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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 그리고 차/꽃과 풀

자장매를 보고 와서

by 감사화 2021.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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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자장매가 피었다는 울산 BBS의 보도를 접하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통도사에 다녀오려고 벼렸는데, 어제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하여 잠시 숨을 고르다가 오늘 오후에 시간을 내어 잠시 자장매를 보고 왔다. 마침 오늘이 지장재일이라서 통도사에 많은 불자들이 왔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의외로 많은 관람객들이 북적거렸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통도사에 도착을 하다 보니 지장재일 행사를 마치고 나가는 차량들이 많아 조금 나은 편이었다. 맑고 어제보다 많이 기온이 올라서 가족 나들이를 나온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 매년 1월 말이나 2월 초에 자장매를 보기 위해 찾아가는 통도사인데,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이르게 자장매가 핀 것 같다.

천왕문을 지나 극락보전 앞을 지나 돌아가면 분홍겹매화나무가 두 그루 서 있는데, 아직 이들 두 나무에는 매화가 많이 피지 않아 가지 끝에 몇 송이 핀 것이 전부였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자장매가 서 있는 영각(影閣) 앞쪽에 몰려서 전문 카메라로나 스마트폰으로 연신 셔트를 누르면서 고혹적인 자장매의 자태를 담기 위해 앞으로 갔다 뒤로 물러나고 옆으로 몸을 기우뚱하게 잡는가 하면 손을 쭉 뻗어 조금이라도 더 멋진 자장매의 모습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덩달아 그 일행에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 고운 자장매를 담으려고 했지만, 초점 맞추기도 쉽지 않고 짧은 다리로 아무리 까치발을 취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지만 믿는 구석이 있어 여유로운 가운데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극락보전 옆에 막 피어나기 시작한 분홍겹매화>
<한 줄로 늘어서 피어난 분홍겹매화>
<영각 앞에 아름답게 피어난 자장매>
<강추위 때문인지 꽃잎이 온전하지 않은 자장매>
<꽃잎이 손상되어 안쓰럽기만 한 자장매>
<아름다운 자태에 일그러진 표정이 가슴이 아린 자장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매함을 잃지 않고 있는 자장매>
<여전히 넋을 잃게 하는 아름다운 자장매>
<영각 앞에 자장매에 매료되어 있는 관람객들>

키가 제법 큰 애들 아빠가 캐논 DSLR과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자장매를 담고 있어서 매년 느긋하게 몇 장 찍어서 나중에 애들 아빠 작품을 조금 빌려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자장매는 어제 강추위 때문인지 생기가 없어 보였고 꽃잎들이 제대로 피어나 있지 않는 것 같아서 안쓰러웠다. 재작년부터인가 자장매화나무가 병치레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그런 영향이 있지 않은가 하는 억측도 해본다. 텃밭의 매화는 비록 키도 작고 오래되지 않았지만, 매실나무마다 피어난 매화는 너무나 싱그럽고 생기 발랄하여 비교가 되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거름도 많이 줘보고 병충해를 막을 수 있는 약도 한 번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연례행사인 통도사 자장매를 보러 가는 일도 마무리가 되었다. 자장매는 오래된 매화로도 유명하지만, 매화 꽃잎이 엷은 분홍색이라서 봄처럼 온화하고 더욱 품위가 있어 보여 한 번 자장매의 자태에 매료가 되면 매년 만나러 오지 않을 수가 없다. 작년에는 너무 늦게 찾아가는 바람에 제대로 된 자장매가 핀 모습을 보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올해도 시일을 잘 맞추지 못하여 만개하기 전이라 덜 핀 자장매를 보고 왔고, 생기마저 잃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아프다. 내년에는 건강을 되찾아 이전처럼 생기가 돋는 모습으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대웅전에서 삼배를 올릴 때 빌어보았다. 앞으로 기온도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므로 자장매화나무도 차츰 본래 모습을 찾았으면 한다.

<아직 1/3도 피지 않은 자장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화사하게 피어난 자장매>
<비록 생기를 없어도 고매함을 잃지 않는 자장매>
<바로 보나 옆으로 보나 끌리지 않을 수 없는 자장매>
<홀로 피어 있어도 돋보이는 자장매>
<눈이 부셔 마주 볼 수조차 없는 자장매>
<자장매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모습>
<아름답다는 말도 곱다는 표현도 부족한 자장매>
<은은하게 향기를 지피며 피어 있는 자장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꽃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마는 자장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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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매를 보고 와서

매년 봄을 기다리다

잊지 못하고 찾아가는 자장매

멀리서 봐도 바로 알아볼 정도인데

예년과 달리 어깨 축 늘어뜨리고

옷매무새도 흐트러져 있어

말을 건네보지만 대답이 없다.

 

아프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이리 중한 줄은 몰라서

며칠 전 꽃샘추위로 몸살이 났나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영문을 몰라

미어지는 가슴에 두 손 모으고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 찾으라 빌고 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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