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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 그리고 차/꽃과 풀

올해 첫 매화

by 감사화 2022.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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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小寒)도 지나고 며칠 만에 뒷산 약수터에 올라 시원한 산바람을 쐬고 운동을 한 뒤 혹시 오늘은 만첩분홍매(분홍겹매화)가 피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동아대 승학캠퍼스 교정에 서 있는 매화나무 쪽으로 길을 잡았다. 오후라서 그런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여 산행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점점 매화나무 가까이 다가가면서 눈길은 앞서 이미 매화나무 가지 끝으로 가 있었다. 멀리서도 매화나무 가지에 만첩분홍매가 몇 송이 피어 있는 모습이 보이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며칠 전까지 터질 듯 꽃봉오리를 부풀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매화(꽃말은 고결, 인내, 충실, 결백)를 피워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면서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그렇게 만첩분홍매가 몇 송이 활짝 피어 있는 매화나무 앞에 섰다. 올겨울 처음으로 아름다운 연분홍 꽃잎을 겹겹이 펼치고 눈부시게 피어난 만첩분홍매를 보니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한 가지에는 두 송이가 나란히 피어 있고, 다른 가지들에는 한 송이씩 몇 송이가 곱게 피어나고 있었다. 곧 피어날 것 같은 만첩분홍매의 꽃봉오리도 많아 며칠 뒤면 가지마다 분홍 매화가 활짝 피어나 때 이르게 봄소식을 전해줄 것 같았다. 누가 보던 말던 이리 보고 저리 보면서 올해 처음 보는 만첩분홍매에 푹 빠져 배낭에 매고 있던 약수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새해 벽두 한겨울에 매화를 마주하니 근심과 걱정마저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한겨울에 화사하게 피어난 만첩분홍매>
<곧 피어날 듯 부풀어 오른 만첩분홍매의 꽃송이들>
<다른 각도로 잡아본 아름다운 만첩분홍매>
<가지마다 한 두 송이씩 피어나기 시작한 매화나무>
<고매하게 피어난 만첩분홍매와 꽃봉오리>
<살포시 미소를 띈 듯한 만첩분홍매>

매화는 봄을 알리는 가장 먼저 피는 꽃이며, 아무리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그 기개를 봐서 선비에 비유되고, 그윽한 향기까지 좋아서 많은 사랑을 받는 꽃이다. "매화나무는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일찍 피기에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雪中梅)’라 한다. 아울러 색에 따라 희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라 부른다. 우리나라 화가의 경우 대개 18세기까지는 백매를 선호했으나 19세기부터 홍매를 선호했다. 중국 양쯔강 이남 지역에서는 매화를 음력 2월에 볼 수 있다. 그래서 매화를 볼 수 있는 음력 2월을 ‘매견월(梅見月)’이라 부른다"(봄을 알리는 매화, 세상을 바꾼 나무, 2011. 6. 30., 강판권)라고 한다.

이제 기다리던 매화도 피었으니 올해도 봄꽃들이 작년과 비슷하게 일찍 피지 않을까 한다. 지금과 같은 기온이라면 1월 중순이 지나면 동아대 승학캠퍼스 입구 쪽에 있는 백매도 피어날 것 같다. 이어서 설날(2월 1일)이 지나자마자 통도사 자장매를 보러 다녀와야 할까 보다. 만첩분홍매의 화사한 자태를 보니 이미 봄이 성큼 다가와 있는 것 같아 겨울이 거의 지나간 듯한 기분이다. 한편으로는 아직 대한(大寒)까지는 보름이 남았고, 대한(大寒)부터 다시 보름이 지나야 봄으로 들어선다는 입춘(立春)이라는 것을 달력으로 확인하니 아직 겨울을 지나려면 한 달 이상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찾아온 만첩분홍매가 얼지나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한다. 

오늘 본 만첩분홍매는 틀림없는 조매(早梅)이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정언(正言) 장위(張渭) 선생의 조매(早梅)란 한시(漢詩)를 감상해 보도록 한다.

早梅(조매)

-일찍 핀  매화- 정언(正言) 장위(張渭)

一樹寒梅白玉條(일수한매백옥조) 한매 한 그루 백옥 같은 가지에
逈臨村路傍溪橋(형림촌로방계교) 다리목 길가 저만치 피어 있네.
不知近水花先發(부지근수화선발) 물 가까워 먼저 핀 줄도 모르고
疑是經冬雪未銷(의시경동설미소) 지난 겨울 눈 안 녹은 줄 알았네.

북송시대의 군복(君復) 임포(林逋) 선생은 벼슬도 하지 않고,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이 매화나무를 심고 학을 키워 매처학자(梅妻鶴子), 즉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여겼다"라고 할 정도로 매화를 좋하했다고 한다. 그의 대표적인 한시(漢詩)인 산원소매(山園小梅), 즉 "동산의 매화"라는 두 편의 시 중 첫 번째 시의 두 번째와 세 번째 구절에 "소영(疏影)" 즉 "성긴 매화 가지"와 암향(暗香), 즉 "그윽한 매화 향기"로 매화를 비유하였는데, 그 뒤로 매화를 "암향소영(暗香疏影)"이라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衆芳搖落獨暄姸(중방요락독훤연) 뭇꽃들이 모두 졌는데도 홀로 곱게 피어나서
占盡風情向小園(점진풍정향소원) 작은 동산의 아름다운 풍광 독차지 하였구나.
疏影橫斜水淸淺(소영횡사수청천) 성긴 매화 가지를 물속에 비스듬히 드리우고
暗香浮動月黃昏(암향부동월황혼) 그윽한 매화 향기 흐릿한 달빛속에 퍼져나네.
霜禽欲下先偸眼(상금욕하선투안) 겨울새는 내려 앉으려고 눈길 먼저 슬쩍 주고
粉蝶如知合斷魂(분접여지합단혼) 나비들도 매화를 안다면 넋을 놓고 말겠구나.
幸有微吟可相狎(행유미음가상압) 다행히 나직이 시 읊조리며  친할 수 있으니
不須檀板共金尊(불수단판공금존) 멋진 장단과 좋은 술이 없어도 상관치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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