 가장 크게 놀란 점은 체감온도 영하 30 ~ 40도의 한겨울 저녁에도 길거리에서 작은 투명 비닐 상자 속에 꽃 두세 다발을 넣고 백열전구로 온도를 유지하는 꽃장수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는 것이었다.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는 서류상으로는 완벽해 보일지 몰라도 현실 속에서는 전혀 아니다. 복지 제도가 잘되어 있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가난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테니 그냥 그럭저럭 삶의 여유를 느끼며 살고, 부자가 될 생각은 하지 마라. 네 이웃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부러워할 것도 없게 해 줄게”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보모 국가’(Nanny State)라는 비웃음도 받는다.

세계에서 독서를 제일 많이 하는 나라로 스웨덴이 꼽히지만, 다른 북유럽 국가들 역시 독서하는 인구 비율이 높다. 나가서 쓸 돈이 별로 없으니 집에서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가장 큰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도, 부자가 되기 위한 자기계발 도서는 미국에서 넘어온 영어 서적들을 빼면 찾아보기 어렵다. 북유럽 전체가 그렇다고 말해도 된다. 튀면 안 되니까, 위험을 무릅쓰고 무엇인가 새롭게 시도하는 것도 꺼린다. 그러다 보니 대박 날 기회도 없다. 그래서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도박과 복권이 당신이 상상하는 수준 이상으로 엄청 인기를 끈다. 심지어 도박이 불법으로 금지된 노르웨이에서조차 그렇다.

<스웨덴에는 '스피드 로또'라는 제도가 있다. 과속 차량은 과태료를 내지만, 규정 속도를 지킨 운전자는 운이 좋으면 상금을 받을 수 있다./실버로또>

✅ “부자 될 필요가 있어?” 낮은 임금 격차

무엇보다도 세금이 많다 보니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단적으로 말해서 말단 하급 직원과 사장과의 임금 격차가 많아야 5배 정도이고, 의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와 청소부의 월급 차이도 3배 미만이다.

덴마크는 연간 소득이 하위 40%를 살짝 넘어가면 절반 가까이 소득세를 내기 시작한다. 노르웨이는 버스 기사 연봉이 거의 대학교수 연봉에 근접한다. 소득과 납세 실적이 모두 공개되는 환경에서 봉급을 너무 많이 받으면 미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니 스스로 삼가게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공무원 봉급을 온라인으로 공개한 후 최고위직 봉급이 평균 7% 줄어든 사례도 있다. 공무원 세계 안팎에서 “너무 많잖아” 라는 비난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차이도 15 ~ 20% 정도라서 기를 쓰고 대학에 가는 분위기도 아니다. 두목, 부두목 수준으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외계 생명체 같은 존재로 받아들이니 질투심이나 시기심 역시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개개인이 살아가는 모습이 이웃과 엇비슷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일일이 비교할 필요도 없다. 정치인들의 부패 행위 역시 드물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아주 높다.

<북유럽 나라들은 국기 모양도 비슷해서 튀지 않는다./조선DB>

✅ 북유럽을 행복하게 만든 3대 조건

바로 여기에 행복의 비밀이 있다(이게 이번 칼럼의 주제이다).

첫째, 자기를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잘 사는 이웃이나 친구와 비교하여 그보다 못 살고 있다고 깨닫게 될 때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이스털린과 카너먼도 이것을 중시하며, 나는 이것을 비교 의식이라고 부른다). 북유럽에서는 너도 나도 비슷하다 보니 서로 안도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끼게 된다.

둘째,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사회다. 우선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봉급의 절반 가까이 세금으로 내지만 정부가 나의 노후를 책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저항이 없다. 세금이 눈먼 돈이 되어 몇몇만 나눠 갖는 ‘한국식 부패’는 없다.

셋째, 과시적 소비 없이 알뜰살뜰하게 산다. 과시해서는 안 된다는 얀테의 법칙이 그대로 나타난다. 자연으로 나가서 캠핑을 하는 등 아웃도어 생활을 즐기지만, 한국처럼 고기 구워먹는 게 주목적인 양 준비하는 게 아니고, 소박하게 떠난다.

박노자는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라는 책에서 북유럽 사람들의 소비 행위를 ‘절약의 집념’으로 표현한다. 교수들조차 거의 예외 없이 모두 점심 도시락을 싸 와서 먹고 집에서 가져온 인스턴트 커피에 공짜로 주는 물을 부어 마시면서 “오늘은 돈을 한 푼도 안 썼다”고 자랑한다(얀테의 법칙에서도 그 정도 자랑은 허용되나 보다).

나는 사업차 30년 전부터 북유럽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10년 전 노르웨이에 갔을 때의 일이다. 아틀란틱 오션 로드를 남쪽에서 건너가면, 작은 휴게소가 있었다. 내가 가져간 컵라면에 뜨거운 물 좀 부어 달라고 했더니 차 한 잔 가격의 2배를 내라고 하더라. “동양인이라서 바가지 씌우나”하는 생각에 왜 그렇게 비싸냐고 물었더니, 전기와 가스가 없어서 집에서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아오는데 커피나 차를 팔 때 사용해야 한다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기꺼이 돈을 냈다. 그런데 주유소에서도 뜨거운 물은 돈을 내라고 하더라. 공짜가 없는 나라다.

서두로 돌아가서 ‘이스털린의 역설’과 7만 5000달러에 대한 진실은 이렇다. 책을 보면 학술적으로 서술되어 있기에 내가 쉽게 설명하겠다.

이스털린이 발견한 것은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 다 같이 소득이 오르면,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봐도 더 나은 것이 없어서 행복은 그대로다. 예전에 가난했던 나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소득이 증가한다고 하여 행복이 증가하지는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소득이 7만 5000달러를 넘어서면 결국 주변 사람들도 다 같이 올라간 것이며, 시간이 흘러 8만 5000달러를 벌게 된다고 해도 주변이 모두 비슷하고 딱히 자기만 더 잘 산다는 느낌은 없기 때문에 행복은 정체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즉 행복지수는 소득이 웬만큼 올라간 이후부터는 주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어야 상승하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남들과 사회적으로 비교해 볼 때를 전제로 한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나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계속 남아 있다면, 비교 대상보다 자기 자신이 크게 열등한 경우가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에도 없으며 미래에도 없을 것이기에 행복지수는 다른 나라들보다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브런치스토리에 작가 &lsquo;나인&rsquo;이 이스털린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쓴 글이 있는데 내 생각과 일치해 안도했다. 사진은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조선DB>

결론1️⃣ 한국이 행복해지려면

한국 행복지수가 높아지려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첫째, 국민의 절대다수가 비슷한 수준이 되어야 하고 그 복지 자금을 마련하려면 북유럽처럼 거의 전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나눠주는 방식이 실행되어야 한다. 단돈 100만 원을 버는 저소득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부의 집중이 초격차로 북유럽처럼 발생하여 부자들이 외계인 취급을 받는 존재, 우리와는 원래부터 유전자가 다른 별개의 인간들로 생각되어야 한다.

셋째, 비교 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통제해야 한다. 인스타 등 모든 SNS에서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부터 차단시키고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나오는 근사한 저택 같은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

넷째, 10만명 정도로 구성된 국민행복 댓글 부대를 만들어 SNS 등에서 자기 과시하는 글과 사진이 올라가면 집단으로 공격 댓글을 달아 스스로 내리도록 한다.→이상은 진담 반, 농담 반이다.

결론2️⃣ 한국이 헬조선이라고?

한국 행복지수가 낮아서 헬조선으로 생각된다면, 스웨덴에서 직장 생활을 하였던 박지우 씨의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을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북유럽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데, 대한민국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고 해도 두목, 부두목들이 종신제처럼 자리잡고 있는 북유럽과 비교하면 그나마 평평한 편이며 얼마나 역동적인 사회인지 조금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이냐고?

정말이다. 2019년 기준 전세계 180개국의 부의 불평등 지수(Wealth Inequality Gini, 소득불평등 지니계수와 혼동하지 말 것)를 보자.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부의 분배율이 나쁘다는 의미인데,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한국보다 훨씬 더 1에 가깝다. (아래 표에서 한국은 13위이지만 1~8위는 조사가 안 된 나라들이어서 결과가 0이었다. 이들 나라를 빼고 한국보다 위에 있는 나라들은 슬로바키아·동티모르·미얀마·벨기에 뿐이므로, 한국은 사실상 세계 5위에 해당된다)

즉 ‘있는 놈들이 다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아니며, 어쩌면 당신이 “한국은 시스템부터 잘못된 나라, 헬조선” 어쩌고 하면서 부러워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 어리석은 자들아!

때문에 나는 당신이 한국의 실상을 깨닫고 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이 SNS에 올리는 사진 나부랑이들을 쓰레기처럼 여기고, 당신의 삶을 당신만의 방식으로 고고하게 살아가면서 행복지수가 57위밖에 안 된다는 이 불행한 나라에서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100% 진심이다.

권위 있는 학술지인 ‘어메리컨 이코노믹 리뷰’의 공동 편집자이자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 교수인 덴마크 출신 헨릭 클레벤(Henrik Kleven)은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 소득세율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에 대한 왜곡이 낮은 이유가 3가지 있다고 했다.

첫째, 납세자 본인이 아니라 세무대리인 등이 세무 보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95% 이상이어서 탈세 가능성이 낮다. 둘째, 세액공제나 면제 조항을 최소화시켜 조세 회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셋째, 근로활동을 도와줄 수 있는 것들(보육 지원, 가족 돌봄 제공, 출퇴근 교통수단 지원 등)에 보조금을 강력하게 지급함으로써 근로 활동 참여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전부 맞는 말 같다.

한국도 세무사가 대리신고하여야 하는 성실신고(잘못 신고하면 세무사가 벌을 받게 됨) 대상자를 대폭 늘리고,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는 면세자를 북유럽처럼 5%대로 낮추며, 고소득자에 대한 세액 감면도 낮추고, 한부모는 물론 부부일 경우에도 부모가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가족 돌봄에 대한 지원을 소득 수준에 따라 대폭 늘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제발 좀 출퇴근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게 만들어라.

<출처 : “비교질부터 끊어라” 불행한 한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 [세이노의 가르침]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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