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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살아가는 이야기

가랑비지만 단비가 내린 하루

by 감사화 2022.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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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이면서 장애인의날이었고, 오늘은 과학의날이면서 그렇게나 기다리던 단비가 내린 날이다. 곡우(穀雨)의 의미는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며, 이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 해서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되는데, 특히 농사에 가장 중요한 볍씨를 담근다. 어릴 때 곡우 무렵은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르는 시기라고 하여 어르신들이 모여 물을 맞으러 간다거나 곡우물을 먹으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이날 물을 맞으면 여름철에 더위를 모르며 신경통이 낫는다고 하고, 먹는 곡우물은 자작나무나 박달나무 수액(樹液)으로 거자수라고도 하는데, 위장병이나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얼마 되지 않는 텃밭을 가꾸고 있지만 텃밭 식구들이 가뭄으로 목이 타들어가는 것을 보면 가슴이 타들어간다. 지난 3월 초순에 비가 제법 내리고는 한 달 이상 가뭄이 계속되어 파종한 아욱, 비트, 상추, 들깨, 당근, 감초, 옥수수 등의 작물들이 겨우 새싹을 틔우고 있어 물이라도 줘야 하나 애를 태우고 있었는데, 많은 양은 아니지만 부슬부슬 단비가 내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아침부터 잔뜩 흐리더니 오전 9시가 넘자 이슬비가 내리면서 땅을 촉촉이 적시기 시작했다. 마침 어제 텃밭에 가서 토란 씨를 심고 옥수수와 당근 및 상추 파종을 더하면서 미나리와 돌나물을 수확해와서 돌나물 김치를 오늘 내내 담았다. 돌나물 김치를 담으면서 자꾸 바깥을 내다보며 더 많은 비가 오기를 빌었다.

<가뭄이 심한 가운데서도 쑥쑥 자라고 있는 작약과 쑥>
<가뭄으로 당근과 비트는 싹을 틔우는 둥 마는 둥인 두둑과 모종을 사서 심은 상추 두둑>
<싹이 돋아나고 있지만 가뭄으로 힘겨운 듯한 갓과 아욱>
<가뭄이 심한 가운데서도 싹을 틔운 감자>

오후 5시가 지나면서 서쪽 하늘이 훤히 밝아지면서 눈부신 햇살이 비쳤다. 농협에서 내일 오전까지 고추 모종을 수령해가라는 문자 메시지가 와서 때마침 내린 단비가 그냥 내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고추 모종까지 심어야 하는 것을 보니 지금부터가 정말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은 쉬엄쉬엄 할 수 있는 만큼만 움직이면서 대충 텃밭 농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면 이제부터는 기온도 올라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흘러내리고 잡초들도 우거질 것이며 농작물들도 쑥쑥 자라나면서 손이 많이 가는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피할 일이 아니라 즐기면서 농작물들의 성장 과정을 보고 수확까지 거두는 재미가 솔솔할 것이니 기대가 된다.

벌써 10년 이상 텃밭을 오가면서 여러 가지 채소와 과일들을 재배하고 수확하였는데, 매년 거의 비슷한 농사일을 하는데도 지겹다거나 힘이 든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하게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면서 채소와 과일 등의 농작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또한 말없는 대화로 서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면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자체에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노력과 정성을 기울인 이상의 수확을 거둘 때는 늘 미안하고 고맙다는 경의를 표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들도 뿌린 대로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텃밭 일을 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체험한다. 살아가며 경험하는 어떤 것도 나를 성장시키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에  늘 기꺼워하고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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