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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소소한 행복

지금 텃밭에는

by 감사화 2021.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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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는 산과 들이지만 한낮 기온은 여전히 한여름을 잊지 못하는지 섭씨 30도 가까이까지 오르는 따끈따끈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9월까지는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잦아 가을 햇살에 영글고 쑥쑥 자라는 감과 사과 및 무와 배추가 고전을 했는데, 10월에 들어서자마자 높고 푸른 하늘 아래 화끈한 햇살이 때늦은 땀방울을 맺히게 하고 있다. 지금 텃밭에는 철도 잊은 듯 보랏빛 도라지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고, 채송화와 봉숭아꽃은 물론 분꽃 그리고 왕고들빼기꽃이 한창이다. 주변 논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벼가 황금 물결을 일렁이고 있고, 무와 배추도 부지런히 자라고 있다.

<때늦게 화사하게 핀 도라지꽃>
<꽃이 피기 전의 애호박꽃>
<아름답게 피어난 채송화>
<텃밭 여기저기에 피어 있는 왕고들빼기꽃>

지난주에 무와 배추에 산초와 계피 우린 소주를 희석하여 뿌려주었는데도 여전히 잎을 갉아먹는 벌레가 극성을 부려 입들이 성한 것이 없어 보인다. 무는 그래도 괜찮은데, 배추는 수확할 때 괜찮을지 아니면 약한 농약이라도 쳐줘야 하는지 마음이 점점 농약이라도 쳐야 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처음 무를 파종하고 배추 모종을 심을 때는 농약이나 비료를 주지 않을 것이라 다짐을 했는데, 산초와 계피 우린 소주를 뿌려도 벌레들을 퇴치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대로 배추를 두면 김장을 담을 수 있을까 우려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다시 산초와 계피 우린 소주를 희석해 뿌려주고 왔다.

<몰라보게 자란 무와 배추>
<토란을 배경으로 잘 자라고 있는 상추, 무, 배추>

매실나무에 매달린 반들반들한 애호박도 여기저기 보이고, 잡초가 무성한 대파, 쪽파, 부추 두둑은 말끔하게 호미질을 하고, 케일과 상추 및 아스파라거스를 수확한 뒤, 애호박도 몇 개를 땄다.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을 때나 수확을 할 때나 한여름처럼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것을 보니 아직 여름이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구슬땀을 흘리면서 텃밭 속에서 삼매에 빠져 있다 보니 점심 때가 지나가는 것도 몰랐다. 시장기가 느껴져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2시가 훌쩍 넘어 달리고 있었다. 텃밭에 오면 항상 일은 끝이 보이지 않고 언제나 허겁지겁 손과 마음만 바쁘다.

<반질반질하게 자라고 있는 애호박>
<매실나무에 매달린 탐스런 애호박>
<올해도 많은 결실이 기대되는 치자>

자세히 살피니 잘 익은 무화과도 보이고, 따사로운 햇살에 잘 영글고 있는 치자와 가시오갈피 열매, 꾸지뽕 열매도 보인다. 열매마는 지난번에 큼직한 것을 10개 넘게 수확을 했는데도 여전히 마디마다 크고 작은 열매마가 매달려 있고, 7월에 파종했던 옥수수 두둑을 정리했는데, 거의 서른 개의 옥수수를 수확한 것 같다. 아직도 가지는 계속 열리고 있고, 매운 고추와 오이 고추 그리고 보통 고추까지 꽃이 피면서 잘 자라며 붉게 익어가는 것도 있다. 곧 가지와 고추 두둑은 정리하고 마늘과 양파 모종 심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텃밭 한쪽의 고구마 두둑은 무성한 잎으로 봐서 뿌리가 견실할 것 같다.

이렇게 언제 가버릴지 모를 가을과 함께 텃밭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매화를 시작으로 냉이와 달래, 돌나물과 쑥이 이어 찾아왔던 봄이 삽시간에 지나가고 봄까치꽃, 목련꽃, 개나리꽃, 라일락꽃, 죽단화, 아로니아꽃, 자두꽃, 배꽃, 감꽃 등이 아름다운 여름을 거쳐 가을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고 달려왔는데, 또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 앞에 텃밭에서의 나날들이 행복했고 뿌듯하면서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뿌린 대로 거두고 노력한 이상으로 보상을 받고 있어 늘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텃밭을 한 바퀴 돌며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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