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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 그리고 차/꽃과 풀

섣달 보름달과 매화

by 감사화 202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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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음력 섣달 보름날이었다. 일 년으로 치면 마지막, 다시 말해 열두 번째 보름날이고 보름달이 뜬 날이다. 보통 무슨 일이나 시작과 끝에 의미를 많이 두는 편인데, 섣달 보름날은 모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보름날이니 달 역시 조금도 일그러짐이 없는 구형(球形)으로 가장 밝고 가장 완전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원래 달의 모양은 항상 동그랗지만, 달의 공전으로 인해 달의 모양이 지구에서 보는 곳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이다. 그런 줄을 모를 때는 달의 모양은 항상 달라져서, 초승달, 반달, 보름달 등으로 차이가 있다고 여겼다. 사람의 본래 마음 역시 누구나 선(善)하여 착하게 살려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기준이나 잣대에 따라 똑같은 대상이나 일을 보고 전혀 다르게 행동하여 다른 것으로 안다.

일부러 보름달을 보려고 밤늦은 시간에 산책이라는 핑계를 대고 바깥으로 나갔었다. 밤인데도 포근하여 산책하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이었고,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비치어 길을 안내해주는 것 같았다. 마음은 벌써 보름달 달빛을 받으며 하얀 웃음을 띄우고 맞아주려 기다리는 매화 쪽으로 가 있었다. 발걸음을 빠르게 하여 매화나무가 자리한 교정의 언덕으로 다가갔다. 지난번보다 더 많은 매화를 피우며 어서 오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반가움도 반가움이었지만 내일부터 다시 강추위가 며칠 이어진다고 하니, 그 며칠을 어떻게 넘기려고 맨몸으로 벌써 왔느냐고 안쓰러움이 더 강해지면서 매화나무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렇지만 매화는 전혀 개의치 않고 되려 그윽한 향기로 화답했다.

섣달 보름달이 눈부신 은빛으로 몸단장을 해줘서 그런지 낮의 매화보다 더 화사하게 빛이 났고, 햇빛보다는 밝기가 덜 해 어둠이 감싸서 그런지 낮의 매화보다 더 또렷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매화는 밝으면 밝은 대로 어둠이 더해지면 어둠이 있는 대로 고매한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마는 재주를 가진 듯하다. 한참을 넋을 잃고 매화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에 빠져 있는데 멀리서 구름 사이로 보름달까지 교교히 분위기를 잡으며 함께 매화를 즐기고자 했다. 눈이 오는 가운데 흔들림 없이 피어나 그윽한 향기를 지피는 매화도 좋지만, 아무도 없는 늦은 밤 보름달 달빛 아래서 눈부시게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속삭이는 매화 역시 더없이 다정다감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지에 섣달 보름달와 함께 피어난 매화>
<은빛으로 매화를 비춰주고 있는 섣달 보름달>
<섣달 보름달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핀 매화>
<섣달 보름달과 함께 층층으로 피어난 매화>

올해는 작년보다 매화가 더 빨리 피어나는 것 같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봄을 기다리는 강한 마음이 전해졌고, 그런 마음을 알아차린 매화의 야무진 의지가 더해져서 그렇지 않을까 억척을 해본다. 텃밭의 매실나무에도 매화가 성급하게 피어나 매실이 제대로 열릴까 우려가 되는데, 집 가까운 교정의 매화는 물론 통도사 자장매까지 때 이르게 피어나 코로나 19로 지치고 암울한 사람들에게 조금은 위안과 희망을 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모레까지 바람도 강하게 불고 기온도 많이 떨어진다는 일기 예보였는데, 오늘은 바람이 조금 강하게 불었지만 기온은 어제와 별반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이대로라면 내일도 큰 추위는 없었으며 바라면서 포근하면 오후에 통도사 자장매를 보러 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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