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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소소한 행복

입동(立冬) 같지 않은 포근한 휴일

by 감사화 2021.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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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었는데, 한낮 기온이 섭씨 20도까지 올라가는 포근한 하루였다. 나들이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여서 오전에는 뒷산 약수터에 다녀왔고, 오후에는 해운대 쪽에 일이 있어 다녀왔다. 오전 10시 반쯤 뒷산 승학산(乘鶴山, 해발 497m) 약수터를 올랐는데, 의외로 많은 등산객들이 무리를 지어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고 단풍이 물들고 있는 산행을 하고 있었다. 위드 코로나에 들어서서 그런지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등산객들도 있었고, 그늘막에서 도시락을 펴놓고 모여 앉아 즐기는 등산객들도 있었다.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던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 중에 다시 코로나 19 확진자들이 폭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마음이 불편하였다.

그래도 완전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반길만 하다. 이제부터는 각자가 자신의 건강은 자기 스스로 책임을 지고 철저하게 관리하여 코로나 19로부터 자유스러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약수터에서 약수를 긷고 나서 운동 기구에 매달려 근력 운동을 하였는데, 이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으로 봐서 겨울과는 아직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 날씨라고 여겼다. 낙엽들도 수북이 쌓이고 있지만 약수터로 가는 길 옆에는 배초향꽃이 만발이었고, 심지어 봄에 피는 제비꽃도 보였고 여름을 대표하는 장미꽃도 보였다. 어제 텃밭에 갔을 때 철도 모르고 핀 아로니아꽃과 봉숭아꽃을 보았는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계절을 잊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북이 쌓인 낙엽 더미>
<아름답게 피어 있는 배초향꽃>
<약수터 옆 담장 아래에 홀로 피어 있는 장미꽃>

봄은 봄, 여름은 여름, 가을은 가을,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데, 최근 들어 계절의 경계가 불분명하여 자연도 혼란스러운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것인데 점차 계절의 구분이 불분명해지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져 놀랄 뿐만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일도 생기는 것 같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일기 예보가 너무 많이 빗나가서 농촌이나 어촌에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철저하게 대비를 했는데 돈과 노력만 허비하면 허탕을 치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 무슨 일이나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문제 발생에 대처하기 용이하다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면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약수터에서 오솔길을 따라 집으로 내려오면서 건강하게 마음대로 걷고 보고 들으며 자유스럽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였다. 누구나 조금이라도 몸이 불편하고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으면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아무리 사소한 몸의 이상이라도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많은 불편함을 주고, 심한 질환이면 하고 싶은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건강하게 지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적이고 감사할 일이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 간수를 잘해야 한다. 집에 도착하니 등이 땀이 젖을 정도여서 여름으로 뒤돌아가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여하튼 춥지 않고 지내기 적당한 날씨라서 다행이라 여겼다.

오후 2시에 해운대 쪽에 약속이 있어 첫째와 함께 다니러 나서면서 휴일이라 해운대가 붐비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의외로 가는 도로도 막히지 않고 정작 해운대 내에서도 한산할 정도여서 볼 일을 빨리 보고 올 수 있었다. 남항대교와 광안대교를 지나가면서 대교 아래와 멀리 보이는 바다의 전경은 마음에 탁 트이는 것 같았다. 검푸른 겨울 바다도 아름답지만 가을 바다도 고요하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져 좋았다. 영도를 지나 바다 위를 날아가듯 지나가는 현수교는 간혹 다니고 있지만 언제나 색다른 맛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해운대까지 간 김에 기장 쪽으로 가서 둘째에게 보낸다는 핑계로 쇠고기를 넉넉하게 구입하니 당분간은 반찬거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 행복하였다.

다음은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나오는 입동(立冬)에 관한 내용이다.

입동(立冬)은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로, 이날부터 겨울이 시작된다고 하여 입동(立冬)이라고 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225도일 때이며, 양력으로는 11월 7일 또는 8일 무렵, 음력으로는 10월에 든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후 약 15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전 약 15일에 든다.

중국에서는 입동 후 5일씩을 묶어 3후(三候)로 삼았다. 초후(初候), 중후(中候), 말후(末候)가 그것으로 초후에는 비로소 물이 얼기 시작하고, 중후에는 처음으로 땅이 얼어붙으며, 말후가 되면 꿩은 드물어지고 조개가 잡힌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입동을 특별히 명절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겨울로 들어서는 날로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겨울채비를 하기 시작한다.

입동 즈음에는 동면하는 동물들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산야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간다.『회남자(淮南子)』권3 「천문훈(天文訓)」에 의하면 “추분(秋分)이 지나고 46일 후면 입동(立冬)인데 초목이 다 죽는다.”라고 하였다. 낙엽이 지는 데에는 나무들이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양분의 소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자연의 이치가 숨었다.

입동 무렵이면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한다.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요즈음은 김장철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 농가에서는 냉해(冷害)를 줄이기 위해 수확한 무를 땅에 구덕(구덩이)을 파고 저장하기도 한다. 추수하면서 들판에 놓아두었던 볏짚을 모아 겨우내 소의 먹이로 쓸 준비도 한다. 예전에는 겨울철에 풀이 말라 다른 먹이가 없었기 때문에 주로 볏짚을 썰어 쇠죽을 쑤어 소에게 먹였다.

입동을 즈음하여 예전에는 농가에서 고사를 많이 지냈다. 대개 음력으로 10월 10일에서 30일 사이에 날을 받아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하고, 제물을 약간 장만하여 곡물을 저장하는 곳간과 마루 그리고 소를 기르는 외양간에 고사를 지냈다. 고사를 지내고 나면 농사철에 애를 쓴 소에게 고사 음식을 가져다주며 이웃들 간에 나누어 먹었다.

입동에는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미풍양속도 있었다. 여러 지역의 향약(鄕約)에 전하는 바에 따르면, 계절별로 마을에서 자발적인 양로 잔치를 벌였는데, 특히 입동(立冬), 동지(冬至), 제석(除夕)날에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것을 치계미라 하였다. 본래 치계미란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였는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데서 기인한 풍속인 듯하다. 마을에서 아무리 살림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년에 한 차례 이상은 치계미를 위해 출연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다.

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다.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는 것을 도랑탕 잔치라고 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겨울철 궁중의 양로(養老) 풍속이 민간에서도 행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입동을 즈음하여 점치는 풍속이 여러 지역에 전해오는 데, 이를 ‘입동보기’라고 한다. 충청도 지역에서는 속담으로 “입동 전 가위보리”라는 말이 전해온다. 입춘 때 보리를 뽑아 뿌리가 세 개이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점치는데, 입동 때는 뿌리 대신 잎을 보고 점친다. 입동 전에 보리의 잎이 가위처럼 두 개가 나야 그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신이 믿어지고 있다. 또 경남의 여러 지역에서는 입동에 갈가마귀가 날아온다고 하는데, 특히 경남 밀양 지역에서는 갈가마귀의 흰 뱃바닥이 보이면 이듬해 목화 농사가 잘 될 것이라고 점친다.

이러한 농사점과 더불어 입동에는 날씨점을 치기도 한다. 제주도 지역에서는 입동날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겨울 바람이 심하게 분다고 하고, 전남 지역에서는 입동 때의 날씨를 보아 그해 겨울 추위를 가늠하기도 한다. 대개 전국적으로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이 크게 추울 것이라고 믿는다.

<출처 : 입동 [立冬] (한국세시풍속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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