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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소소한 행복

임광사를 휘감은 모과 향기

by 감사화 2021.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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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은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이면서 지장재일이라 오전에 임광사를 다녀왔다.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하고나서부터 이전과 달리 신도들이 급격하게 줄어 초하루 법회나 지장재일인데도 신도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사찰 경내는 적막감만 돌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 역시 지장재일인데도 임광사를 찾아온 신도들은 열 손가락 안에 셀 정도였고, 조금 늦게 도착을 하다 보니 주지 스님의 지장재 법회를 집전하시는 목소리와 목탁 치는 소리만 고요한 경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서둘러 대웅전 법당에 들어가 배례를 올리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서둘러 주차를 하고 임광사 경내로 들어설 때 향긋한 향기가 났는데, 무슨 향기일까 하면서 곧장 법당으로 종종걸음을 하였다. 지장재를 마치고 요사채 쪽으로 내려오니 아까 맡았던 향긋한 향기가 바로 모과 향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사채 앞과 옆에 서 있는 모과나무에 큼직한 모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황금 빛깔로 영글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입에서 침이 고일 정도로 모과 특유의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주변에 넘치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해우소 쪽에 금목서가 있었지만 금목서 향기와는 다른 모과 향기가 틀림이 없었다.

<요사채 앞의 샛노랗게 익은 모과>
<가지가 휠 정도로 큼직하게 매달린 향기로운 모과>
<충실하게 영근 모과>
<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탐스럽게 익은 모과>
<따사로운 햇살 아래 주렁주렁 매달려 영글고 있는 모과>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모과>
<요사채 옆의 자그마한 모과>
<꼭 배처럼 생긴 잘 익은 모과>

열흘 전쯤 모과를 한 번 올린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아직 샛노랗게 익지 않은 상태였는데 오늘은 황금색으로 물들어 임광사 전체를 모과 향기가 휘감고 도는 듯했다. 가을에 맡을 수 있는 그윽한 향기로는 잘 익은 탱자 향기도 좋지만 모과 향기도 그에 못지않은 것 같다. 모과나무 아래에 가만히 서서 간간히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진한 모과 향기가 코끝을 스치면 그윽한 향기에 취해 적정(寂靜)에 든 것처럼 세상사의 근심과 걱정은 모두 잊고 마음까지 모과 향기로 말끔히 씻기는 것 같았다. 온몸은 물론 옷까지 모과 향기로 흠뻑 젖었다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맑고 높은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샛노랗게 익은 모과가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잎사귀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있는 풍경을 접하고 있으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돌고 얼굴까지 활짝 펴이는 것 같아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이 이런 상태이구나 싶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임광사에서 모과와 모과 향기와 함께 한 그날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지금까지도 그때 맡은 모과 향기가 코끝에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풍경을 보면 몸은 물론 마음까지 아름답고 향기로워져 행복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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