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10월 중순에 이미 초겨울을 한 차례 겪어서 그런지 11월에 들어서 보름이 지나가고 있지만 그다지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아주 지내기 좋은 가을 날씨이다. 이번 주와 다음 주까지가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마지막 날들이라고 여겨서인지 전국의 소문난 단풍 명소에 나들이객들이 넘쳐났다고 한다. 그동안 코로나 19로 완전히 일상을 잃어버리고 자중자애하면서 집안에서만 지내다가 얼마 전 위드 코로나 선언이 있고 나서부터는 봇물이 터진 듯 야외로 바람을 쐬러 나가는 나들이객들이 인산인해(?)라도 한다.

누구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는데, 조금 늦긴 해도 자유스럽게 외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11월 들어서 뒷산 약수터를 가봐도 등산객들의 대화나 발걸음만 봐도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주말 고속도로는 물론 국도까지 차량들이 모두 나들이를 나왔나 싶을 정도로 줄을 잇고 있었다. 오후에 잠시 텃밭에 농막이라도 지어 볼까 하여 전문가에게 문의를 한다고 진해 방면을 다녀왔는데, 오후 5시가 되니 차량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일부 구간은 정체가 되었다.

가을의 산과 들 그리고 하늘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울긋불긋 물들어 있는 단풍은 말할 것도 없고 그윽한 국화와 구절초도 아름답게 피어 있는가 하면 은빛 물결을 이루고 서걱거리는 억새와 갈대 그리고 곱게 영글고 있는 사과와 감에다 모과 등의 열매들 무엇보다 높고 푸른 하늘까지 풍요롭고 한가로운 풍경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고 만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곱고 아름다운 경치는 단색인 여름이나 겨울에 비하면 가을은 너무나 많은 느낌을 무한하게 안겨주는 것 같아 좋다.

<아름답게 핀 국화>

<곱게 물든 모과>

<은빛 물결을 이루고 있는 억새>

누군가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지만, 가을은 남자만의 계절은 아닌 것 같다. 중국 당나라 말기의 작은 두보(杜甫)라고도 하는 두목(杜牧) 선생의 산행(山行)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에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라는 읊었다. "서리 맞은 단풍이 봄꽃보다 붉다"라고 했으니 얼마나 단풍이 아름다운지를 멋지게 표현할 정도이니 가을 단풍을 즐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흥취가 아닐 수 없다. 그냥 자동차를 타고 시외로만 나가도 사방이 단풍의 물결이고 한 폭의 산수화 같은 가을 풍경이라서 나들이하기에는 좋은 때이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만 더 지나면 벌써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11월 22일)이다. 일기 예보로는 22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지금이 바로 가을의 끝자락에 서 있는 때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지난 금요일에 시골에 가서 사과 수확을 일부하고 왔는데, 올해는 봄에 냉해를 입기는 해도 태풍 피해가 없어 작년보다 사과가 풍작이라고 한다. 착과(사과 색깔이 곱게 물든 정도)도 괜찮고 흠집도 그리 많지 않은 데다 맛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빨갛게 익은 사과는 보기만 해도 맛을 본 것처럼 입안에 침이 고인다. 가을은 보내고 싶지 않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주렁주렁 탐스럽게 익은 사과>

<보기만 해도 포만감이 드는 사과>

<착샋이 잘 된 아름다운 얼음골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